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수 폭행 사태 이후 부안 상황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엄중 대처를 지시한 데 이어,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이 4천여명의 경찰을 현지에 추가 투입하면서 부안이 '준계엄' 상태로 돌입했기 때문이다.
***경찰 4천여명 부안에 추가 투입**
경찰청은 9일 전ㆍ의경 38개 중대 4천여 명을 현지에 추가 투입해 폭행가담자 색출과 사태악화 방지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부안에는 기존의 22중대에 합쳐 총 60개 중대 7천2백명이 주둔하게 됐다. 이같은 병력은 부안군 인구인 7만5천여명의 10분의 1 수준이고, 부안에 13개의 읍면이 있는 것을 고려했을 때 1개 면에 약 5백50명의 경찰 병력이 주둔하는 셈이다.
경찰청은 앞으로 핵폐기물처리장 유치를 찬성해 왔던 인사들을 보호하고 부안군청 등 주요 시설물에 대한 경비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 앞으로 경찰청은 그동안 묵인해 왔던 미신고 집회는 전면 불허하기로 했으며, 불법ㆍ폭력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 대처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경찰은 9일 새벽에 10개 중대 1천3백여명을 동원해 주민들이 대규모 집회장소로 이용해 왔던 수협앞 4거리의 연단을 전격 철거했다.
***김두관 장관, 부안군수 위문**
경찰력 투입을 지시한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은 이날 정오무렵 전북대병원에 입원한 김종규 전북 부안군수를 찾아 위로했다.
최기문 경찰청장과 함께 병실을 찾은 김 장관은 "뭐라고 말할 수 없이 죄송하다"면서 "잘 처리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 청장도 "경찰 진입이 늦은 것에 대해 죄송하다"면서 "사찰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불가피했다"고 양해를 구했다.
병실을 나선 김 장관은 기자들에게 "부안 시위가 평화적인 형식을 띠고 있지만 평화적인 것이 아니다"면서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동안 공권력은 유연하고 탄력적인 대응을 해왔다"면서 "앞으로 38개 중대를 추가 파견, 모두 60개 중대로 부안 치안을 유지하고 치안이 유지되면 부안군민과 대화할 것"이라고 말해 당분간 대화 거부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또 "평화적인 집회는 허용하겠지만 불법 집회는 엄단하겠다"면서 "어제 김 군수 폭행에 가담한 주동자들을 색출, 검거토록 지시했다"고 강경대응 입장을 밝혔다.
***대책위, "정부 강경책에 대해 장기항전할 것"**
이에 대해 '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민 대책위'는 9일 새벽 "김종규 부안군수 폭행 사태의 모든 책임은 김군수 및 정부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가 강경책으로 일관한다면 장기항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정부가 대화 운운하면서 집행 중단키로 한 특별교부세 1백억원 지원, 부안특성화고교 육성 발표 등 이전보다 강력한 유치활동을 전개하고 있고 200억원 현금 지원설을 또 다시 유포하며 돈으로 민심을 사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이는 맨몸으로 협상하러 간 대책위를 총칼로 위협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또 대책위는 "정부가 이번 불상사와 관련, 여론몰이를 통해 폭력사태로 몰아가거나 주민들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또 다른 물리적 마찰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칼자루를 쥔 노무현 정부가 부안군민들을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부안군민은 결사항전의 자세로 장기전을 준비하고 민심을 잃은 참여정부는 간판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정부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정부-부안군민 대립 불가피**
정부와 부안군민의 대립은 앞으로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책위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핵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주민들에게 핵폐기물처리장의 안정성을 설득하고, 의사결정과정이 적합했음을 이해시킨다"는 입장이어서, 어느 한쪽이 양보를 하지 않는 이상 협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군수 폭행 사태로 여론이 대책위와 부안 주민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고, 정부 역시 이런 점들을 의식해 9일 새벽에 대책위가 정부에 대해 전향적인 해법을 촉구한 것을 전면 거부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엄중 조치 방침을 지시하고, 준계엄령에 준하는 경찰 병력이 부안군에 증파된 것은 그 단적인 예이다.
한가위 때 잠시 소강사태를 맞더라도 그 이후 정부와 대책위를 중심으로 한 부안군민의 정면 대결은 불가피하게 되었다.
'준계엄'을 방불케 하는 게 지금 부안의 24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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