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군의 핵폐기물처리장 유치와 관련해, 22일 부안군민과 환경단체가 밤 늦게까지 격렬한 대규모 시위를 벌여 부안 읍내는 하루 종일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특히 시위과정에 경찰 20여명, 시위대 60여명 등이 중경상을 입는 불상사가 발생했고, 경찰은 사법처리를 위한 사진판독 작업을 벌이고 있어 핵폐기물처리장 유치를 둘러싼 갈등이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핵폐기장 결사 반대"-"매향노 김종규 군수퇴진"**
핵폐기물처리장 유치를 반대하는 부안군민은 22일 오후 2시 부안군 부안읍 부안수협 앞 도로에서 7천여명의 군민이 참가한 가운데 '핵반대 군수퇴진 부안군민 1만인 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날 모인 군민 숫자는 전체 군민의 10분의 1에 달하는 많은 인파였다.
전북 인터넷신문 참소리에 따르면, 집회가 시작되기 전 오전 11시부터 곰소-격포 지역을 비롯한 대부분의 상인들이 전면 휴업을 선포하고 집회 참여를 준비했고, 심지어 병원도 오후 1시부터 임시휴업한다는 안내문을 게시했다. 또 몇몇 상가는 가게 앞을 '핵폐기장 반대'라고 쓴 종이로 도배를 하거나 현수막으로 문 입구를 막아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당 원내총무인 정균환 국회의원(고창-부안)과 문정현 신부, 전북대 고홍석 교수 등 핵폐기물처리장 유치를 반대하는 농민회, 종교계, 학계, 노동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정균환 의원은 본행사 연설에서 "여당의 원내총무를 맡고 있지만 아무리 국책사업이라 해도 몸을 던져 막을 것"이라면서 "민의를 묻지 않은 채 참여정부가 결정한 사안임으로 절대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전북대 민주화 교수협의회 고홍석 교수도 "전북대 분교를 부안에 설치한다는 것은 사기극에 불과하다"며 "두재균 총장은 학무회의도 거치지 않은 독단적 결정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집회는 '평화적'이었다. 그러나 집회가 끝나고 참석자들이 "핵폐기장 결사반대", "매향노 김종규 군수 퇴진" 등을 외치며 1.5km 떨어진 부안군청까지 가두행진을 벌이고, 이를 경찰들이 막으면서 사태는 험악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트럭 몰고 군청 돌진, 격렬시위 부상 속출**
가두행진이 경찰들에 의해서 저지되자 시위는 격렬해졌다. 군민들은 경찰들을 향해 근처 화단의 자갈을 던지고 젓갈을 뿌리고 깃대를 휘둘렀고, 경찰들은 이에 맞서 소화기를 뿌리며 진압을 시도했다.
특히 오후 4시 무렵 군청을 둘러싼 경찰을 향해 전북 93가 3446호 방송용 1.5톤 트럭이 돌진하면서 경찰 박 모씨가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는 등 10여명의 전경들이 부상을 입자 사태는 험악해졌다. 동료들이 다친 것을 보고 격앙된 경찰의 진압 과정에 시위대 쪽에서도 코뼈가 부러지고 머리가 찢기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문규현 신부도 경찰의 방패에 오른쪽 어깨를 맞고 부상을 입었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시위는 오후 6시 무렵부터 다시 격렬해져 일부 시위대가 폐타이어 1백여개를 쌓아놓고 불을 질러 검은 연기가 하늘을 덮고 고무 타는 냄새가 부안읍내 전역에 진동하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또 군청 앞에 모인 3백여명의 쇠파이프로 무장한 시위대가 가스통에 불을 붙이면서 격렬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23일 새전북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한때 시민이 경찰의 방패에 맞아 숨졌다는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군민들과 경찰들이 바짝 긴장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곧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시위의 격렬함을 방증하는 한 증거였다.
부상자들은 부안성모병원, 혜성병원 등에 나뉘어 치료를 받고 있다. 부안성모병원은 개원 이래 처음으로 한꺼번에 환자가 60여명 이상 몰려 의사와 간호사들이 동분서주해야 했다.
사상 초유의 대규모 시위사태에 부안군 전체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시위는 밤 10시께에 소강 국면에 들어갔으나, 부안군민들은 앞으로도 대규모 반대 시위를 계속 이어갈 예정으로 알려져 긴장감이 계속 감돌고 있다.
***핵폐기물처리장에 대한 주민 불신 매우 높아**
부안군민들의 대규모 반발에도 불구하고 산업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위도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어 관계부처와 협력해 핵폐기물처리장 건설을 강행한다는 방침이어서 갈등은 더욱더 증폭될 예정이다.
22일 부안군민들의 격렬시위를 보고받은 노무현 대통령은 "자유의사 표시를 방해하는 불법 폭력이 있다면 단호하게 대처하고,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수사하는 등 엄정 대응할 것"을 행자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안전에 우려가 없도록 신뢰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취할 것이며, 그에 상응하는 지원을 중앙정부가 할 것인 만큼, 국가적 사업에 협력하는 모범사례를 만들어줄 것"을 부안군민들에게 호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안군민들은 핵폐기물처리장이 건설되면 위도 주민들은 생활이 나아질 수 있을지 모르나, 부안 등 여타 지역에는 큰 피해가 돌아올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또한 중앙언론들이 김종규 부안군수를 '영웅시'하는 보도를 할뿐 부안군민들의 반대는 축소보도하고 있는 데 대한 불신도 큰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부안군민의 반발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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