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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잇따른 '민영화 실패'로 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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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잇따른 '민영화 실패'로 궁지

정전사태, 이라크 주둔미군 식량난, 보안검색 구멍 등

미국의 대표적 세계화 이데올로기인 '민영화'와 '규제완화'가 미국인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며 미국을 위기로 몰아넣는 부메랑효과를 낳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조지 W. 부시 정권 출범후 '정실자본주의'가 판을 치면서 그 부작용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영화와 규제완화의 덫**

영국의 가디언지는 20일(현지시간) 최근 5천만명을 고립시킨 미국의 정전사태의 근본원인을 “부시 행정부가 민영화와 규제완화를 신봉하는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정전사태나 2001년 캘리포니아 에너지 위기 사태 모두 민영화를 극단적으로 시행했을 때의 위험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엔론같은 거대한 에너지 공급업체들이 가격조작에 나서 민영화에 따른 경쟁으로 전력값이 낮아지기는커녕 오히려 과거보다 10배 이상 오른 전기값을 치러야 했고, 이처럼 가격을 올리려고 공급을 조작하는 바람에 1년에 10여차례의 정전사태에 시달려야 했다.

미 동북부의 정전사태도 전력생산은 충분했으나 공급망이 상대적으로 부실했기 때문으로, 민간사업자들이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투자를 별로 하지 않았던 데에서 발생한 사태다.

가디언지는 “전력산업을 민영화하면서 전력공급망 투자에 대한 수익성을 보장하는 조건을 그 누구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력망에 대한 개선작업은 정치적으로나 재정적으로 그렇게 매력있는 사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국방 전력증강사업을 외치는 것이 정치인들에게 보다 구미에 당겼다는 것이다.

가디언지는 “부시 대통령이 이번 정전사태에 대해 ‘경고신호가 울렸다’라고 말했지만 경고신호는 캘리포니아 사태때 이미 울렸고 대통령은 그저 경고를 반복하고 있을뿐”이라면서 “부시-체니 라인에게는 국방이라는 애국적 사업 이외에 ‘공공투자’라는 개념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규제완화로 책임주체 사라져**

민영화에는 일반적으로 규제완화가 동반된다. 지난 1977년 뉴욕의 정전사태 일어났을 당시에는 뉴욕주의 모든 발전소와 송배전 시스템을 총괄적으로 담당하는 유일한 전력회사 콘-에디슨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콘­에디슨은 뉴욕주 내의 송배전 시스템만을 소유하고 관장할 뿐, 전력생산이나 다른 주 송배전 시스템의 운영에 대해서는 아무런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다.

1980년대 말 전력산업 규제법안으로 인해 몇몇 재판에서 큰 손해를 입었던 민간 전력회사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법을 바꾸기 위해 로비를 벌였고, 90년대 초 전력산업의 민영화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에 이르러서는 이전까지 존재했던 규제법안들이 폐기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미국 북동부 지역의 전력생산과 송배전의 안정성은 법적 강제력 없는 자발적 가이드라인에만 의존하게 되었던 것이다.

규제완화로 인해 미국 북동부의 전력 시스템을 총괄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는 책임주체가 사라져버려, 지금도 정전사태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할지 의견만 분분하다.

민주당의 머리아 캔트웰 상원의원(워싱턴주)은 “규제완화로 우리는 적절한 소비자 보호도 받지 못하게 됐고 신뢰할만한 서비스, 시장조작을 막는 안전조치도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민영화한 항공보안 검색도 실패작**

가디언지는 전력산업뿐 아니라 최근 민영화한 항공보안 검색도 실패작이라고 지적했다.

부시 행정부는 최근 항공보안 검색업무를 민영업체가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지자, 오는 11월까지 이를 연방사업으로 환수하는 조치를 취했다. 민영화 이후 오히려 검색 경비에 대한 예산지출이 4배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보안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사실이 최근 조사결과 드러났기 때문이다.

가디언지는 “립서비스 보안은 수익성이 있지만 진짜 보안업은 그렇지 않은 법”이라고 꼬집었다.

***이라크 주둔 미군들이 보급물자에 목마른 이유**

민영화된 군수사업은 어떤가.

가디언지는 “이라크 재건사업을 민간업체에 맡기면서 부시 정부의 '최후의 영웅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이라크 주둔 미군들은 물자 공급도 변변히 못받고 병영시설은 물론 심지어 사막의 열대속에서 식수조차 부족해 허덕이고 있다”고 전했다.

전시 이전에 수십억 달러의 군수사업 계약을 따내기 위해 혈안이 되었던 민간업체들 직원들은 사업권을 따낸 뒤에는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이라크에 들어가길 거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민간업체로서도 보험료가 치솟아 당초 계약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프니가스탄과 이라크에 민간복구사업에서도 마찬가지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현지 정부기관이나 구호기관들에게 적합할 사업들을 부시 행정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미국 민간업체들이 독식하고 있지만 이들은 사업에 별로 열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가디언지는 “민영화를 신봉하는 것이 부시 행정부의 이념적 성향 탓인지 아니면 부시 행정부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예전에 몸담았던 사업과의 개인적인 유착관계 때문인지 잘라 말하기는 불가능하다”면서 “정실 자본주의 위에 세워졌던 대부분의 정권들이 그랬듯 사실 이 두 요소는 이제 분리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부시의 정실자본주의가 근원**

미국 민주당의 시각도 이와 비슷하다. 민주당은 이번 정전 사태의 원인 중 하나가 부시 대통령과 석유회사간의 밀착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부시 정부가 유전개발에 치중함으로써 새로운 에너지 개발과 시스템 구축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행정부를 대변하는 에이브러햄 에너지 장관은 민영화된 전력회사에 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생산을 늘릴 수 있는 인센티브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라크에서도 민영화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신념은 거침이 없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8일 이라크 국영기업 민영화 작업 등을 관장할 연합국 임시기구(CPA)의 공공개발 담당관에 토머스 포울리 NTC 그룹 회장(51)을 임명했다.

이에 따라 포울리 회장은 2개 국영은행과 석유회사를 제외한 2백여개 이라크 국영기업의 운영 전반을 관장하고 해당기업의 생사 여부도 결정하게 된다.

포울리 회장은 “"부시 대통령이 나를 임명한 것은 내가 그를 위해 자금을 기부한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그가 나의 기업운영 능력과 배경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영화의 결과가 실패작으로 드러난다면 부시 행정부의 민영화 정책은 ‘정실 자본주의’의 또다른 모습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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