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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성공회, '공개 동성애자' 주교 처음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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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성공회, '공개 동성애자' 주교 처음 인정

보수성향 단체 강력 반발 , 미국내 동성애 논란 가열

미국 성공회는 5일(현지시간) 공개적으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힌 신부를 최초로 주교직에 공식 인준했다.

최근 동성애 문제로 이념적 갈등을 빚어온 미국 사회에서는 성공회 교단의 분리 위험까지도 제기되고 있는 이번 동성애 주교직 인준으로 그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며 동성애 문제는 내년 대선의 쟁점으로까지 부각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동성애자 주교 인준을 둘러싸고 교계 내 진보-보수 진영 날카롭게 갈등**

2백30만 신자를 두고 있는 미국 성공회는 5일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진 로빈슨 신부를 뉴햄프셔 교구의 주교로 공식 인준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1차 주교인준절차인 지난 3일 성직자와 평신도로 구성된 대의원회에서 찬성 128표 대 반대 63표로 통과된 이후 이날 최종절차인 주교회 인준투표에서 찬성 62표 대 반대 45표로 최종 통과됨으로써 진 로빈슨 신부는 미국 성공회 역사상 최초로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주교가 됐다.

로빈슨 신부는 그가 주교로 인준된 사실은 “종교와 국가 차원에서 게이와 레즈비언을 인정하는 보다 폭넓은 운동을 위한 ‘조그마한 신호’일 것”이라며 환영을 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로빈슨 신부는 2자녀를 둔 이혼 신부로 13년 동안 마크 앤드루라는 파트너와 동거해왔다.

한편 동성간 섹스를 죄악이라고 믿고 있는 보수적 주교들은 “그에게 주교직을 허용한 것은 동성애자 서품을 암묵적으로 승인한 것이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교단 이탈을 초래해 교단을 악화시키고 교구 재산과 기금에 대한 치열한 투쟁을 촉발시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츠버그 교구의 보수적 성향의 로버트 던칸 주교는 “이번 결정으로 슬픔에 쌓여있다”며 “미국 성공회는 결혼과 성과 관련된 전통적인 교리를 유지하길 원하는 전세계 성공회로부터 분리될 위험에 처했다”면서 교단이 분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수파 주교들과 교구민들을 대표하는 미국성공회위원회(AAC)도 “동성애 주교 임명은 미국성공회로 하여금 전세계 성공회와의 친교를 파탄에 몰아넣게 하는 비극적 결정”이라고 말해왔다.

보수성향 주교들의 주장처럼 미국 성공회가 완전 분파를 겪게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지난 달 미국처럼 동성애 성직자의 주교 임명 문제로 내분 위기에 몰렸던 영국의 성공회 수장인 로완 윌리엄스 대주교도 “로빈슨 주교 인준은 세계 성공회에 불가피하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겠지만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 예측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동성애자 문제, 미국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대두**

로빈슨 신부의 주교 서품 논란 외에도 최근 동성애 문제는 미국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듯 보인다.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달에 미국 연방 대법원은 동성간 성행위를 처벌토록 한 텍사스주의 ‘소도미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동성애 인권 운동에 한 획을 그은 결정이며 미국 사법 사상 획기적인 판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 판결로 그동안 동성애 허용 여부를 둘러싼 ‘미국적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이냐는 법률적 논쟁은 종지부를 찍게 됐으나 사회적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보수 성향의 단체들은 이번 판결로 인해 결혼과 가족 제도 근간이 파괴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는 것.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지난 달 31일 “동성애자들을 존중해야 하지만 결혼은 남녀간에 이뤄지는 것이라는 엄격한 정의를 법률로 성문화하길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국 최대 동성애자 단체인 ‘인권켐페인(HRC)은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차별을 성문화하려는 기도”라고 강력 반발했다.

한편 뉴욕시에서는 “지난 78년부터 소수 성적(性的) 취향의 학생들을 가르쳐온 하비 밀크 고등학교가 시 당국의 인가를 받아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성전환자 학생들을 위한 정식 공립학교로 올 가을 재출발할 것”이라고 일간지 뉴욕포스트가 지난 달 28일 보도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이 소식에 대해 “게이나 레즈비언 학생들은 일반 학교에서는 끊임없이 학대를 받고 얻어맞기 때문에 이런 학교를 여는 것은 좋은 계획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으나 보수진영에서는 이 학교를 위해 시 예산을 지원하는 데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처럼 미국 사회에서 동성애자 문제를 둘러싼 진보, 보수 진영의 시각차는 좁혀지고 있지 않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동성애자 문제가 내년 대선에서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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