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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당 대표 "일본 잘못" 한목소리

대책은 5당5색..."추경안 시급"부터 "한일 군사협정" 파기까지

청와대에서 18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간의 회동에서, 각 당 대표들은 모두발언을 통해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각자 결이 다른 접근법을 내놨다.

대체적으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한일 정상회담 등 대통령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사태 장기화를 각오하고라도 정치권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정부의 대일 강경 기조에 힘을 싣는 한편, 특사 파견 등에는 다소 소극적 입장을 보였다.

"초당적 대응" vs "한일 정상회담"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회동 모두발언에서 "초당적 합의 이뤄야 할 사안은 일본의 경제침략 문제"라며 "이럴 때일수록 초당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야당도 정부 대응에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에 희망을 드리겠다는 것은 여야가 다르지 않다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이 경제 전쟁이 제가 보기엔 쉽게 안 끝난다"며 "어차피 한 번 건너야 할 강이고 넘어야 할 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 대책을 안 세우면 우리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추경안이 빨리 통과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가능하면 내일 초당적으로 결의해서, 추경안이 꼭 심의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도 추경 및 부품·소재산업 예산 처리를 당부한 바 있다.

평화당·정의당은 문 대통령과 민주당과 비슷한 기류였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이번에야말로 일본을 올라설 수 있는 기회"라며 "여의도에는 정쟁이 있지만 지금 이 자리에는 애국이냐 매국이냐 두 개의 길만 있다"고 정부의 대일 강경론에 힘을 보태면서 "바늘귀에 실을 여러 개 꿸 수 없다. 하나의 실만 꿴다. 일사불란해야 한다. (오늘 이 자리는) 대통령께 힘을 싣기 위한 자리"라고 했다.

정 대표는 협상 필요성을 강조하며 "조속히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 특사를 파견하는 게 필요하다"면서도 "정부 특사와 함께 민간 특사가 필요하다. 이낙연 총리를 (보내자는 얘기를) 손 대표가 말했는데,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기획했던 최상용 대사 같은 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일 정상회담이나 총리 방일보다는 격을 낮춘 방안을 말한 셈이다.

정 대표는 또 "내일 국회 본회의에서 경제보복 규탄 결의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며 "추경안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국회 본회의 처리를 위해선) 국방장관 해임건의안 등은 여당이 양보해야 한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아예 "아베 정부의 보복은 시대착오적"이라며 "결연한 의지로 맞서야 한다. 말이 아니라 행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우방국 명단)에서 제외하겠다고 하는데, 일본이 실제 이런 조치를 취한다면 일본이 한국을 안보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므로 안보·군사협정 페기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경 발언을 했다.

심 대표는 "안보 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나라에 군사정보를 어떻게 제공할 수 있나"라며 "1년 단위로 연장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파기하려면 8월 23일까지 통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명분이 있다"며 "(이는) 미국의 협력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하고, WTO 제소도 추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심 대표는 대일 특사 파견에 대해서도 "특사, 반대하지 않지만 조건이 있다"며 "우리가 (특사를) 파견하면 일본도 파견하는 상호 교환 조건이 전제될 때 검토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에) 이용당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정부가 별다른 대책 없이 말로 국민 감정에 호소하고 있다"며 "조속히 한일정상회담을 추진해서 양국 정상이 마주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일본이 경제 보복을 할 꿈도 못 꾸게 경제정책의 대전환을 결단해 달라"며 소득주도성장론 폐기를 주문했다. (☞관련 기사 : 文대통령 "초당적 대응해야"…황교안 "한일 정상회담 하라")

바른미래당도 일본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당과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제 자신 한일회담(반대 투쟁)으로 정치를 시작한 사람이지만 한일은 끊을 수 없는 관계"라며 "반일감정에 호소하거나 민족주의 대응으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일본 정부의 잘못이다. 즉각 철회해야 한다"면서도 "한편 우리는 일본이 방향을 전환할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하고 "징용자 배상 대책부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외교적 해결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한일 간 경제 보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해 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촉구하고 "일본에 전문성과 권위 있는 특사를 보내 현안 해결에 물꼬를 터 달라"고 제안하며 "이낙연 총리 같은 분(이 좋다)"고 총리 방일을 건의하기도 했다. 손 대표는 "한일 관계 원로, 외교관, 전문가로 구성된 범국가적 대책회의를 만들어 일본과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제안도 했다.

황 대표와 손 대표가 나란히 소득주도성장 폐기를 주장한 부분도 눈에 띄었다. 손 대표는 "송구하지만 경제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이 철학을 바꿔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한다"며 "경제는 시장에서 이뤄지고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예산으로 일자리를 만든다는 생각은 버려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은 폐기돼야 한다"며 "시장 우선, 친기업 정책으로 철학을 바꿔 달라"고 주장했다.

일본 문제 외에는 무슨 얘기 나왔나…회동 이모저모

대통령과 5당 대표 회동이 1년 4개월 만에 열린 만큼, 일본 문제 외에 다양한 의제들도 나왔다. 이해찬 대표는 남북관계와 관련해 5당 공동으로 방북단을 편성하자는 제안을 했다. 황교안 대표는 "여당과 정부는 적폐 청산을 하겠다면서 '내로남불'이 끊이지 않는다. 과연 이게 협치가 잘 되겠느냐"고 여권에 대한 불만을 전하기도 했다.

정치제도 개혁을 강하게 주장해온 야3당으로부터는 선거제 개편, 개헌 관련 요구도 나왔다. 손학규 대표는 "청와대는 국회를 존중해야 하고, 청문회를 요식행위로 생각하고 무시하면 안 된다"고 인사청문회 관련 상황을 비판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 개편은 의지를 갖고 처리해 주시고, 개헌에 착수해 달라"고 요구해 눈길을 끌었다. 손 대표는 "개헌을 위해 범국가 적인 개헌특위를 만들어 달라"면서 "(작년에) 대통령이 개헌안을 제출했지만 국민들의 개헌에 대한 요구와는 동떨어진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대표도 "개헌의 골든타임이 지났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할 수 있다"고 개헌을 강조하며 "연동형 선거제가 마련되면 원 포인트 개헌에 착수한다는 것이 한국당을 포함한 5당 원내대표 합의였다. 대통령께서는 2년 전 선거제 개혁에 합의하면 분권형 개헌도 동의하겠다고 말했는데 그 말씀이 유효한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도 "대통령이 되셔서도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성원해준 것에 감사드린다"고 문 대통령에게 인사말을 건네며 "정개특위를 다음 주부터 가동해서 8월 말까지는 특위차원의 개혁안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심 대표는 특히 황 대표를 콕 집어 "황 대표가 생각의 틀을 바꿔서 한국당까지 함께 참여하는 선거제 개혁(이 되길) 바란다"고 하기도 했다.

심 대표는 그밖에 "노동 존중 사회를 약속한 대통령이 노동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기업들은 (ILO 비준 유예 등이) 자영업자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데, 진짜 중소기업을 위한 것이라면 단가 후려치기부터 잡아야 하고, 임대료를 잡고 프랜차이즈 횡포를 잡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어렵다고 한다면 고임금에 대한 속도조절은 왜 필요하지 않은지 정치권의 책임있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자신이 발의한 최고임금법, 일명 '살찐 고양이법' 홍보에도 나섰다.

정 대표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정 문제를 언급하고, 정부가 피해자 지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손 대표와 정 대표는 대통령과 각 당 대표 회동의 정례화도 요구했고, 정 대표는 '12월 이전에 한 번 더 하자'고 시기까지 제안했다.

한편 황 대표는 "대승적 차원에서 대통령과 당 대표들의 회담을 제안했다"며 이날 회동 성사가 자신의 전향적 제안으로 이뤄진 것임을 언급하는가 하면, 과거 국무총리 및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청와대를 드나들었던 경험을 다른 참석자들 앞에서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회동 전 사전 환담 장소에서 정 대표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자 "전화 통화가 가능한가 보죠? 전에는 안 됐었던 것 같은데"라고 말하거나, 이 대표에게 "가끔 (청와대에) 들어오시나요?"라고 묻고는 환담장 밖을 가리키며 "국무회의를 저 끝에서 했었는데"라고 말하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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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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