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아랍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쌓고 있는 ‘21세기판 만리장성’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 중동세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지금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를 6백여km의 감시탑과 콘크리트 장벽으로 봉쇄하는 공사를 진행중임에도 불구하고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만을 강력하게 비난했기 때문이다.
***부시, “팔레스타인 지도자, 다른 사람들의 선한 행동 파괴”**
부시 미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이라크 문제와 함께 중동문제를 언급, “모든 당사자들의 의무 준수”를 강조하면서도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수반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은 민주화되고 있는 이라크를 모범으로 따라야 하며 팔레스타인의 대의명분은 증오를 부추기고 다른 사람들의 선한 행동을 파괴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하는 지도자들에 의해 배신당하고 있다”면서 아라파트 의장의 교체를 요구했다.
하지만 부시의 이런 태도는 중동평화로드맵을 되살리자는 취지로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유엔, EU 등과 함께 개최할 회담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현재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인 서안지구를 봉쇄하기 위해 60여m의 폭과 7.5m 높이의 콘크리트 장벽과 참호, 감시탑, 카메라 전기감지장치 등을 설치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활공간을 파괴하고 있는 데도 이에 대해 부시는 한마디 거론도 하지 않은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가산 카티브 노동장관도 23일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부시가 언급하고 있는 증오는 이스라엘의 폭력과 점령의 결과”라고 항변했다.
***“이스라엘, 폭 60여m, 높이 7.5m 콘크리트 장벽으로 팔레스타인 거주지역 봉쇄"**
워싱턴포스트지는 23일(현지시간) 이와 관련,“이스라엘 장벽은 안보와 정치가 결합된 것”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이스라엘이 건설 중인 ‘보안장벽’ 현장을 둘러보고 현지 반응과 파괴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활공간을 전해주면서 점증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을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지가 전하고 있는 장벽의 규모는 충격적이다.
13억 달러가 소요돼 이스라엘 역사상 최대 공사인 보안장벽은 그 폭이 55m에서 90m에까지 이르며 높이는 7.5m에 달하고 있다. 장벽은 기본적으로 콘크리트로 건설되고 있으며 참호, 감시도로, 철조망, 감시탑, 카메라 전기감지장치가 갖추어져 있는데 서안지구 주위 6백40km를 둘러싸게 된다. 현재 서안지구 북쪽과 예루살렘 부근에 1백50여km가 완공된 상태다.
이 장벽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 정부가 1967년 이스라엘과 아랍지역간 확정된 휴전선인 ‘그린라인’을 침범해 팔레스타인측 전체 영토의 2%를 빼앗아 가면서 이스라엘 정착촌을 보호하고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마을 한 가운데로 가로질러간 장벽으로 인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생업터를 잃어버리고 있으며 장벽에는 매우 적은 수의 출입구만이 건설돼 있어 팔레스타인 주변지역의 도시기능은 마비돼 가고 있다. 게다가 이마저도 이스라엘 측에서 경비를 서고 있어서 출입도 자유롭지 못하다.
팔레스타인 자살폭탄테러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건설한 ‘보안 장벽’이 오히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는 ‘증오 장벽’으로 변하고 있는 아이러니의 현장이다.
다음은 “이스라엘 장벽은 안보와 정치가 결합된 것”이라는 제하의 워싱턴포스트 기사 전문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이스라엘 장벽 르포**
후세인 요셉 셀먼(43)은 팔레스타인 사람으로 학교선생님이자 농부다. 셀먼은 그의 농지를 집어삼키고 온실을 망쳐놓으면서 우물에도 다가가지 못하게 막아놓은 거대한 장벽을 바라보았다. 이 방벽(防壁)은 셀먼 가족이 인근 도시인 칼키야에 있는 학교, 병원, 시장 등에 가는 것도 가로막고 있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인 서안지구를 분리하고 팔레스타인의 공격을 막으려 장벽을 건설 중에 있다.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 내 한 도시인 헤블라에서 이 장벽은 서안지구 안쪽으로 1.6km 들어와 있다. 셀먼은 장벽 안쪽 팔레스타인 지역에 있는 나머지 온실을 가꾸면서 “이것이 우리와 그들 사이에 적개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3천5백명이 거주하고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인 엘카나에서 8km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는 마셀 갠스는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장벽이 서안지구로 약 3.2km 들어갔다는 사실에 반가와 했다. 갠스는 엘카나시 정부위원회 의장인데 “새로운 방벽으로 우리는 지난 3년간 8백50명의 이스라엘 사람을 죽인 팔레스타인 사람들로부터 보호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 장벽이 그들 영토를 잠식해 들어간다고 불평한다면 그들 스스로 이런 일을 초래했다는 것을 기억해야만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들은 아무것도 아닌 일들에 야단스럽게 떠들어대고 있다”고 말했다.
16개월 전에 시작된 장벽 건설은 처음에는 1억2천만 달러 정도의 비교적 규모가 작은 공사였으나 이제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비용이 많이 들고 규모면에서 최대면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공사가 돼버렸다.
총 13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장벽과 참호 ,도로로가 갖추어지고 그 폭이 55m에서 90m에 이르며 7.5m 정도의 높이를 갖추게 되는데 이 콘크리트 장벽에는 또 철조망, 감시탑, 카메라 전기감지장치가 설치돼 서안지구 주위로 6백40km를 둘러싸게 된다. 이 장벽은 이스라엘 정착촌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떤 장소에선 팔레스타인 쪽으로 수km 들쑥날쑥 들어가기도 했다.
이미 일 단계 구간은 완공돼, 서안지구 북쪽에서 예루살렘 부근에 1백55km가 만들어졌다. 이스라엘 보안 담당 관리들은 “팔레스타인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하는 사람들 가운데 75%는 이 국경을 넘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예루살렘의 북쪽과 남쪽에도 이미 19km의 장벽이 만들어졌다.
곳곳에 설치된 이 장벽은 1만9천명이 거주하는 10곳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둘러싸기 위해 서안지구 안쪽으로 5km나 들어가기도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1967년 이스라엘과 아랍지역간 확립된 휴전선인 ‘그린라인’을 침범해 팔레스타인쪽 75평방km 땅이 이스라엘측으로 넘어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인권단체와 서안지구 소식통에 따르면 이 땅은 서안지구 전체의 2%에 해당하고 적어도 13개의 팔레스타인 마을과 1만2천명이 거주하던 곳이었다. 지금까지 장벽 건설로 인해 10만 그루의 팔레스타인 쪽 올리브 나무와 감귤나무가 훼손됐고 75에이커의 온실, 37km의 관계수로가 파괴됐다.
이 건설계획은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에서 끊임없이 문제가 돼왔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에 “이 장벽이 서안지구를 둘러싸고 건설됨으로써 서안지구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안정적인 상태를 만들기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아리엘 샤론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내각은 다음단계의 건설구간이 서안지구 쪽으로 20km 나아가도록 할지에 관한 결정을 연기했다. 그 지역 장벽의 이스라엘 측에는 약 2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부시행정부는 그 계획에 우려를 나타내며 지난주에 이 계획과 관련된 이스라엘에의 차관제공을 삭감할 수 있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내각이 최종 결정을 할 때는 정치적인 강한 압력이 들어올 테지만 우선 이 달초에 국방장관은 그린라인에 보다 가까운 경계선을 확정했다.
이스라엘 정부의 장벽 건설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그린라인을 지키지 않는 장벽건설이 바로 샤론 총리가 이스라엘과 서안지구사이의 정치적 경계선을 독단적으로 다시 그리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더 나아가 다른 팔레스타인의 국가를 상정하고 있는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인권단체인 비티살렘(B'Tselem) 분석가인 나지브 아부 로카야는 “영토를 손에 넣고 그린라인을 파괴하는 것이 정책결정자들이 장벽을 건설하기로 결정할 때 의도했던 생각”이라고 말하면서 “최근의 장벽 건설은 영토를 빼앗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국방부의 장벽 계획을 주도했던 넷차 마시아에 따르면 “우리는 안보상 이유로 땅을 점유하기 위해 법률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 법률은 매우 분명한 것”이라며 “안보 문제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 이 땅은 다시 원주인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장벽 계획은 너무 광대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고 말한다. 샤론 총리의 고위 보좌관인 도어 골드는 최근 “만일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과의 협상과정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다면 이 분리 장벽은 정치적으로 영원한 경계선으로 바뀔 수 있다”고 쓰기도 했다.
보안장벽의 신속한 완공을 옹호하고 있는 조직을 이끌고 있는 우지 다얀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위원회 의장은 “1990년대 중반이후 58km의 장벽으로 가자지구를 둘러쌌더니 과거 3년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쪽으로 단 한 명의 팔레스타인 자살폭탄테러범도 들어오지 못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가자지구는 장벽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보여줄 수 있는 분명한 보기”라는 것이다.
2000년 10월 여당이었던 노동당이 장벽건설을 제안했을 당시에는 상당히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어떤 사람은 “이 장벽은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에 대한 침해”라고 주장했고 다른 이들은 장래 팔레스타인 국가의 경계선을 잠재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일부 이스라엘 사람들이 성서에 입각해 자신들의 땅이라고 주장하는 영토를 포기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당시샤론과 그의 리쿠드 당도 “이 건설계획은 팔레스타인 테러리즘에 대해 국가건설로 보상하는 것이 된다”면서 반대했었다.
샤론이 2001년 2월 총리로 선출된 이후 팔레스타인 자살폭탄공격이 연이어 터져 수백명의 이스라엘인들이 죽어 장벽 건설을 지지하는 대중 여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샤론의 정치동맹세력도 “샤론은 장벽 건설 이외의 다른 선택은 없다”고 인정하기 시작했고 결국 샤론 내각은 2002년 4월 이 계획을 승인했다. 건설은 두 달 후 시작됐다.
노동당 지도자들은 장벽이 그린라인을 따라 건설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착촌 확대를 원했던 샤론 총리는 서안지구안쪽으로 장벽건설 노선을 결정해 팔레스타인인들과의 협상을 기피하면서 이스라엘 정착촌을 확대했다.
이스라엘 정착민 단체를 이끌고 있는 예샤(Yesha) 위원회 의장인 아디엘 민츠는 “장벽이 서안지구 안쪽으로 들어오기 시작하자 정착민들과 종교단체들은 가능하면 많은 정착촌이 이스라엘 쪽에 들어서도록 노선이 그려지길 바랬다”고 말했다.
지난 달 팔레스타인 환경단체인 펜곤(Pengon)은 자료를 배포해 “이 장벽은 가능하면 팔레스타인 마을 쪽으로 붙어서 건설됨으로써 비옥한 농토와 우물이 이스라엘 측으로 들어오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장벽을 따라 위치해 있는 51곳의 팔레스타인 마을 가운데 21곳이 장벽으로 인해 그들 농지에서 떨어지게 됐고 27곳의 마을은 5백 에이커 이상의 땅을 잃거나 쪼개지게 됐다.
칼킬라 남부 약 2백명이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거주지인 알-다바에서 농사짓고 있는 아베드 하피즈 오데(58)는 “우리는 감옥에 살고 있다”고 항변했다. 알-다바는 이스라엘 정착촌인 알페 메나셰에 붙어있었는데 보안장벽으로 인해 서안지구에서 분리됐다. 이미 이 곳 주민들은 이스라엘 쪽으로 들어가는 게 금지돼 오데를 비롯한 주민들은 서안지구로 들어갈 수도 없게 됐다.
70여m에 이르는 철조망과 참호, 도로 및 장벽으로 인해 오데와 그의 형제들은 서안지구에 있는 그들의 올리브 나무 농장과 우물에 다가가지 못하게 됐다. 그들의 아이들도 장벽 건너편에 있는 학교에 더 이상 다닐 수가 없게 됐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팔레스타인 정부는 장벽을 넘어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기본적인 사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완공된 장벽에는 41개의 출입문이 있어서 팔레스타인 농부들은 필요하면 그들의 땅에 들어가도록 허용되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들은 또 “장벽에는 10개의 통로가 있어서 자동차와 도보 여행객들이 드나들 수 있으며 상품교류를 위해서 5개의 통로가 마련돼 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측이 이 문들을 통제하는 한 작동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펜곤의 ‘아파르트헤이드 장벽운동’의 지역 담당자인 압둘라티프 칼레드는 ”2천8백명이 거주하고 있는 제유스 마을은 주민들 농토의 3분의 2인 2천1백50 에이커에서 나뉘어졌는데 이스라엘 병사들은 최근 10일 내내 출입문 통과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칼킬라의 마루프 자흐란 시장도 “문은 있다. 하지만 문 열쇠는 이스라엘 주머니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4만2천명이 거주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요 도시인 칼킬라는 주변 32개 마을의 중심이다. 이 곳에는 9만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칼킬라의 보건교육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 도시는 15km의 장벽과 감시대로 완벽하게 둘러싸여 있어서 인적 물적 교류를 위해서는 단 한 개의 통로만이 존재하고 농사짓기 위해서는 두개의 문만이 존재한다. 자흐란에 따르면 9백38 에이커의 농지에 들어가기 위해서 농부들에게는 단지 13번의 통과가 허용되고 장벽 건너편에 있는 우물에 접근하는 데는 19번만 부여된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칼킬라는 이스라엘 쪽에 매우 가깝기 때문에 특별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공보관은 “30명의 이스라엘 사람을 죽인 공격을 일으킨 팔레스타인자살폭탄테러범이 칼킬라 출신”이라고 말했다.
“만일 당신이 우리와 그들 사이에 놓인 장벽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면, 그래 좋다. 그것을 그린라인을 따라서 건설하라, 그러면 우리는 전혀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고 자흐란은 말했다.
“하지만 장벽을 우리 마을 안쪽으로 건설한다면, 우리 도시를 빈민가로 만들어 버린다면, 우리 경제를 초토화시킨다면 ,우리 농토와 우물에 다가가지 못하게 한다면, 우리는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더 많이 감행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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