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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대 식품업체 '네슬레'의 전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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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대 식품업체 '네슬레'의 전횡

동서식품 등에 밀리자 커피-분유 철수, 맞서는 노조에 직장폐쇄

세계 최대 식품업체인 네슬레가 '현지화 전략의 실패'라는 경영책임을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기며, 직장폐쇄 등 극한조치로 맞서 물의를 빚고 있다.

***잇따른 판매대행 계약으로 노조원 위기감 고조**

네슬레의 한국법인인 한국 네슬레는 50여일간 노조 파업이 지속되자 25일 서울사무소에 대해 직장 폐쇄 조치를 단행했다.

한국네슬레는 노조원들이 업무방해를 계속해 서울 청담동 서울사무소에 대해 지난 22일 지방노동위원회에 직장 폐쇄 신고서를 냈다. 한국네슬레 직원은 전체 6백60명 정도로 서울사무소에는 1백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노조원은 20여명에 불과해, 현재 전체 업무에는 별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한국네슬레 노조에 따르면, 파업의 발단은 사측이 일방적으로 농심과 네슬레커피 등 판매대행계약을 맺는 바람에 대리점을 관리하던 50여명의 노조원들이 구조조정을 당할 처지에 놓이게 되면서다.

노조는 이에 대해 문서로 고용보장을 약속해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사측은 “고용은 보장하지만 회사가 성장하지 못하고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보장을 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사측은 파업이 더 길어질 경우 청주 공장과 전국 7개 영업점에 대해서도 직장폐쇄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사측은 자신들이 직장폐쇄 조치까지 단행한 배경으로 노조가 경영참여까지 요구해 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네슬레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11.7%(회사 측은 5.25% 제시) 인상과 함께 조합원의 이동.전환 배치 때와 외주.하도급을 줄 때는 노조와 합의할 것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7일부터 파업을 벌여왔다.

사측 관계자는 25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지난해에 단체협상을 했기 때문에 2년마다 단협을 한다는 규정에 따라 이같은 요구는 내년에나 요구할 사항”이라면서 “이 요구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 “새 투자없이 과실만 빼내가”**

이에 대해 노조측은 “회사 측이 고용안정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경영행위를 노조와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파업을 통해 고용보장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최근 네슬레가 커피 사업부문뿐 아니라 조제분유 사업부문에서도 아예 사업철수를 하기로 해 해고가 불가피해진 실정”이라고 반박했다.

노조측은 “97년부터 한국네슬레는 1천2백억원의 흑자를 기록하고 원료수입과 상표사용료 등으로 본사에 매년 1백억원의 로열티를 지급하는 등 흑자 대부분을 본사가 가져가고 있다”면서 “새로운 투자는 없이 과실만 빼나가는 사측을 믿고 대화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사측, “한국 사업장 고임금으로 경쟁력 잃어”**

이에 대해 사측은 경쟁력이 없는 사업부문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네슬레의 지난 3년간 평균 임금인상률은 10.5%로 일본 등 네슬레의 다른 나라 사업장의 임금인상률이 같은 기간 평균 1.5% 정도인 데 비할 때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청주공장의 생산원가가 주요 경쟁상대인 독일 마인츠 공장보다 17% 정도 높아지면서 호주.터키.대만 등지로 수출하던 커피와 커피믹스 시장을 독일.중국 공장에 빼앗겨 1998년까지 네슬레의 세계 9개 냉동건조 인스턴트 커피공장 중 경쟁력 1위였던 청주 공장이 지난해엔 4위로 처졌다는 것이다.

***동서식품에 뒤지자 사업 철수**

식품업계에서는 그러나 한국네슬레의 노사 분규의 근본원인을 '현지화 전략의 실패'로 분석하고 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네슬레는 지난해 매출 규모 6백50억달러로 85개국에 5백여개 사업장을 둔 세계 최대 종합식품업체다. 그러나 식품 매출기준으로 세계 1위인 네슬레가 국내에서는 주력제품인 커피가 동서식품에 밀리는 데다, 과자·캔디·이유식 등도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네슬레는 국내 업체와의 판매제휴를 통해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특히 판매위탁에 이어 마케팅까지 국내 업체에 위탁 움직임을 보이면서 네슬레가 한국내 유통.마케팅 조직은 접고 제품 공급사로서만 남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실제로 한국네슬레는 지난해부터 해태제과와 제휴를 맺어 폴로(캔디), 키켓(초컬릿 과자)을 위탁판매하고 있으며 아예 이들 제품에 대한 마케팅까지 위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농심이 네슬레 커피의 판매를 대행키로 한 전략적 제휴 역시 마케팅까지 위탁하기 위한 사전조치로 보고 있다.

노조측도 "회사가 소매 대리점 채널의 구조적 취약점을 극복코자 농심과 전략적 제휴를 결정했을 뿐 현재 더 이상의 아웃소싱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지만, 회사측이 노조와의 교섭에서 전 부서에 대한 변화를 검토중이라고 밝힌 이후 노조와의 선협의를 요구했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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