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합동조사단이 7일 '부실 조사'에 대한 해명차원에서 공개한 박건영 가톨릭대 교수의 '이라크 현지조사 보고' 내용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고서는 단순한 실사결과를 적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파병 결정과정에 숙고되여야 할 사항' '파병 결정시 고려사항과 대처방법' '불파병 결정시 고려사항과 대처방법'이라는 주요 항목을 통해 파병과 불파병시 고려사항과 대처방안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 교수 보고서는 그 기저에 파병의 명분이 없으며 파병시 미국의 북폭 저지 명분 상실, 미군에게 한국군 종속 강화 등 여러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적을 담고 있어, 파병 문제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곳곳에 담고 있어 주목된다.
***"파병하면 미국이 북한 공격해도 막을 명분 없어"**
박건영 교수는 우선 '정책결정 과정에서 숙고되어야 할 사항과 실사결과'라는 제목의 보고서 항목에서 파병이 초래할 여러 문제점을 적시했다.
박 교수는 우선 이라크전의 성격과 관련, "이라크전은 국제법과 유엔헌장을 무시한 침략전쟁이라는 국내외적 비판을 받고 있다"며 "나아가 부시정부의 명분은 핵프로그램 제거였으나 전후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미국내에서도 정당성에 대한 비판이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따라서 추가파병시 한국(또는 정부)이 '부당한 힘'의 사용을 지지하는 부도덕한 주체로 규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라크 파병의 명분이 없음을 적시했다.
박 교수는 또 파병을 할 경우 "파병은 핵 비보유국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공격을 한국이 추인하는 꼴이 되어 핵보유를 선언했다고 하는 북한에 대해 미국이 공격할 경우 이를 반대할 명분이 약화될 것"이라며 파병이 도리어 북핵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에 호의적 이라크인, 전투병 보내면 불투명"**
박 교수는 또 이라크인들의 태도와 관련, "사담의 퇴출을 반기면서도 미-영군을 침략자로 규정하고 있으며 증오와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고 미-영군에 대한 험악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현재 파견돼 있는 한국군 비전투병력에 대해선 "한국군에 대한 태도는 긍정적이고 특히 낫시리아인들은 서희-제마부대의 지원활동에 대해 사의를 가지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그러나 전투병 파견시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또 인접 아랍국들의 태도와 관련, "기본적으로 외국주둔을 혐오하지만 미국 주도의 신질서 구축과정에서 제외될 것을 우려해 외양적으로는 미국에 협조하는 형국"이라면서 "종합적으로 보면 이들은 한국군의 파병에 대해 내면적으로는 불쾌해하지만 공식적으로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파병 안해도 부시 매파 독단적으로 한미동맹 후퇴 못해"**
박 교수는 파병론자들이 파병의 이유로 최우선시하는 '한미동맹'과 관련해서도 "부시정부는 한국군의 파병 여부를 한미동맹의 미래와 연관시키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미국측 분위기를 전하면서도 "그러나 부시 정부와 미국을 구분할 필요성도 지적될 수 있으며, 국가이익의 관점에서 보면 미국이 한미동맹을 임의로 후퇴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해, 한미동맹 약화를 우려한 맹목적 파병론에 일침을 가했다.
박 교수는 이와 과련, "한미동맹 후퇴는 부시 정부내 강경파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특히 "이번 파병결정이 한국은 '모든' 미국의 전쟁을 지원한다는 선례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맹목적 파병론이 내포하고 있는 위험성을 경고했다.
박 교수는 따라서 이같은 제반 정황을 종합해볼 때 "(파병시) 이라크전의 정당성과 관련,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이 예상될뿐 아니라 미국인 상당부분도 한국의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파병시 전경, 헌병 보내야"**
박 교수는 '파병 결정시 고려사항과 대처방법'이라는 항목에서는 미국의 압박 때문에 부득이 파병을 할 경우에는 파견하는 병력이 '치안 업무'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된다.
박 교수는 "파병되는 군은 치안확보와 민사작전이 주임무인만큼 이에 적합한 병력구조가 필수적"이라며 "이라크 경찰력 회복 지원 임무와 시위진압 및 이탈리아군 부대방호를 추가적 임무로 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까나비니에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따라서 "파병군은 한국의 헌병대, 전투경찰, 행정병, 그리고 부대방호를 위한 무력 등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파병 안해도 주한미군 안빼"**
박 교수는 '불파병 결정시 고려사항과 대처방법'이라는 마지막 항목에서는 '불파병 결정'후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상세히 적고 있다.
박 교수는 "(불파병 결정시) 국내 정치-경제 불안 증가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서 외국투자가들에 대한 적극적 설명회 개최 및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파병론자들이 주장하는 주한미군 조기감축 및 재배치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부시 정부가 주한미군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이라크로 이동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이라크 현지에서 만난 CJTF-7의 한 대령은 '한국이 불파병을 결정할 경우 이탈리아 주둔미군을 이라크 북부로 이동배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또 불파병 결정시 북핵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대한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부시 정부의 강경선회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파월 노선'이 지속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불파병 결정을 계기로 "우리 정부는 파국을 막기 위해 불파병을 명분으로 북한 및 중국의 협력적 자세를 적극적으로 촉구해나갈 필요성이 있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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