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 99년 두 차례에 걸쳐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두산그룹에 이어 현대산업개발에도 BW 특혜의혹 불똥이 튄 것이다.
***BW행사시 정몽규회장 지분 9.7%에서 31.5%로 급증**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27일 “증권거래소 공시자료 등을 확인해본 결과, 현대산업개발(주)의 정몽규 회장이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산업개발의 83회 해외BW(99년 5월 발행)와 86회 해외BW(99년 8월 발행)와 관련하여 작년 참여연대가 문제제기했던 (주)두산의 특혜성 해외BW와 유사한 의혹과 문제점이 있음을 확인하고, 현대산업개발과 정몽규 회장이 진상을 밝힐 것을 요청하였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정몽규 현대산업개발(주) 회장은 1999년 5월에 발행된 제83회 해외BW의 85%(8,926,700주)를 발행직후 매입하였으며, 또한 1999년 8월에 발행된 제86회 해외BW도 발행 직후 50%(3,549,112주)를 매입하였다.
특히 83회 BW의 경우는 주가하락에 따른 '행사가 조정' 조항이 있어 발행당시의 행사가격 1만1천3백40원은 현재 5천원으로 하락했고, 인수할 수 있는 주식수도 8,926,700주에서 20,439,155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몽규 회장이 83회와 86회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경우 지분율은 현재의 9.7%에서 31.5%로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2002년 12월 31일 현재 현대산업개발(주)의 발행주식총수는 75,384,180주이며 BW 행사로 발행가능한 주식은 27,729,534주로 현 발행주식총수의 약 37%에 달한다.
이 신주인수권이 모두 행사될 경우 정몽규 회장의 지분은 현재 9.7%에서 30.5%로 증가하며, 정몽규 회장만 신주인수권을 행사한다면 지분율은 31.5%까지 증가하게 된다. 이에 비해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은 현재 74.71%에서 56.68%로 대폭 감소하게 된다.
***최대 특혜는 리픽싱 옵션**
참여연대가 특혜로 문제삼고 있는 부문은 행사가격 조정 조항으로 주가하락에 따라 행사가가 자동하락하는 '리픽싱 옵션(행사가 조정)'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신주인수권 인수자는 아무런 위험 없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반면 회사와 기존 주주들에게는 주식물량 증가로 인해 손실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99년은 정몽규 회장이 현대산업개발(주)의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최대주주로 부상하는 등, 정씨 일가 내부의 소유구조 정비가 이루어졌던 시기였다. 따라서 1999년 초 현대산업개발(주)가 사모형식으로 BW를 발행하고 그 대부분을 정몽규 회장이 매입한 것은 대주주의 안정적인 지분 확보를 위한 목적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측 관계자는 27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행사가 조정 조항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 상황에 따라 일반적 조건이었을 뿐”이라면서 “BW를 1억 달러어치 해외에서 발행한 뒤 신주인수권 일부만 정 회장이 각각 30억원씩 두 차례에 걸쳐 다시 매입한 것에 무슨 법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현대산업개발측은 법적 문제 여부와 관계없이 참여연대의 해명요구가 정식으로 제기된 만큼 적극적으로 응하겠다는 방침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각각 10년만기, 5년만기의 BW발행에는 모두 풋옵션(put-option) 행사 조항이 들어 있어 사실상 1년짜리 사채였다는 점에서 1년짜리 자금을 차입하기 위해 인수자에게만 유리한 해외BW를 발행한 것은 현대산업개발(주)의 이사들이 회사와 기존 주주들의 이익에 충실한 결정을 내렸는가를 의심하게 한다”며 특혜성 여부를 추궁하겠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측은 올초 (주)두산의 대주주가 신주인수권 특혜 시비 끝에 전량 무상소각을 결정한 사례와 같이 정 회장의 신주인수권 역시 법의 허점을 이용한 사례라는 점에서 법적 저촉 여부를 떠나 윤리경영의 차원에서 "현명한 결단을 내려줄 것"을 요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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