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적으로 이라크문제로 허우적대고 있는 미국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점령비용을 국제사회와 분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다급해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유엔에다가는 다국적군 지원을 요청하고 각국에는 비용 지원을 떠넘기고 있는 형국이다.
***“미 국민 세금 부담 덜기 위해 유엔 및 동맹국과 관계 복원해야”**
뉴욕타임스는 3일(현지시간)자 사설에서 당초 예상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전후비용을 다른 국가들과 분담하기 위해 “미국은 양보 조치를 취해야 하며 미국 국민들의 세금부담을 덜기 위해서 유엔 및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미국이 당초 계획했던, 이라크 석유를 수출해 전후 복구비용을 충당하려던 계획은 “붕괴된 경제와 파괴된 석유산업, 약탈된 국유자산 등의 요인으로 인해 전쟁비용과 점령비용을 충당할 수 없게 됐으며 지금 현재의 군사비용은 이라크가 다시 국가기능을 회복하도록 하는데 필요한 일부분만을 감당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폴 브레머 미 군정 최고행정관도 “이라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석유보유국이지만 이 석유를 개발해서 이라크 재건비용을 충당하지는 못할 것이고 재건비용은 1천억 달러에 달하며 식수를 만드는 데만도 1백60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지난 주 워싱턴포스트에 밝히기도 했다.
이어 뉴욕타임스는 이라크 국가재건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추산했는데 미 국방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미 소모된 예산은 4백50억 달러에 이르며 매주 10억 달러씩 소요되는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앞으로 5년간의 주둔비용이 3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신문은 필요한 비용이 이에 그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우선 대출금액에 대한 이자가 매월 증가하고 있으며 이후 2년간 구호기금으로 50억 달러, 이라크 정부 직원 연봉으로 80억 달러, 공공시설과 의료시설 복구를 위해서 70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이라크가 상환해야 하는 외채가 3천5백억 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1백만명에 달하는 이라크 난민을 정착시키는 데도 30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보았다. 이것만으로도 3천7백3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라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수 십 년간의 부패와 경제 침체, 생산력 감소 등으로 이라크 재건과정은 적어도 10년 이상 걸린다는 문제”라고 신문은 전망했다. 또 이라크는 사법제도와 세수제도 및 선거제도의 복구도 필요한데 미국과 유엔은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는데 10년 동안 적어도 2천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특히나 이라크에 장기대출을 해줄 수 있는 기구들인 세계은행이나 유엔이라크발전기금, 아랍발전기금, 유럽연합원조프로그램 등은 이라크가 법률체제와 금융제도 등의 국가체제를 복구해야지만 대출을 해줄 수 있다는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 의회에 6백50억달러 예산 추가 요청”**
한편 로이터 통신은 3일(현지시간)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내 미군활동과 재건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의회에 6백50억 달러의 예산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보도하면서 “의회에 추가적인 예산을 요청할 계획이 없다던 행정부가 예산 요청을 하게 된 것은 급격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부시 행정부가 조급해졌다는 반증이다.
6백50억 달러 가운데 5백50억 달러는 이라크 등지의 군사 활동 예산으로 알려졌으며 10억 달러는 이라크 재건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예산으로 전해졌다. 또 이 가운데 10억 달러는 이라크처럼 전후 테러사태로 얼룩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지원금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스콧 맥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폴 브레머 미 군정 최고행정관으로부터 정확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듣고 있으며 이를 평가하고 있다”며 정확한 액수에 대해 밝히길 거부하고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화당원인 빌 영 미 의회 세출위원회 위원장은 수요일 백악관 모임에서 “예산액에 대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6백50억 달러는 “아마도 정확하다.”고 밝혔다.
또 통신은 올 초 7백90억 달러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지원예산을 의회로부터 받은 바 있는 부시 행정부가 예상보다 빨리 다시 요청한 이유를 “점증하고 있는 이라크 내 폭력사태와 지지부진한 재건활동에 대해 백악관과 의회의 우려가 증대되는 결과”라고 보면서 “부시행정부가 추가예산을 의회에 요청함으로써 다른 국가에 다국적군 파견을 요청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 유엔 및 유럽연합 국가들과 분담문제 협의 시작**
실지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전후 이라크 복구를 위한 유엔역할 초안에 대해서 안전보장 이사회 국가들과 협상을 시작했다. 또 미국은 3일 유럽 브뤼셀에서 유럽 연합 국가들과 세계은행 및 유엔 등과 만나 이라크 재건비용을 분담할 수 있는지 타진했다.
이 모임에서 각국은 비용을 지원함으로써 오히려 미군 주도 점령을 확고히 해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논의를 했는데 실제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반대했던 프랑스와 독일 등은 이라크재건에서 유엔의 역할 확대 없이 지원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한편 이 모임에서는 미국 주도의 연합군과는 독립적으로 유엔이나 세계은행이 각국의 지원금을 관리하는 방안이 도출되기도 했는데 “이것이 실행되더라도 미국이 원하는 만큼의 분담금이 들어올 것 같지는 않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이번 전쟁으로 인해 전세계적인 상처가 너무 깊어서 하룻밤사이에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들이 동정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분담금을 낼 수 있는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에도 이미 재정적자로 힘겨운 상황이다.
게다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아프간 경우를 들면서 분담금 문제를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보다 명분이 있었던 91년 아프간 전쟁의 경우에도 2002년 1월 45억 달러를 분담하겠다고 각국은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걷힌 분담금은 10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재정적자 문제로 부시 행정부 정치적으로 위험”**
한편 이러한 부시 행정부의 추가예산 요청은 부시에게는 정치적으로 위험한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지적했다. 또 재정적자가 사상 처음으로 5천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6백50억 달러에 이르는 추가 예산은 재정적자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한달간 휴가를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온 상하 의원들도 재건비용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 백악관을 향해 정확한 소요 예산을 밝히라고 공세를 펴고 있는 가운데 이코노미스트도 3일(현지시간)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이라크 예산 지출은 내년도 재정적자 규모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코노미스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외국 점령군들은 이라크 문제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없다”면서 궁극적으로 이라크 안보는 이라크 국민 스스로 책임지게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이 지원하고 있는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로 보다 많이 안전문제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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