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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해체가 아닌 재벌총수 전횡 차단이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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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해체가 아닌 재벌총수 전횡 차단이 목적"

<인터뷰>오호근 라자드아시아 회장 , "주주자본주의 원칙 중요"

오호근 라자드 아시아 회장(61)은 지난 외환위기때 대우그룹 해체 작업을 주도하면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던 구조조정 전문가다. 그는 지난 5월 SK(주)의 최대주주로 급부상한 영국계 소버린 자산운용이 라자드를 투자자문사로 선정하면서 또다시 국내에 출현했다.

그는 SK(주)의 기업가치 극대화를 명분으로 SK글로벌을 청산해야만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SK글로벌을 청산하게 되면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 있는 최태원 SK(주) 회장이 보유한 지분들이 처분되면서 SK그룹은 그룹 총수가 사라지는 상황에 처하게 되기 때문에 오 회장 주장에 대해 SK그룹측은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호근 "이제는 주주자본주의 시대"**

외국계 자본을 대변해 한국 재벌의 역린을 또다시 건드리게 된 오 회장은 특히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부유출론'에 크게 시달린 전력이 있다. 그는 최근 SK글로벌 처리와 관련, SK그룹으로부터 똑같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오 회장은 “국부유출론은 봉건지주적 사고방식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그의 논리는 소유권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출발한다. 봉건지주 시대의 소유권은 ‘절대적 소유권’이다. 중상주의 시대도 자본주의라고는 하지만 돈에 대한 절대적 소유권을 인정함으로써 봉건지주적 소유권에서 벗어나지 못해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의 자본주의는 '주주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을 고안해 냈다. 주주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에 대한 소유권은 주식으로 교환한 간접소유권으로 제한받게 됐다는 것이다.

오 회장의 논리에 따르면 주주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외국계 자본과 국내 자본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우리 자본이 미국에 투자해 어느 기업의 최대주주가 되었을 경우 그 기업이 우리 나라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주주로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원칙적으로 배당과 주식거래 차익뿐이라는 것이다.

단기 투기자본이 법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기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그것과 국부유출을 일반적으로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는 게 오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개방된 주주 자본주의 체제를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외국계 자본은 곤란하다는 주장은 시장 논리가 아니라 정서적 반응”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주 자본주의 입장에서 일부 유럽파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주주뿐 아니라 기업에 이해관계가 있는 은행, 노동자 등 모든 관계자들이 동등하게 경영과 이익 배분에 참여하는 제도다.

오 회장은 "은행이 기업의 지분을 갖고 있으면 주식으로 인한 이득과 대출로 인한 이득에 대한 이해상충에 놓이게 되는 부작용이 있으며, 이익을 내지 못하면 유한 책임을 지는 주주와 임금을 받는 종업원이 어떻게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기업에 대해 일정한 소유권을 갖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주식회사를 부정하는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오회장이 말하는 대우매각협상 전말**

이처럼 주주 자본주의를 강력히 옹호하는 그는 그러나 외환위기 때 대우 해외채권단과의 채무조정 협상에서 해외채권단의 편에 선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다른 일각에서는 오 회장이 국부 유출이나 헐값 시비에 대한 희생양으로써 정권에 의해 불명예 퇴진을 당한 것이라는 옹호론도 있었다.

오 회장도 이에 대해“대우 해외부채는 2000년 1월22일 최종타결로 평균 39~40%만 갚도록 했다”면서 “국가의 외채 협상이 아니라 기업 채무이기는 하지만 사상 처음으로 60%에 달하는 채무 탕감을 이끌어 냈다”며 자부하고 있다. 당시에도 라자드는 채무조정업무에 관련해 오 회장과 손발을 맞췄다.

대우차 협상 과정에서도 오 회장은 당초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포드와의 협상이 결렬된 것은 수의계약 방식이 아니라 경쟁입찰 방식을 택했던 정부의 잘못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오 회장은 “경쟁입찰은 기업 가치가 객관적으로 긍정적일 때 매각 가격을 올리는 방식이 될 수 있지만 기업 가치가 의심스러울 때는 해당 기업을 특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비교적 유리한 가격을 제시한 인수의향자와 수의계약 방식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매각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대우차를 경쟁입찰에 부쳤고 포드는 이사회에서 협상안을 승인받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다른 경쟁업체가 값을 후려치고 나선 것을 아는 포드 이사회에서 승인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오 회장은 “경쟁입찰 방식으로 했을 경우 이같은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포드의 협상안이 이사회에서 부결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만일에 대비해 접촉을 지속해두었던 제너럴모터스(GM)에 즉시 연락해 대우차 매각을 마무리짓고 대우차 이사회의장 자리를 그만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우그룹 구조조정도 성공적인 것으로 자부하고 있다. 대우그룹이라는 간판과 김우중 회장이 사라졌을 뿐 대우 주력계열사 12개는 모두 살아남아 대우건설이나 대우기계 등 일부는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전환했고 나머지도 전망이 밝다는 것이다.

***"재벌 해체가 아니라 재벌오너의 전횡 차단이 관건"**

오 회장은 “기업의 내재 가치가 있는 경우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SK글로벌은 원래 망한 SK상사에 우량기업인 SK에너지판매를 무리하게 합친 회사로 부실을 벗어날 수 없는 기업”이라고 주장했다.

오 회장은 “SK그룹의 경우 각각의 기업을 독립시킬 때 전체의 기업가치가 올라간다면 발전적으로 해체하는 게 옳은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다고 재벌은 나쁘며 재벌은 해체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지분이 몇 %에 불과한 그룹 총수가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재벌 관행을 탈피하고 법을 어길 경우 엄격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SK(주)가 SK글로벌을 무리하게 지원하려는 행위에 대해 개인적 견해라는 단서를 붙여 “그룹 경영진들이 오너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 아니라 자기보호 본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사법부가 과거가 달라졌다는 점 때문에 특히 사외이사들은 굉장한 압박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오 회장은 SK(주) 이사회가 SK글로벌에 대한 지원을 재결의하기 위해서는 지난 6월15일 전제조건으로 걸었던 6개항이 충족되지 않는 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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