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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급락, 美정부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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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급락, 美정부 속수무책

국제금융전문가들 "달러 하락세 불가피"

백악관과 재무장관 등 부시 미 행정부 관계자들이 공개적으로 '강한 달러 정책 고수'를 잇따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6일(현지시간) 앨런 그린스펀 미 연준의장이 미국 경제에 대해 사실상 '디플레이션' 위험성을 경고한 이후 달러 하락세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달러 약세, 미정부 속수무책**

ABN 암로의 외환전략가 로브 헤이워드는 7일(현지시간) 영국의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이 강한 달러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하면서도 환율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말한 것은 앞으로 달러가 계속 하락할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도 8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이 강한 달러 정책을 강조했지만 전문가들은 달러에 대한 시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부정적"이라고 보도했다.

골드만 삭스의 글로벌 시장 이코노미스트 토마스 스톨퍼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미 행정부가 강한 달러를 지지한다는 언급은 달러의 급격한 하락을 피하려는 의도일뿐"이라면서 "이 시점에서 미 행정부의 정책은 그냥 두고 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린스펀 의장이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유로/달러는 4년래 최저치인 1.144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일본 엔화에 대해서도 달러는 10개월래 최저치인 116.3엔까지 하락해 일본은행의 개입설까지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달러는 지난달 말 1백20엔선이 무너진 후 일주일 만에 3.2% 가량 하락했다. 국내에서도 7일 1천2백원선이 무너진 뒤 달러는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달러화가 급락하자 각국은 서둘러 시장개입에 나섰다. 달러화 약세는 미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게 수출감소 등의 부작용으로 나타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일본 재무성의 미조구치 젠베이 재무관은 엔화가치가 급등하자 "최근 1~2주 동안 외환 변동은 지나친 감이 있다"고 지적하고 "일본 정부는 언제라도 필요한 대응을 할 것"이라며 시장개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일본 정부는 올들어 달러당 1백17엔 근처에서 여러차례 시장개입을 했다.

***달러 약세 보여도 미국경제 회복은 의문**

달러화 약세로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은 미국으로의 달러 유입 감소다.

골드만 삭스의 스톨퍼는 FT와의 인터뷰에서"이라크 전쟁 이후에도 달러가 힘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달러에 대한 시장의 분위기가 냉각됐다"면서 "미국은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감당하는 데 필요한 달러조달에 큰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사실상 환율 방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은 최근 실업률 증가를 비롯한 각종 경제지표의 악화 속에서 달러화 약세가 수출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돼 경상수지 적자를 감소시키는데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다 할지라도, 기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수출 증가로 인한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보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뿐 아니라 미국상품을 수출할 곳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존 스노 미 재무부 장관은 8일(현지시간) 미 하원에서 "유럽과 일본의 성장 부진이 미국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달러 약세에 부정적 견해를 밝힌 것도 이때문이다. 그는 "전세계 경제성장률은 모든 사람의 걱정거리"라며 "이것이 미국 경제가 좀더 활력있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마나 미국 경제가 심각한 장기불황에 빠지지 않는 이유는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에서 엿볼 수 있다. 프랑스의 AFP 통신은 8일(현지시간) 그린스펀 의장이 미 시카고 연방은행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주식시장 붕괴, 테러 사태, 지정학적 분쟁 등 혹독한 충격을 맞고도 미국 경제가 '놀라운 탄력성'을 보여준 것은 미국 은행들이 파생금융상품과 정교한 위험회피기술을 구사한 것이 주효했다"면서 파생금융상품의 역할에 대해 이례적인 찬사를 보냈다.

파생금융상품은 그러나 단순히 위험회피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위험을 증폭시키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파생금융상품 때문에 한꺼번에 몰아닥친 위기를 분산시키면서 미국의 경제가 지금까지 버텨왔다는 그린스펀의 진단은 지금 미국경제가 얼마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역설적 발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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