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규 전북 부안군수가 8일 핵폐기물처리장 유치에 반대하는 주민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해 중상을 입고, 주민과 경찰 50여명이 부상을 입는 등 부안 사태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김종규 부안군수 집단 폭행당해**
8일 김종규 부안군수가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 내소사를 찾았다가 오후 4시10분부터 15분여 동안 흥분한 주민들에게 몰매를 맞고 쓰러졌다. 김군수는 코뼈가 부러지고 얼굴과 갈비뼈에 금이 가는 중상을 입었으며 폐에도 피가 고인 상태다. 김군수는 절을 방문한 지 7시간만인 오후 7시20분경 경찰 2천여명이 30여분 동안 진압작전을 편 끝에 절 바깥으로 나와, 전주시내 전북대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날 김군수와 동행했던 문화관광과장과 사복경찰관 7~8명도 주민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주민들은 군수의 관용 승용차의 유리창을 부순 뒤 방화를 기도하고, 차를 뒤집기도 했다.
한편 내소사에 경찰 병력이 투입되는 과정에서 주민 20여명도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전북 인터넷 신문 참소리에 따르면 경찰과 대치 과정에서 머리가 깨지고 코뼈가 완전히 함몰되는 부상을 주민들이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수 폭행, 오전부터 예견된 사건**
주민들에게 군수가 폭행되는 8일 불상사는 이미 오전부터 예견되어 있었다.
김종규 부안군수는 8일 오전 10시30분경 내소사 혜산 큰스님과 '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민 대책위' 공동대표이자 주지인 진원 스님을 만나러 갔다. 정부정책에 대한 협조를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김군수가 이날 내소사를 찾아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군민들은 오전부터 5백여명이 모여 내소사 안팎에서 군수와 면담을 요구했다. 주민들은 곧 1천여명까지 늘어났고 차량으로 절 입구를 막고, "매향노 군수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절 안팎에서 외쳤다.
10시30분경부터 혜산 큰스님과 대화를 나눈 뒤 점심을 먹고 오전 11시40분경 절을 나서려던 김군수는 사찰 입구를 막고 서있는 주민들 때문에 발이 묶였다. 이때 대책위는 주민들에게 "추석 전인 데다 장소가 종교 시설이라 마찰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자제를 부탁하고, 김군수에게도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며 "자리를 피할 것"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군수는 대책위의 충고를 무시하고 "정정당당하게 나가겠다"면서 오후 3시30분경 주민과 대화를 시도했다.
김군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주민들은 "핵폐기장을 계속 하겠느냐"면서 항의했고, 일부 학생들도 울면서 "핵폐기장 유치 철회"를 호소했다. 그러나 김군수는 "나도 여러분만큼 부안을 사랑한다"면서 "돌을 던지려면 던지고 계란 세례를 하려면 하라"며 핵폐기물처리장 백지화 불가 방침을 밝혔다. 이때부터 흥분한 주민들이 군수에게 달려들어 약 2분여 동안 멱살을 잡는 등 폭행이 있었다.
김군수는 약 10여분 후 다시 대화를 재개했으나 흥분한 주민들 때문에 대화가 안되자 곧 자리를 뜨려 했고, 이 순간 주민들이 군수 일행에게 달려들어 주먹과 발길질을 퍼부은 것이다. 약 15분 가량 폭행을 당한 김군수는 오후 5시쯤 주민들에게 법당 앞으로 끌려 가 잠시 억류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규현 신부와 김인경 교무가 오후 6시20분부터 주민 설득 작업을 벌였으나 흥분한 주민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후 경찰은 15개 중대, 2천여명의 병력을 내소사 주변에 배치한 후 6시50분부터 진압작전에 들어가 김군수를 빼내 전북대 병원으로 옮겼다.
***부안군민 1천여명, 부안군청앞 시위 계속**
한편 내소사를 나온 부안군민 1천여명은 부안군청앞과 부안읍 수협 4거리 등에서 밤 늦게까지 시위를 계속했다. 이 때 경찰들이 수협 4거리에서 부안군청으로 행진하려던 주민들을 막아 또 한 차례 대규모 충돌이 있었다.
참소리에 따르면, 이때 경찰차 한대가 민간인 차량을 들이받고 도주하는 일이 발생하자, 흥분한 주민들이 경찰차를 막아 세워 불을 붙였고, 이 불길이 전경버스에 옮겨 붙어 차량 두 대가 불에 탔다. 주민들은 10시40분경 자진해산했다.
***대책위, "정부 밀어붙이기-김군수 고집이 불상사 자초"**
대책위는 "피할 것을 권고했는 데도 김군수가 고집을 부려 오늘 불상사를 자초했다"면서 "정부가 계속 밀어붙인다면 더 불행한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안 주민들 사이에서는 '음모론'까지 나돌아 흉흉한 분위기다.
참소리가 주민의 말을 인용한 것에 따르면 "부안 군수가 부안군에 지원된 1백억원으로 종교계의 사회복지 사업 문제를 거론하면서 종교계를 회유하는 것 같다"면서 군수의 내소사 방문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또 한 주민은 "오전부터 경찰 병력이 내소사 주변에 와 있는 것을 봤다"면서 "군수가 주민들이 쉽게 알게끔 공개적으로 내소사를 방문한 것도 그렇고, 흥분한 주민들 앞에 일부러 얼굴을 내민 것도 폭력상황을 유발한 것 아니냐"며 군수의 처신에 음모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경찰은 이후 이번 폭행 사태에 대해서 엄정 대처 방침을 밝혔다. 경찰은 "전담수사반을 편성, 추적수사를 벌여 엄중 조치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부안지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폭력 사태는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대책위를 비롯한 부안 주민들은 입지가 좁아질 예정이다. 이미 전 언론들이 부안 주민의 군수 폭행을 크게 다루면서, 부안 주민들의 폭력성을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책임은 '시간끌기'를 통해서 대화 분위기를 깨고 핵폐기물처리장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부에게 있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정부가 전향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부안 주민과 정부 사이에 더욱더 극한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가위 명절이 돌아왔지만, 지금 부안은 '전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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