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을 둘러싸고 북한과 일본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일본은 오는 17일부터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APEC 회담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거론하는 성명을 채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적으로는 북한에 미사일 발사대 전용 우려가 있는 트레일러를 수출한 기업을 수사하는 등 북한에 대한 압박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또 오는 27일에는 아태지역 8개국과 함께 북한의 WMD 관련 물자 수출입을 막기 위한 공동감시체제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회의를 주도적으로 개최하려 하고 있는데 이러한 일본의 행태는 최근 북한과 미국의 움직임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은 6자회담에서 일본을 배제해야 한다는 발언을 통해 일본의 회담 참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으며 미국도 북한과의 직접 물밑대화를 강화해 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에 일본이 상당한 위기감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日, APEC서 북한 납치문제 거론”-“대북 불법수출기업 조사”**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7일부터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회의(APEC) 정상-각료회의에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를 거론하는 특별성명이 채택될 것”이라고 13일 보도했다.
당초 회담 성명에서는 의장국인 태국이 북한 문제 관련 성명문을 채택하지 않으려 했으나 일본과 미국이 강력히 요구해 채택이 유력시된다. 성명 내용에 대해서는 한국과 중국이 일본인 납치문제가 북한을 자극해 6자회담 지속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주장해, 납치문제를 직접 언급하기 보다는 간접적으로 표현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문은 일본 경찰이 북한에 부정 수출을 한 혐의로 후쿠오카현 한 자동차 회사를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실제 가격이 약 4천만원대인 대형 트레일러를 2백50만원으로 낮춰 신고, 북한에 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본 관세법은 3백만원이하의 화물 등은 ‘선장 탁송품’으로 분류, 통관 수속을 간략히 하고 있는데 경찰은 이 회사가 북한에 수출을 쉽게 하기 위해서 편법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이 이 수출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수출한 대형 트레일러가 미사일의 이동식 발사대로 전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해 4월부터 대량 살상무기의 개발 등에 사용될 우려가 있는 기기의 유출을 단속하기 위해서 ‘캐치 올 규제’를 도입했는데 이 회사는 지난 5월 초에도 경제 산업성의 허가를 받지 않고 트레일러의 견인차 부분을 중국을 통해 북한에 수출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5월에도 일본 정부는 미사일 발사 및 우라늄 농축에 전용될 수 있는 기계들을 북한에 수출하려한 한 전자부품회사를 적발하기도 했다.
신문은 이어 해외 정보기관이 촬영한 위성사진 등에서 ,북한의 군사시설로 일본의 대형 트랙터가 미사일 운반에 전용되고 있는 혐의가 지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일본 배제 발언과 북-미 직접대화로 인한 위기감 때문인 듯**
일본 정부가 이처럼 북한에 잇따라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은 최근 북한과 미국의 움직임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지난 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서 “일본은 북미 사이의 핵 문제 평화적 해결에 부담만을 더해 주는 장애물이 되고 있으며 신뢰할 수 있는 대화 상대자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상실했다”면서 “앞으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그 어떤 형태의 협상 마당에도 일본이 끼어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6자회담에서 일본은 제외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측은 일본이 6자회담에 반드시 당사자로 참여해야 한다고 밝혀 일본의 입장을 지지했으나 최근 미국 파월 국무장관은 6자회담 해결을 위해 북한과 직접 물밑대화를 하고 있다고 밝혀 북-미간 직접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일본은 북한과 미국간 직접 대화가 이루어지는 분위기 속에 위기감을 느껴 6자회회담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납치문제와 대북 수출품 제재 등의 강공전략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다.
***日, 주변 8개국과 북한의 WMD 수출 저지 위한 협의체 구성키로**
일본의 이 같은 정책은 북한의 WMD 수출을 막기 위한 주변 8개국 협의체 구성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12일 ,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 8개 국가가 핵무기나 미사일 등의 대량 살상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관련 물자의 수출을 저지하고 정보의 공유화를 통한 긴밀한 제휴 체재를 구축하는 것에 합의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북한의 WMD를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데 특히 “제3국을 통한 우회수출을 철저히 규제할 방침”이라고 신문은 전하면서 “아시아 지역에서 수출 제재를 위해 다국간 협의체가 성립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27일에는 의장국인 일본 도쿄에서 이 협의체 성립을 위한 일환으로 ‘아시아 수출관리정책 대화’를 처음 갖고 논의를 통해 내년 봄에 문서화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는 이밖에 호주, 싱가포르, 태국, 홍콩 등이 참가한다.
이 회의에서 일본은 각국의 수출 관리체제 정비를 요구하기로 하고 정비가 늦는 국가에 대해서는 우선 수출규제 품목을 정하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또 규제 품목이 아니더라도 대량 살상무기로의 전용이 우려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수출을 금지하는 ‘캐치 올 규제’ 도입도 아울러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주도해 열리는 이 협의체는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와 보완적인 성격이 강하다. PSI는 대량살상무기 물자 수송을 공해와 영해에서 물리적으로 저지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데 중국은 이에 속해있지 않아 북한의 WMD 제재를 위해선 한계가 있다는 점이 지적돼 왔다.
하지만 이번 협의체 구성에서는 중국도 참여할 것으로 보여 기술발전으로 대량살상무기를 만드는 물자의 확보가 과거보다 쉬워진 상황에서 8개국협의체를 통해 아시아 각국의 물자 수출을 제지, 대량 살상무기 확산의 위험이 현저히 낮아질 것이라고 신문은 전망했다.
12월 개최가 유력한 6자회담을 둘러싸고 북한과 미국간 신경전도 치열하지만 6자회담에서의 지분을 차지하려는 일본의 움직임도 급박해지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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