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서 12일(현지시간) 2건의 자살폭탄 테러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함으로써 지난 6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의 휴전 공식선포이후 불안하게 이어지던 6주간의 중동평화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양측 모두 그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평화 로드맵을 둘러싼 앞으로의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스라엘서 자살테러 발생.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서로에 비난 화살**
이스라엘 중부 텔아비브 인근 라쉬 하-아인의 한 쇼핑센터와 요르단강 서안 유대인 정착촌 아리엘의 버스 정류장에서 12일(현지시간) 거의 같은 시간대에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해 이스라엘인 2명과 10여명이 부상당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이날 전했다.
팔레스타인 최대 무장단체 하마스의 군사조직 ‘이제딘 알 카삼’과 주류 정파인 파타운동 산하 알-아크사 여단은 이날 테러는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지난 8일 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 자치도시 나블루스를 기습공격한데 대한 보복이며 이스라엘이 휴전협정을 깨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도 이날 폭탄테러를 비난하면서도 “이스라엘은 군사무기를 찾는다면서 팔레스타인 도시를 공격한 것이 이번 유혈사태를 불렀다”면서 이스라엘 측을 비난했다.
이날 유혈 사태는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긴장상황으로 발생한 것으로 지난주 베들레헴에서 유혈총격이 발생한 이후 이스라엘군의 나블루스 폭탄 제조창 기습공격으로 하마스 고위 간부 2명이 사살되었고 하마스가 이에 대한 보복을 선언한 이후 이날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한편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테러 후 “테러가 완전 종식되지 않는 한 미국 등이 중재한 중동평화 로드맵(단계적 이행한)을 진전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당국이 테러 단체들의 무장해제와 해체를 위해 손을 놓고 있다“고 강력 비난했다.
지난 주 폭탄제조창 기습 공격이후에도 이스라엘 실반 샬롬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팔레스타인 과격단체들이 최근의 휴전기간을 이용해 무기 밀반입과 병력훈련, 카삼 로켓의 사거리 연장, 요르단강 서안의 미사일 배치등의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스라엘은 이런 모든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양측 모두 휴전 파기는 원치 않아**
이번 폭탄테러로 미국이 전례없이 강한 의지로 추진하는 중동평화 로드맵 실행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되면서도 양측 다 휴전 파기는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마스와 알-아크사여단은 자폭공격은 휴전 파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군의 최근 공세에 대한 보복임을 분명히 했다. 하마스 대변인인 이스마일 하니야는 “이스라엘의 적들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휴전을 거부한 만큼 이 사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면서도 “휴전선언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고위 관리도 “이번 공격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두 달간 지속되어온 ‘이-팔 간 유혈분쟁 종식과 오는 2005년까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을 골자로 하는 중동평화 로드맵’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유력 신문 하아레츠의 분석가 알루프 벤도 “휴전합의 당사자들이 아직은 평온을 유지하는데 더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측이 모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심기를 자극할 마음이 전혀 없기 때문에 당장 휴전합의를 깨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많은 분석가들도 “양측이 휴전 연장을 위한 분위기 조성과 양보에 적극적 태도를 보인다면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평온이 상당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중동평화 로드맵은 3단계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이 최종 목표**
지난 6월 초 미국, 러시아, 유엔, 유럽연합이 참여해 만든 중동평화 로드맵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유혈분쟁 종식과 오는 2005년까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을 골자로 하고 있는데 3단계로 나뉘어 있다.
1단계는 즉시이행목표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양측은 폭력을 비난하고 서로 국가로서 공존할 권리를 인정하는 성명을 발표한다. 팔레스타인은 폭력을 즉각적으로 중단하고 포괄적인 정치 개혁을 단행하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내 유대인 정착촌을 동결한다. 양측은 안보협력을 재개한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2단계는 올 12월까지의 진행과정으로 "로드맵 구상에 참여한 4자가 양측의 1단계 이행을 승인하면 잠정적 국경과 주권을 가진 팔레스타인 독립국 창설에 돌입한다. 이를 위해 팔레스타인은 헌법에 근거, 선거를 치르며 국제사회는 팔레스타인 경제 지원 등을 논의할 회의를 개최한다. 아랍국가들은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에 힘쓴다."를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3단계는 2005년까지의 진행내용으로 다음과 같다. "양측의 국경, 예루살렘 분쟁,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 이스라엘 정착촌 문제의 최종 해결을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한다. 2005년까지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의 포괄적 평화에 관한 평화협정을 체결한다."
이에 대해 지난 6월 29일 팔레스타인 주요 무장단체인 하마스, 이슬람 지하드, 파타운동 등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3개월 한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발표, 합의안이 수용됐다. 이 휴전 합의는 9월 말로 종료되며 현재 이집트의 중재로 휴전 연장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이스라엘도 다음달 자치정부의 무장 해제 노력을 중간 평가할 예정이었다.
***팔레스타인 죄수 석방과 이스라엘의 보안장벽 건설, 무장세력 무장해제 등이 걸림돌**
하지만 휴전 상태와 중동평화 로드맵이 순탄치만은 않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스라엘은 지난 6일 로드맵 이행을 위한 선의 표시로 무장단체 조직원이 포함된 팔레스타인 죄수 3백34명을 석방하고 1백명의 차후 석방을 약속했지만 팔레스타인 측은 석방자 대부분이 형기가 거의 만료한 죄수들로 이는 ‘속임수’라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수감자 7천여명의 전원 석방을 요구해온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이를 ‘사기’로 못박았다.
또한 이번 테러 사태로 이스라엘은 나머지 팔레스타인 죄수 석방마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죄수석방문제와 함께 또 다른 걸림돌은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에 건설중인 보안장벽 문제다.
팔레스타인 측은 시대착오적인 ‘신아파르트헤이트’정책이라며 공사중단을 요구해 왔으며 부시 대통령도 “보안장벽 건설은 중동평화에 걸림돌이 된다”고 강조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해 “팔레스타인 영내를 침범함으로써 팔레스타인측과 긴장을 유발하는 보안장벽의 루트를 재조정하라”고 촉구해왔다.
한편 이스라엘 측도 의심스런 팔레스타인내 폭탄제조창을 팔레스타인 정부가 무장해제시키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압바스 팔레스타인 총리는 팔레스타인내 소요를 우려해 무장해제를 시도하지 않고 있다.
또한 추후 과정을 보다 복잡하게 할 수 있는 요인으로는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현재 뇌물수수협의로 경찰조사에 직면해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 문제로 인해 샤론 총리는 사퇴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및 세계 여러 국가가 양측에 평화협정의 길로 나아가라는 압력을 지속적으로 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중동평화협상이 추후 활발한 모습을 띌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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