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역할론이 주목받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심부름을 시키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가 더불어민주당에 복귀해 총선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을 것이란 일각의 관측에 가능성을 열어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총리는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역할을 요구할 생각도 없고 기획할 마음도 없다"면서도 "원칙적으로 정부여당에 속한 사람이어서 심부름을 시키면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선두그룹에 속할 만큼 높은 지지를 받는 데 대해선 "무언가를 안정적으로 해결하는 것에 대한 목마름이 있지 않은가"라며 "강원도 산불피해 현장을 방문했을 때 좋게 봐주셨는데, 그런 종류의 정부 자세나 리더십을 그동안 덜 본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다만 이 총리는 "총선 역할론이나 대선주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보도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대선 도전 여부에 대해서도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 마음의 준비도 그렇게 단단히 돼 있지 않다"고 거리를 뒀다.
보수진영 대선주자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도 "행정부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제1야당 대표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은 몹시 위험하다"며 "그 분에 대해 깊게 알지도 못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 총리는 이어 현정부의 협치 부족에 대한 지적에는 "참으로 아쉽게 생각하는 대목"이라며 "정부여당의 노력이 더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한 쪽의 노력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야당의 비협조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보였다.
그러면서 "통합의 필요성은 모두 인정하지만 분열 양상이 때로는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을 저도 직시하고 있다"며 "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의 충격이 미친 영향도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또 "여야가 지나치게 자극적인 말을 주고받는 것은 실제보다 국민 사이 간격을 넓히고 상처를 키운다"며 "여야 지도자 모두 자제하고 자신들의 언동이 국민께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신중히 생각해 발언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5당 대표회담과 황교안 대표의 일대일 회담 요구가 맞선 가운데, 이 총리는 "기왕에 시급한 문제가 있으니 5당 대표가 함께 모이고 일대일 대화를 수용해주시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했다. 여야 5당 대표 회담을 먼저 열고 문 대통령과 황 대표가 일대일 회담을 갖는 방안을 절충안으로 제시한 셈이다.
이 총리는 5당 대표회담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로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야당 대표와 일대일 회담을 연쇄적으로 한 적 있는데, A 야당과 대화하고 나면 다음 야당은 더 자극적이고 강력한 화제를 끌어내려 한다. 뒤로 갈수록 어려워진다"며 "그러다보면 5당 전체가 회동하는 자리가 어색해지거나 타이밍을 놓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협치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해 개각 때 야당 의원을 장관으로 발탁하려 했다고 후일담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작년 전반기 1차 개각 때 국민 생활이나 산업 관련 부처 몇 곳에 적합한 의원들을 구체적으로 선정해 타진했다"며 "그것이 실패해 야당 정치인이 없는 개각을 했다"고 했다.
이 총리는 "저와 대통령 사이에 '이렇게 합시다' 하는 논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대통령이 안 계시는 자리에서 굉장히 구체적으로 논의돼 후보를 압축했고, 대통령도 동의하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이밖에 적폐 청산 기조에 대한 반발 여론에 대해선 "적폐 청산을 일부러 기획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며 "저도 제발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이 총리는 "드러나고 있는 문제들을 정치권과 권력이 개입해 그만 수사하라고 하는 것은 법치주의가 아닐 수 있다"며 "단지 정치권에서 상대를 청산의 대상으로 보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매우 사려 깊지 못한 태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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