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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가 0.4% 지분 갖고 21개사 지배하는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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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총수가 0.4% 지분 갖고 21개사 지배하는 '비법'

속속 실체 드러내는 두산그룹 비리, 동부그룹도 마찬가지

오너의 부도덕성을 보여주는 비리가 계속 드러나면서 두산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 24일 편법증여 의혹을 받아온 오너 4세들의 신주인수권을 모두 무상소각하기로 결정해 사실상 불법적 요소가 많은 거래였다는 것을 자인했다. 그러나 두산그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2000년 12월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인수한 이래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내부지분을 늘리는 수법을 써온 것으로 드러나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두산 총수 지분 0.4% 불과**

2002년 4월 현재 두산그룹의 사실상 총수인 박용곤 명예회장의 계열사 지분은 0.4%로, 시가로 치면 45억원어치에 불과하다. 두산의 총수 1인 지분율은 출자총액제한대상 12대 재벌기업 중에서도 가장 낮다. 친족지분을 다 합쳐봐야 6.63%다. 그러나 계열사 출자분까지 합한 내부지분율은 58.44%로 가장 높다. 총수 돈이 아닌 계열사 돈으로 그룹지배력을 강화해온 셈이다.

예를 들어 두산중공업은 2001년 12월과 2002년 1월 두차례에 걸쳐 두산메카텍에 8백억원을 출자한 것을 비롯해 최근 2년 사이에 계열사나 다른 회사 주식에 투자한 금액이 2천6백26억에 이른다.

두산그룹의 지주회사는 최근 1년새 (주)두산에서 두산건설로 이동하고 있다. 두산건설이 (주)두산의 1대주주(지분율 28.61%)이고, (주)두산은 두산중공업(지분율 38.2%)를 포함해 12개 계열사의 1대주주이다.

두산건설에 대해서는 (주)두산의 박정원(41) 사장 등 11명의 4세들이 두산건설 주가 2천~3천원 시점부터 꾸준히 지분을 매입해 현재 19.44%를 확보해놓고 있다. 여기에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6월 (주)두산으로부터 두산건설 지분 12.79%를 인수해 오너 4세들의 지배력을 뒷받쳐주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회장 외아들 이재용씨(삼성전자 상무)가 에버랜드의 최대주주이고 에버랜드가 다른 계열사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돼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형태와 흡사하다.

***영위업종 수로만 따지만 삼성그룹 이어 재계 2위**

두산은 99년 14개까지 줄었던 계열사 수도 현재 21개로 늘었고, 영위업종 수도 29개로 삼성그룹(30개)에 이어 가장 많다. 전형적인 문어발식 경영이다. 그 지렛대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공기업(한국중공업) 인수였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외환위기 직전 거평그룹이 공기업인 대한중석을 인수한 뒤 그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끌어들여 그룹을 확장하다가 결국 부실화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대기업들이 공기업을 인수하는 경우 경영을 합리화해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노력보다는 공기업 자산을 부실계열사 지원이나 문어발식 사업확장에 활용하는 행태가 문제로 지적돼 왔다.

두산그룹이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인수할 때도 이런 의혹을 받아왔다. (주)두산과 두산건설은 2000년 12월 산업은행과 한국전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36%를 3천57억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문제는 이같은 인수자금 조달과정의 불투명성과 부당내부거래 의혹이다.

최근 두산계열사중 하나인 두산메카텍이 지난 2001년 말 (주)두산 기계사업부문(이하 두산기계)을 인수하는 과정의 부당내부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이는 그동안 두산중공업 노조가 부단히 의혹을 제기해온 대목이다.

메카텍은 두산기계를 2천9백57억원을 주고 인수했으나 메카텍과 두산기계가 작성한 계약서 제5조(양도대금) 2항에 따르면 “실사 결과 산정되는 최종평가액이 양도대금과 현저한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 상호협의해 정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5백억원이 넘는 금액을 부풀려 지급한 뒤 1년 뒤 뒤늦게 자산실사 결과 이러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자금을 회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두산메카텍 경영진은 배임혐의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주장이다.

자산실사 전에 영업가치만 평가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졌으나 이는 영업가치를 평가한 회계법인 보고서에는 “기초자료인 순자산가액에 대한 실사평가를 하지 않아 영업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시인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거래였으며 회계업계에서는 자산실사가 없는 영업가치 평가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게다가 당시 두산기계의 주력인 공작기계사업은 정부에서도 구조조정방안이 논의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프리미엄만 2백12억원이나 더 얹어주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의혹투성이의 거래는 한국중공업 인수에 들어간 자금과 비슷한 규모라는 점에서 한국중공업 인수에 들어간 자금을 다시 회수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두산중공업이 두 차례의 증자를 통해 메카텍에 출자한 8백억원은 전부 (주)두산에게 넘어갔다. 부족한 인수대금 2천1백48억원은 (주)두산의 부채를 떠안는 형태로 처리됐다. 이로 인해 메카텍은 하루 아침에 부채비율이 1백38%에서 5백66%로 급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두산은 이밖에 동대문 두타 상가를 분양하면서 거액의 권리금을 확보하는 등 평소 현금을 쥐는 데 경영의 포커스를 맞춘 것으로 알려져, IMF사태후 가장 구조조정을 잘한 모범기업으로 평가받아온 두산이 실제로는 현금을 무기로 기업 인수합병 등 덩치 부풀리기에만 치중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동부그룹도 문제되기란 마찬가지**

재벌기업들의 불법적 거래는 두산 뿐이 아니다. 지난해 동부그룹은 아남반도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금융계열사인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을 불법동원한 사실이 최근 공식확인돼 또다른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은 지난해 7월 그룹의 아남반도체 인수과정에서 각각 8.07%(5백억원어치)와 1.61%(1백억원 어치) 등 모두 9.68%의 지분을 취득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을 위반했다. 금산법 24조는 금융회사가 소속 계열사의 지분을 5%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부화재와 생명쪽은 금감원의 특별검사로 금산법 위반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자, 25일 서둘러 초과지분인 아남반도체 지분 4.7%(5백80만주)를 장내 매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지난해 7월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의 지분 인수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이미 제기됐었고, 같은해 9월 동부건설이 16.14% 지분을 추가 취득해 아남반도체가 동부그룹 계열사가 되면서 금산법 위반이 확실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제재에 나서지 않다가 최근 특별검사를 실시한 것은 검찰의 재벌수사 등 정권교체기의 재벌개혁 기류를 의식한 뒷북치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아남반도체 주식 4.7%(5백80만주)가 일시에 장내 매각되면 주가 하락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금감원의 행위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취임사에서 “외환위기를 초래했던 제반 요인들은 아직도 극복해야할 과제로 남아 있다”면서 “시장과 제도를 세계기준에 맞게 공정하고 투명하게 개혁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고 싶은 나라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두산그룹과 동부그룹 사례는 이런 말이 왜 나왔는지를 절실하게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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