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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에게 참담한 마음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SK그룹 전임원 반성의 글, "10,20년후 자랑스런 선배가 되자"

계열사의 분식회계 사태로 그룹 총수가 사법처리되는 등 최근 큰 위기를 겪어온 SK그룹에 한 편의 편지가 SK분식회계 사퇴후 고개를 숙인 SK그룹 직원들 사이에서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후배들을 격려하는 전직 임원이 '선경인'이라는 명의로 SK그룹 사보에 기고한 글이 SK사우들의 느끼는 작금의 SK 분위기를 잘 드러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참담한 마음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그룹 사보 9월호에 실린 이 편지에서 ‘선경인’은 “지금 SK가 겪고 있는 위난(危難)은 과거 기업들이 수출입국의 책임을 지고 국가 경제를 견인했던 어려운 시절에 잉태된 유산”이라며 “기업을 경영하면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것은 사회적 죄악일진데, 우리는 그 시대의 죄인일 수밖에 없었으며 그것이 멍에가 돼 오늘이 이르렀다”고 자책했다.

그의 자책은 “시대적 상황임을 내세워 적자 경영을 당연시한 때도 있었다” 면서 “자사(自社)만의 소리(小利)에 집착하여 큰 일을 그르친 적도 있었다”고 구체적인 지적으로 이어졌다.

나아가 그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좀더 야무지게 경영을 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참담한 유산을 물려 주지는 않았을 터이고 우리는 자랑스런 선배로서 그룹과 함께 성장하는 여러분들을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라면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선배들의 부족함을 사과했다.

그는 “한때 그룹의 경영을 했던 선배로서 지난 6개월간 SK가 뜻하지 않은 곤경에 처했는데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채 바라만 보고 있었다”면서 “"선배들이 극복해야 할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후배들이 신산(辛酸)의 아픔을 겪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그는 “민망함을 무릅쓰고 후배들에게 이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시대의 불가피성을 내세워 변명코자 함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후배들이 오늘의 상황만을 보고 실망하거나 흔들리지 말고 10년, 20년 후 우리 회사가 어떤 모습으로 있어야 하는지, 그것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선경인’이 보낸 편지 전문이다.

***한 선배의 편지**

참담한 마음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우리 SK가 뜻하지 않은 곤경에 처한 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났습니다. 지난 한 때 그룹의 경영을 담당했던 선배들로서 그동안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한 채 바라만 보고 있었던 무책임함도 깊이 사과드립니다.

지금 우리 SK가 겪고 있는 이 위난(危難)은 과거 기업들이 수출 입국(立國)의 책임을 지고(신발끈조차 맬 틈없이 세계시장을 누비고 다니며) 국가 경제를 견인했던 어려운 시절에 잉태된 유산으로서 그후 당연히 극복했어야 할 선배들의 명제였습니다.

그럼에도 선배들이 이를 극복하지 못하여, 오늘날 후배들이 신산(辛酸)의 아픔을 겪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것은 사회적 죄악일진대, 우리는 그 시대의 죄인일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멍에가 되어 오늘에 이르렀으므로 우리 선배들 누구도 이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시대적 상황임을 내세워 적자 경영을 당연시 한 때도 있었습니다. 자사(自社)만의 소리(小 利)에 집착하여 큰 일을 그르친 적도 있습니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좀더 야무지게 경영을 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참담한 유산을 물려 주지는 않았을 터이고, 우리는 자랑스런 선배로서 그룹과 함께 성장하는 여러분들을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제 우리 선배들이 민망함을 무릅쓰고 후배 여러분에게 이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시대의 불가피성을 내세워 변명코자 함도 아니고, 그때의 과오에서 벗어나고자 함도 아닙니다.

후배 여러분, 오늘의 상황만을 보고 실망하거나 흔들리지 마십시오. 10년 후, 20년 후 여러분 자신과 우리회사는 어떠한 모습으로 있어야 하는가를 생각합시다. 그 때 있어야 할 모습을 위하여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를 생각합시다. 결국 우리는 승리할 것이고, 훗날 여러분은 슬기로웠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회사가 발전하고 SK가 융성하면 개개인도 보람되고 풍요로울 것입니다.

이 기회에 우리 회사, 우리 SK의 영광된 미래와 자신의 꿈, 자신의 목표를 다시 한번 그려 보십시오. 꿈과 현실은 언제나 큰 격차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도전하고 성취해야 할 멋진 격차입니다. 그것이 없다면 우리는 일 할 이유가 없습니다.

후배 여러분, 다시 한번 간곡하게 당부합니다. 여러분의 꿈과 우리 SK의 꿈이 함께 이루어지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주십시오. 꿈은 꾸는 자만이 이룰 수 있습니다. 비록 부족한 선배들이지만 마음을 모아 후배 여러분의 꿈이 하루 속히 이루어지도록 기원하겠습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늘 행운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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