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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PD, 일은 뒷전. 혈세로 가족 외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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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KBS PD, 일은 뒷전. 혈세로 가족 외유"

동행교수 '악몽의 1주일' 폭로, "나는 노예였다"

KBS-1TV의 책 소개 프로그램 'TV, 책을 말하다'의 제안으로 유럽 현지 동행취재에 나섰던 대학교수가 '취재 당시의 혈세 낭비'를 고발하는 글을 일간지에 게재,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띄우고 자체 조사에 나섰다.

***"혈세 낭비, 부끄러운 고백"**

영남대 법학부 박홍규 교수는 지난 20일 부산일보 '부일시론' 코너에 "혈세 낭비 부끄러운 고백"(대구매일에도 '전망대 : 부끄러운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기고)이라는 글을 기고, "공적으로 일한답시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탓으로 솔직히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면서 KBS 측과 함께한 유럽 현지 촬영의 혈세낭비세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박교수는 지난 21일 KBS의 'TV, 책을 말하다'에서 방영된 자신의 저서 <베토벤을 보는 또 다른 시선 : 박홍규의 베토벤 평전>의 무대가 된 유럽 현지 촬영을 제작진으로부터 제안받고 지난 7월에 유럽현지에서 촬영팀과 합류, 오스트리아 빈, 독일 본 등의 지역에서 1주일간 촬영에 나섰다.

***'악몽의 1주일'**

박교수는 칼럼에서 이 기간을 "악몽의 1주일"이었다고 토로했다. 약속장소인 현지 공항에서 꼬박 이틀을 기다려서야 만난 담당 PD는 사과 한 마디 없이 늦은 이유가 "그동안의 잦은 출장으로 공짜 비행기표가 생겨 가족을 데려오려는 데 시간이 맞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박교수는 또 문제의 담당 PD가 "촬영과 무관한 관광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며 가족의 모든 비용을 방송국 출장비로 정산하기 위해 영수증을 챙겼다"고 폭로하면서 "방송국 돈으로 가족 여행을 시켜주는 것을 노골적으로 자랑하는" PD의 행태를 '악몽'이라고 기억하며 "혈세 낭비에 동참한다는 죄의식 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박교수는 이어 처음 이틀 동안은 담당 PD의 두 살난 아기가 고열로 시달려서, 3일째에는 미리 연락을 취하지 않은 제작진 실수로 촬영을 하지 못했으며 ,이어 아기를 위해 밤늦게 외식과 한식집을 찾아 헤매었다고 지적했다.

박교수가 고발한 담당 PD의 혈세 낭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PD는 시골 사람을 폄하하면서 고급 식당에 가서 식사를 했으며 촬영을 하다가도 부인이 쇼핑을 해야 한다며 몇 시간 걸려 호텔에 가서 부인과 아픈 아기를 데려왔다"면서 정작 공적 업무인 촬영에 있어서는 "촬영을 하게 해달라고 한 시간 이상 사정을 했다가 사전 허가가 없었으니 약간의 돈을 내야 한다는 말에 PD는 그냥 촬영을 포기했다"고 기고문에서 밝혔다.

박교수는 이어 "1주일을 노예처럼 보내며 ,노예여서 괴로운 것이 아니라 ,아무리 노예라도 공적으로 할 일은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혈세를 낭비한다는 점이 너무나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정연주 사장 대응 주목돼**

박교수의 이러한 글이 알려지면서 KBS 게시판에 네티즌의 항의 글이 빗발치는등 파문이 확산되자, 'TV, 책을 말하다'의 길환영 책임 PD는 26일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는 사과문을 게재하고 문제가 된 담당 PD는 "감사실에서의 강도 높은 조사로 사실 확인후 사규에 근거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문이 게재된 이후에도 프로그램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여지껏 낸 시청료를 돌려달라", "KBS는 각성하라"는 등의 글들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KBS에서는 진상조사 결과 박교수 폭로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문제 PD의 파면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노무현정부 출범초기에 3명의 비서진이 '새만금 가족관광'으로 사퇴한 전례를 볼 때도 그러하나, 이같은 행위는 정연주 KBS사장이 지난 4월28일 취임사에서 엄중경고한 대목이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취임사에서 "지금까지 대충 대충 넘어온 부도덕하고 부정한 사례들도 적지 않다는 점을 듣고 있다"며 "그런 비윤리적이고 부정한 사례들에 관련된 분들은 불명예스럽게 문제가 공개적으로 제기되기 전에 스스로 KBS를 떠남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명예를 지키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정 사장은 또 언론인으로서의 직업윤리와 관련, "촌지와 돈 문제에서 떳떳해야 한다는 것은 언론인으로서 지켜야 하는 가장 최소한의 윤리"라며 "돈과 관련된 그 어떤 떳떳하지 못한 처신이 발견되면 그것은 바로 KBS에서 퇴출되는 것을 뜻한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란다"고 선언했었다.

언론계에서는 이번 파동을 계기로 'KBS 쇄정운동'이 거세게 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며 정연주 사장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음은 박홍규 영남대 교수가 부산일보에 기고한 글 전문이다.

***[부일시론] 혈세 낭비 부끄러운 고백**

나는 공적으로 일한답시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탓으로 솔직히 국민 앞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 6월 말 유럽 여행을 떠나기 전에 어느 방송국에서 출연 제의가 왔으나 여행을 이유로 거절했다. 그러자 자기들과 유럽에서 촬영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언제 무엇을 확실히 촬영하는지 연락이 없다시피 했다. 나는 PD와 상의한 대로 사전 답사와 조사를 열심히 했으나,PD가 유럽에 오기 직전 촬영 내용이 바뀌어 허사가 되었다. 나름으로 공적으로 일했으나 별안간 사적인 허사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내 돈과 시간을 사용하여 한 것이니 무방하다. 내가 바보같이 촬영을 허락한 탓이니 누구에게 하소연하랴?

PD가 온다는 날 아침 공항에서 그동안 함께 여행한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떠나는 것을 지켜보고 홀로 밤까지 PD를 기다렸으나 오지 않았다. 밤늦게 연락하니 내일 밤에 온다는 것이었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이틀을 그 공허한 공항에서 공적으로 사람을 기다리는 사적인 희생은 너무나 괴로웠다. 늦게 온 이유는 그동안의 잦은 출장으로 공짜 비행기표가 생겨 가족을 데려오려는데 시간이 맞지 않았다는 것 등이었다. 마침 당시 독일에서는 공적으로 생긴 공짜 비행기표를 사적으로 사용했다가 파면당한 국회의원 사건으로 시끄러웠다.

그러나 진짜 악몽은 PD와 함께 보낸 1주일이었다. 그의 두 살 난 아기가 고열로 아파 호텔로 안내하여 재웠으나 열은 내려가지 않았다. 그래서 2일째엔 늦게 합류한 촬영기사가 끄는 작은 자동차로 함께 병원과 약국을 찾아 하루를 헤매어야 했다. 3일째는 첫 촬영을 하려 했으나 미리 연락을 하지 않은 탓으로 불가능했다. 다시 병원과 약국,그리고 아무것도 먹지 못한 아기를 위해 밤늦게 외식과 한식집을 찾아 헤매었다. 그 와중에서도 그들은 촬영과 무관한 관광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며 가족의 모든 비용을 방송국 출장비로 정산하기 위해 영수증을 철저히 챙겼다. 방송국 돈으로 가족 여행을 시켜주는 것을 PD는 노골적으로 자랑했으나 나에게는 오직 악몽이었다. 혈세 낭비에 동참한다는 죄의식 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다.

1주일을 통째로 오직 작은 자동차 안에서 고열로 울부짖는 아기와 처박히는 고통,화장실 가는 여유 외에 개인 시간을 단 1초도 갖지 못하고 1주일을 허무하게 지내는 그런 고통은 내 평생 처음이었다. 나 자신 그렇게 무력하고 무능하며 무가치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러나 더 큰 고통은 공적인 것이었다. 내가 출연한 프로그램은 거의 찍지도 못하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에 따른 고통이었다. 나는 그들과 함께 한 숙식밖에 제공받지 못하고 1주일을 노예처럼 보내며,노예여서 괴로운 것이 아니라,아무리 노예라도 공적으로 할 일은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혈세를 낭비한다는 점이 너무나 괴로웠다. 공무원이나 회사원은 모두 이런 식으로 공을 빙자한 사적인 낭비를 일삼는가? 게다가 사인인 나는 왜 덩달아 공인이 되어 그 짓을 해야 하는가?

더욱 괴로운 것은 사적인 대화나 행태였다. 예컨대 PD는 시골 사람인 나에게 시골 사람을 폄하하며 자신은 절대 시골에 가지 않는다고 했다. 식당에 가서는 별안간 먹기 싫다고 하며 다른 고급 식당에 혼자 가서 먹었다. 늘 밤늦게 먹는 저녁은 분위기 좋은 곳을 찾는다고 더 늦어졌다. 겨우 촬영을 하려다가도 별안간 부인이 쇼핑을 해야 한다며 몇 시간 걸려 호텔에 가서 부인과 아픈 아기를 데려왔다. 나는 값싼 호텔에서 자자고 했으나 냉장고가 없다고 비싼 호텔로 옮겼다. 촬영을 하게 해달라고 한 시간 이상 사정을 했다가 사전 허가가 없었으니 약간의 돈을 내야 한다는 말에 PD는 그냥 촬영을 포기했다.

마지막 날 겨우 비행기를 탔을 때 나는 해방감을 느꼈으나 비행기 요금 때문에 다시 괴로웠다. 본래 내가 산 비행기표를 바꾸어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PD와의 연락이 늦어지는 바람에 표를 바꿀 수 없어 혈세로 다시 산 표였기 때문이었다. 표를 바꿀 수 없게 되자 나는 이 촬영을 그만 두자고 말했으나 자신들이 사주겠다고 했다. 바로 그때 그만두어야 했으나,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 엄청난 혈세를 낭비했다. 피땀 흘려 그 혈세를 낸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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