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종전이 선언된 지 3개월이 흘렀으나 여전히 미국과 영국이 전쟁 명분으로 삼아왔던 이라크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대량살상무기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이라크와 알 카에다의 연계설까지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라크와 알 카에다 사이의 연계가 분명하지 않는데도 무리하게 전쟁 명분으로 삼았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정부와 영국정부가 전쟁결정을 내린 과정에 대해 양국 의회 내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는 백악관이 부시 대통령의 연초 국정연설에서 전쟁명분으로 주장했던 '이라크 우라늄 구입설'이 잘못된 정보임을 시인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CIA 테닛 국장은 이에 대해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며 오류를 인정했다.
영국에서는 블레어 총리실과 영국 공영방송인 BBC 사이에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관련 정보를 윤색했는지에 관해서 치열한 설전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블레어 총리는 여전히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될 것이라며 강하게 변호하고 있으나 언론에서는 블레어 총리가 전쟁을 강행하기 위해서 정보를 조작했다며 그의 도덕성까지 비난하고 나섰다.
전쟁명분찾기는 이제 양국 정부의 신뢰성과 도덕성에까지 심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13일(현지시간) "이라크전에 관한 20가지 거짓말(20 Lies About the War)"이라는 기사를 통해 이라크전에서 행해진 정보조작과 과장, 허위사실에 대해 낱낱이 밝히고 있다. 다음은 그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이라크전쟁에 관한 20가지 거짓말(20 Lies About the War)"**
이라크 전쟁을 강행하기 위해서 과장된 정보뿐만 아니라 명백한 거짓말에 이르기까지 여러 속임수들이 사용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많은 거짓말들이 동원될 것이다.
***1. 이라크는 9.11 테러에 책임이 있다**
9.11 테러의 주범인 모하마드 아타(Mohammed Atta)와 이라크 정보국 관료가 체코의 프라하에서 접선했다는 추측성 주장은 지금까지 이라크가 9.11 테러에 책임이 있다는 견해의 근간이 됐다. 하지만 체코 첩보기관은 이라크가 접촉한 인물이 아타일 수가 없다는 점을 시인했다. 이러한 확인에도 불구하고 이라크가 9.11 테러에 연계돼 있다는 주장들은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이라크 연루설은 너무나도 성공적이어서 한 여론조사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인들의 3분의 2는 9.11 테러 배후에는 사담 후세인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또 비슷한 정도의 사람들이 9.11 테러범 중에 이라크인이 포함돼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라크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2. 이라크와 알 카에다는 결탁되어 있다**
사담 후세인과 오사마 빈 라덴이 서로 결탁되어 있다는 미국과 영국 정치인들의 끊임없는 주장은 영국 정보당국 보고서에서 드러난 정보와는 배치된다. 이 보고서에서는 양자 사이에는 어떠한 연계도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빈 라덴의 "활동 목표는 오늘날의 이라크와는 이념적 갈등 관계에 있다"고 이 보고서는 덧붙였다.
그리고 '사담과 빈 라덴의 연계설'이 내세우는 또 다른 주장은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이라크에 숨어있으며 화학무기 훈련캠프를 마련해 놓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군이 그 캠프를 수색한 결과 어떠한 생화학 물질의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
***3. 이라크는 핵개발을 "재가동"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우라늄을 구입하려 했다**
이라크가 서아프리카 국가인 니제르에서 우라늄을 수입하려 했음을 보여주는 문서는 날조된 것이며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연초 국정연설에서 이 내용은 분명 빠졌어야 했다고 얼마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시인한 바 있다. (이 정보의 진원지인) 영국정부는 여전히 '이라크 우라늄 수입설'을 고집하면서 '별도의 정보'를 갖고 있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지금 그 정보를 "재검토"중에 있다.
***4. 이라크는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알루미늄관을 수입하려 했다**
미국은 끊임없이 이라크가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가스 원심분리기에 사용되는 고강도 알루미늄관을 수입하려 시도해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 알루미늄관은 로켓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모하마드 엘 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지난 1월 이 알루미늄관은 원심분리기로 이용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보고했다.
***5. 이라크는 1차 걸프전 이후 지금까지 상당량의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라크는 전세계 인구를 모두 죽일 만큼 많은 양의 위험 물질을 보유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됐다. 그리고 미국 국내로 침투해 이 생화학 무기를 퍼뜨릴 수 있는 무인 항공기가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밝히고 있듯이 이라크는 지난 1차 걸프전 때 만들어놓은 이후 (이번 전쟁까지의 기간인) 12년간 보존 가능한 생화학 물질을 생산해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겨자가스 이외의 다른 모든 생화학무기는 몇 년이 지나면 쓸모없게 된다.
***6. 이라크는 생화학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20기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로써 사이프러스에 있는 영국 군사기지를 충분히 공격할 수 있다**
이라크 침공 이후 이러한 미사일 공격 징후가 없었다는 사실 이외에도 영국은 전투가 시작된 이후 이라크에서 그러한 무기가 있다는 위협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지난해에 사이프러스 영국 군사기지에서는 화학무기대비 보호장비를 모두 없앴는데 이는 바로 영국정부가 이라크의 '생화학무기 장착 미사일 보유설'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7. 사담 후세인은 천연두를 개발하기 위한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이 주장은 콜린 파월 미국무장관이 지난 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한 발언인데 다음 달에 바로 유엔은 이를 뒷받침할 아무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8.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미국과 영국의 주장은 무기사찰단에 의해 입증됐다**
잭 스트로우 영국 외무장관에 따르면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 단장은 이라크가 1만 리터에 해당하는 탄저균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또한 이라크의 생화학무기, 나아가 "핵무기프로그램"의 실상은 유엔에 의해 잘 정리돼 있다고 말했다. 블릭스 사찰단장은 무엇이라고 답했는가? 그는 지난 해 9월 다음과 같이 말했다."대량파괴무기가 있다고 말한 바 없다. 만일 이라크가 대량파괴무기를 보유하고 있거나 제작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확보된다면 나는 그것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할 것이다"그는 지난 5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나는 분명히 대량파괴무기가 있는지 없는지에 관해 지대한 관심이 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아마도 없을 것이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9. 이전의 무기사찰은 실패했다**
블레어 총리는 지난 3월 인디펜던트에 유엔은 "지난 12년간 사담을 평화적으로 무장해제 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999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중요한 일부분이 아직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이라크의 불법 무기프로그램은 제거됐다." 또한 블레어 총리는 유엔 사찰단이 "사담후세인의 사위가 망명하기 전까지는 생물무기 프로그램에 관련된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다"고 비난했으나 실제로는 사위가 망명하기 한달여전에 유엔은 사찰을 통해 이라크 정부가 생물무기 프로그램이 있었음을 인정하게 한 바 있다.
***10. 이라크는 사찰단 활동을 방해했다**
지난 2월 영국의 "엉터리 문서"에 따르면 사찰단원을 경호하는 호위대는 증거가 숨겨질 시간을 벌기 위해서 다른 이라크 관리들과 "장시간에 걸친 실랑이를 벌이도록 훈련받았다." 그리고 사찰단 활동은 무기를 숨기기 위해 감시당했고 미리 통지됐다. 하지만 블릭스 사찰단장은 지난 2월 "유엔은 아무 사전통지 없이 300여 곳에서 400차례 이상 사찰을 했다"고 밝혔다. "우리는 사찰대상을 찾아갈 때 별 문제없이 접근할 수 있었다"고 그는 말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이라크 측이 사찰단의 방문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11. 이라크는 전쟁 개시후 45분 이내에 대량파괴무기를 발사할 수 있다**
이제는 악명 높은 이 주장은 단 한 명의 증언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이라크의 현직 장교라고 얘기되는 이 정보원은 그러나 전쟁 발발 후 단 한 번도 공개되거나 인용된 바 없다. 어찌 됐건 지난 4월엔 토니 블레어 스스로 이 주장과 모순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라크가 2002년 5월부터 대량살상무기를 은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이라크는 전쟁 개시 후 45분 이내에 이를 사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12. "엉터리 문서"**
이 엉터리문서가 발표된 지난 2월 블레어 총리는 하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어떻게 감추었지에 관해 보다 자세한 정보를 발표했다. 언제 그 정보보고서를 공표할지는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 하지만 그 문건의 대부분 내용은 인터넷상에 있는 3가지 글을 그대로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지난 달 알레스테어 캠벨 영국 총리실 공보보좌관은 부하직원이 행한 그 표절행위에 책임을 졌지만 여전히 그 문건의 내용은 정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문서가 2개 정보기관들을 혼동하고 있고, 그중 1992년에 창설된 정보기관이 그보다 2년전인 1990년에 본부를 옮겼다고 기술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13. 전쟁은 쉬울 것이다**
미국과 영국 국민들의 전쟁에 대한 두려움은, 후세인에 억눌려 지내던 이라크 국민들이 연합군을 환영할 것이라는 확신을 통해서 상당부분 누그러졌다. 미 국방부의 케네스 아델만은"사담 후세인의 군사력을 무력화시키고 이라크 국민들을 해방시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로 시민 복장을 한 비정규군의 저항은 산발적이지만 예상보다는 강했다. 한 장성은 "이들은 우리가 시뮬레이션(war-game)을 접해 본 상대와는 전혀 다르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14. 움 카스르**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과 마이클 보이스 영국 합참의장은 이라크 남부 도시 가운데 유일한 항구도시인 움카스르를 완벽히 통제하기도 전에 여러 차례에 걸쳐 함락했다고 발표했다. "움 카스르는 미군 해군이 완전히 장악했으며 지금 연합군 통제 하에 놓여 있다"고 밝혔으나 이는 다소 성급한 행동이었다.
***15. 바스라 봉기**
이라크 제 2의 도시이며 시아파가 인구 다수를 점하고 있는 바스라에서 이라크 독재자에 대항해 봉기했다는 주장은 이후에 '희망 사항'에 불과했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난 뒤에도 며칠동안이나 계속됐다. 또한 전황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은 군 공보관이 이라크 군부대의 궤멸을 발표하기도 했다.
***16. 제시카 일병 "구하기"**
미군 특수부대가 나시리아 한 병원에 잡혀 있는 제시카 린치 일병을 구출한 사건은 전쟁기간동안 주요한 "기분좋은" 뉴스였다. 그녀는 탄알이 바닥날 때까지 이라크 군대와 전투를 벌였으며 총상을 입어 병원으로 후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녀가 입은 모든 상처는 차량 충돌사고에 의한 것이었으며 따라서 그녀는 단 한발도 총을 쏠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 의사들은 이라크군이 병원으로 오기 전에 그녀를 미군 쪽으로 돌려보내려 했었으나 미군이 그들을 향해 총을 쏘며 공격을 한 다음에야 그녀를 되돌려 보낼 수 있었다. 특수부대는 아무 저항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 모든 '구출과정'은 생생한 화면으로 잡혔다.
***17. 미ㆍ영군은 생화학무기 공격에 직면할 것이다**
미군이 바그다드에 입성했을 때 미군은 "레드 라인"을 건넜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레드 라인"이란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가 화학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알려진 경계선을 의미한다. 그러나 바그다드 탈환을 지휘한 미 해병의 제임스 콘웨이 장군은 이후에 화학무기가 바그다드 주변에 배치돼 있다는 정보 보고서가 잘못된 것이라고 시인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내게 충격이었다. 우리는 쿠웨이트 국경 부근과 바그다드의 모든 탄약보급창을 샅샅이 수색했다. 그러나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다. 우리가 틀린 것이었다. 물론 이라크 전국을 뒤졌을 때에도 우리가 틀렸는지 여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18. (이라크) 과학자들을 심문하면 WMD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블레어 총리는 지난 4월 "나는 그런 무기가 거기에 존재할 것임을 절대적으로 확신한다. 우리가 과학자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그런 무기를 발견할 것이라는 점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주요 지도자들도 이와 유사한 수많은 주장을 내놓았다. 수색을 통해서는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할 수 없었지만 이라크 과학자들을 심문하면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이라크 저명 과학자들은 구금상태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들이 사담 후세인의 재기를 두려워해서 입을 다물고 있다는 주장도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19. 이라크 석유 판매금액은 이라크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블레어 총리는 의회에서 다음과 같이 불만을 표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우리가 이라크의 석유 수입을 노리고 있다고 거짓된 주장을 하고 있다. 이라크 석유자산은 유엔 관리를 통해 이라크 국민을 위한 신탁재산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영국은 모든 석유 수입은 이라크 국민들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안보리 결의안을 추진할 것이다."
하지만 영국도 그 일원인 안보리는 이라크 석유 수입을 미국과 영국이 통제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 관리하의 신탁재산이란 어디에도 없다.
결의안은 또 모든 석유 수입이 이라크 국민들을 위해 사용되기는커녕 지난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략에 대한 보상금 지불에 석유수입의 일정부분을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20. WMD가 발견되었다**
여러 차례에 걸쳐 WMD가 발견됐다는 잘못된 보도가 제기된 이후에 블레어 총리와 부시 대통령은 지난 5월 30일 발견된 두 대의 트레일러가 이동식 생물무기 연구소라고 발표했다. "우리는 이미 두 대의 트레일러를 발견했다. 이 트레일러는 생물무기 생산을 위해 사용되었다고 믿어진다"고 말하면서 "우리가 생산금지된 장비와 무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람들은 틀렸다. 우리는 그것을 찾았다"고 블레어와 부시는 주장했다. 하지만 이 트레일러는 이라크 사람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기상관측기구에 필요한 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장비들인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리고 이 장비들은 영국이 이라크에 수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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