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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에 유은혜 교육부장관님께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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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에 유은혜 교육부장관님께 보내는 편지

[기고] 시간강사 처우, 알고 계시는지요

저는 올해 수도권의 두 학교에서 해고된 14년차 시간 강사입니다. ‘분노의 강사들’ 공동대표이기도 합니다. 저는 올해 초에 시간표를 논의하던 과정에서 초빙교수로 전환하라는 요구를 거절했더니 강의를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시간강사 제로를 표방하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장관님의 모교이기도 하군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해고자가 1만5000~2만여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주변에는 당장의 생계문제 뿐만 아니라 깊은 자괴감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강사들로 넘쳐납니다. 왜 안 그렇겠어요. 어디 가서 가짜로라도 4대 보험 들어오면 겸임 자리를 주겠다는 제안을 학교로부터 들으면 차마 학생들 앞에 얼굴 들고 서기가 부끄럽지요.

짧게 두 가지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 시간 강사 저임금 문제, 둘째, 해고 강사 문제입니다. 현행 강사법에서 보장한다는 교원지위보장, 1년 계약, 재임용 절차, 다 좋은데 가장 시급한 ‘시급’ 문제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더군요.

혹시 시간 강사들이 얼마를 받는지 아시는지요? 전국 평균 시간강사 임금은 시간당 5만9500원입니다. 이건 국공립을 포함해서 나온 수치이고, 사립대만 보면 5만4300원 입니다. 강사법이 얘기하는 주 6시간으로 계산하면 한 달에 약 130만 원 받게 됩니다. 월 300여만 원을 벌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20시간 이상을 강의만 해야 합니다. 방학 4개월은 수입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야 겨우 일 년을 먹고 살 수가 있습니다. 설마 강사가 수업만 한다고 믿지는 않으시겠지요. 구구절절 너무 구차해서 일일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시간강사를 전임교수가 되기 전에 거쳐가는 임시직이라고 생각하고, 언론에서는 흔히 '학문후속세대'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 강사 대부분은 전임교수들과 마찬가지로 배웠고 연구를 하고 있으며 책을 쓰고 십수 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전문인입니다. 단지 전임이 아닌 시간 강사로, 겸임이나 초빙, 그 밖의 기발한 이름으로 불리는 것뿐이지요. 이들 비정규 교수는 이미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입니다. 대학에서는 학과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임을 뽑지 않거나, 빈 자리를 그대로 두고 비정년교수들로 그 자리를 채워왔습니다.

오늘날 시간 강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전임교수의 비율을 OECD 평균수준으로 높여야겠지만 놀랍게도 대학들이 돈이 없다고 하니 당장 실현될 수는 없을 겁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시간 강사 없이 대학 교육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들을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원칙에는 못미치더라도 최소한 최저생계비는 맞춰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단계적으로라도 사립대 시간 강사의 시급을 국립대 수준으로 높여야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게 방학 중 임금입니다. 현행 강사법에서 방학 중 임금 지급을 하도록 만든다기에 반가웠죠. 그런데 시행령을 보니 상황이 다릅니다. 대학과 알아서 계약 하라고 되어 있더군요. 설마 대학들이 알아서 "지금까지 고생하셨으니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지불하겠다”고 할까요? 저의 제안은 시행령에서 최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어야 한다는 겁니다. 시행령에 “방학 중 임금은 학기 중 월급의 80% 이하로는 계약하지 않는다"는 문장 하나만 집어넣으시면 됩니다.

2019년 1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102만4205원이더군요. 위에 제시된 방법으로 계산하면 도시 1인 가구 한 달 최저생계비와 비슷하게 103만6000원이 나옵니다. 둘이나 넷도 아니고 1인 가구의 최저 생계비도 못 주겠다는 건 지금까지 저임금을 무릅쓰고 사명감과 열정 하나로 교육의 길을 걸어온, 어쩌면 너무나 ‘자본주의적’으로 살지 못해서 ‘받은 만큼만 일하지 못하고 그 이상을 일해서’ 이 땅의 대학이 망가지도록 관망한 게 아닐까 하는 자괴감에 땅을 치는 우리 시간 강사들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분노하게 만드는 일이 될 겁니다.

둘째, 이번 강사법 시행이 강사 해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교육부에서는 더욱 강력히 규제해야 합니다. 보도에 의하면 6천 개 넘는 강좌가 줄었다고 합니다. 복구 시키십시오. 어떻게 하냐구요? 각 학교에서 사라진 강의에 대한 모의수강신청을 해서 학생들이 듣고 싶어하는 강의를 복원 시키면 됩니다. 고등학교 내내 인터넷 수업 듣다가 대학까지 와서 콩나물 교실에 방송 강의를 들어야 하는 대학생들은 무슨 죄랍니까?

사람들은 시간강사들이 지금까지 퇴직금도 없이, 건강보험도 없이, 방학 중 임금도 없이, 시급 꼴랑 3만~6만 원 사이 받으면서 어떻게 살았는지 놀랍니다. 알바생도 보장 받는 걸 대학의 교육자에게 제공하지 않느냐구요. 얼마나 믿기 힘든지 자꾸 같은 걸 묻고 또 묻습니다. 인터뷰 하느라 지겨워 죽겠습니다. 좋은 내용도 아니고 이제 그런 인터뷰, 그만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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