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투병 파병에 반대하는 국민이 10명 가운데 6명에 달할 정도로 파병 반대 여론이 높은 것으로 재차 확인됐다.
***“열명 가운데 여섯 명 파병에 반대”**
KBS가 20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20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전투병의 이라크 파병 반대가 60.5%로 나타나 찬성응답 39.3%를 21% 포인트 이상 크게 앞질렀다. 20대부터 40대까지는 반대의견이 ,50대이상 고연령층에서는 찬성의견이 많아 세대간 의견차도 뚜렷했다.
파병반대 이유로는 명분없는 이라크전과 국군의 인명피해 우려가 가장 많이 꼽혔고, 찬성이유로는 미국과의 동맹관계 고려가 가장 높았다.
하지만 다국적군 파견에 대한 유엔 결의안이 통과될 경우에는 파병찬성이 51.3%로 ,파병반대 46.7%보다 근소한 차로 앞질러, 유엔 결의를 파병 결정 기준으로 삼는 국민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투병 파병과 국익과의 관계에 관해서는 파병찬반에 관계없이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64%, ‘도움이 안 된다’는 응답이 34.5%로 조사됐다.
정부와 대통령의 태도에 대해서는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59.9%로 가장 높았고, 국론분열을 막기 위해 조속히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응답은 21.1%에 그쳐, 한나라당과 보수언론 등의 '대통령 조기 결단' 주장이 소수의견에 불과함을 입증했다.
***MBC,"시간 걸리더라도 충분한 논의 거쳐야"**
MBC도 20일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천54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라크에 전투병을 파병하는 것에 대해 반대가 55%, 찬성이 42%로 나타나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파병에 반대하는 이유는 ‘우리 군인들이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가 34%, ‘미국의 침략전쟁이기 때문에’가 21%, ‘파병 비용 부담이 있기 때문에’가 15% 였다.
유엔 결의에 따른 다국적군의 일환으로 파병하는 것에 대해서는 46.7%가 찬성하고 47%가 반대해 찬반의견이 비슷했다.
파병 결정시기와 관련해서는 조기에 결정해 국론분열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은 30%인데 반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 68%로 더 많았다.
***유엔 결의 통한 다국적군 파병에도 61.4%가 반대**
한겨레신문도 지난 19~2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 플러스’에 의뢰해 전국 20살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라크에의 전투병 파병과 관련 조사 대상자의 13%가 ‘적극 반대’, 44.5%가 ‘반대하는 편’이라고 응답하는 등 모두 57.5%가 파병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적극 찬성’ 4.5%, ‘찬성하는 편’ 33.7% 등을 합쳐 38.2%로 조사됐다.
또한 앞의 KBS나 MBC 조사방식과는 달리,‘다국적군은 유엔 평화유지군과 달리 유엔의 감독 없이도 무력사용이 가능하다’며 유엔 평화유지군과 다국적군의 차이점을 설명한 뒤 유엔 안보리 결의 뒤 다국적군 형태로 전투병을 파병하는 것에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역시 반대 61.4%, 찬성 32.4%로 반대의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차이점을 설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한 결과는 찬성 51%-반대 44%로 근소하게 찬성의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앞으포 파병의 기준이 애매모호한 '유엔결의' 대신 '다국적군'이냐 '유엔평화군'이냐가 큰 변수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라크에 전투병 대신 공병단과 의무부대 등 비전투병을 추가로 파병하는 것에 대해선 찬성 64.9%, 반대 30.4%로 나타났다. 이는 전투병 파병에 따른 무력충돌과 인명 손실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이 많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국민투표로 결정해야" 압도적**
전투병 파병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인 57.7%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고 ,36.1%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러나‘파병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보면서도 전투병 파병에는 반대’하는 응답자가‘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자의 3분의 1이상인 22.3%를 차지해 전투병 파병 결정에서 국익이 그리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이라크 전투병 파병을 결정할 때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국회동의 후 국민투표를 거쳐 최종 결정해야 한다’는 대답이 56.9%로 ‘국회동의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 39.5%보다 우세했다.
한편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지지한다’는 응답이 15.4%인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80.9%로 나타나 비판적인 시각이 압도적이었다. 지난 3월 29일 조사에선 지지가 24.6%, ‘지지하지 않는다’는 대답은 73.7%였다.
***보수언론, "국민정서 섬길 필요없다. 노대통령 파병 결단내려라"**
이처럼 파병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미국의 파병요구 직후부터 '파병 불가피론'을 펴온 보수언론들이 "파병의 기준은 '국민정서'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나서기 시작해 주목된다.
보수논객으로 유명한 김경원 사회과학원장 겸 고려대 석좌교수는 22일자 중앙일보에 기고한 '여론으로 파병문제 못 푼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정부는 '여론수렴'을 약속하면서 신중론만 펴고 있으나 문제는 중요한 안보.외교 문제를 여론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옳은 방법인가 하는 데 있다"며 "파병 문제에 대한 여론이 찬반으로 갈라지는 것은 확실하나, 그러면 여론조사 결과 몇 %라도 앞선 편의 주장을 채택해야 하는 것이 '여론수렴'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김원장은 "우리는 너무 지나치게 '국민정서'를 섬기는 것이 아닌가 한다"며 "여론을 추종하는 행동이 가장 큰 위험을 가져다 주는 분야는 바로 안보와 외교 분야다. 왜냐하면 우선 안보와 외교 분야에선 일반 국민이 보통 의식하지 못하는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런 사건들의 의미를 이해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햇다.
그는 "요사이 사람들은 모든 대외 협상이 철저히 투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비밀협상이 반드시 필요한 때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정책 결정자가 너무 여론에 의존하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며 "과거에 외교 분야에서 뛰어난 공적을 남긴 지도자들, 예를 들면 윈스턴 처칠이나 해리 트루먼 같은 사람들은 모두 여론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소신에 따라 행동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김원장은 이어 "결국 추가 파병 문제는 지도자(Leader)가 지도(Lead)를 해야 문제가 풀릴 수 있다. 그러니까 지도자는 자신의 판단을 밝히고 국민에게 이를 설득해야 한다"는 '대통령 소신론"을 폈다.
그는 이같은 '대통령 소신론'이 '파병불가피론'에 기초하고 있음을 스스로 드러내기도 했다.
김원장은 "파병 문제에 대해 특히 우리가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는 만일 우리 정부가 미국의 파병 요청을 거절했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겠는가 하는 문제"라며 "파병하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이 한.미관계를 포함해 모든 것이 지금까지 있었던 대로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중대한 오산이 될 수 있다"고 미국의 보복을 우려했다.
그는 따라서 "미국이 파병을 요청한 이상 앞으로의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의 파병 요청을 거절한다면 상당한 연쇄반응이 있을 것으로 내다봐야 한다"며 파병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우리 정부는 '여론'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능동적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며 노대통령이 여론에 무시하고 파병을 결정할 것을 촉구했다.
김원장의 이같은 글은 "대중은 무식하다"는 '우중(愚衆)론'에 다름아니며, 이같은 글을 중앙일보가 실은 것은 미국의 무지막지한 파병 요구에 대한 국민 반발여론이 높은 데 따른 또하나의 '파병논리 개발'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이밖에 매일경제신문도 22일 이라크에 1만2천명의 병력을 파병하고 있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서울 특파원의 기고문 '파병, 세가지 실익이 있다'는 글을 싣는등 대다수 보수언론들은 파병 반대여론을 희석시켜 노대통령의 파병 결단을 촉구하는 글을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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