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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열린 'SK 판도라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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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열린 'SK 판도라 상자'

비자금 장부, 주식 해외위장분산 문건 등 폭탄 가득

지난 19일 대낮에 검찰이 SK 구조조정본부를 급습해 관련장부들을 압수했을 때 SK는 물론 재계 전체, 그리고 정치권까지도 경악했었다. 검찰이 구조본에서 도대체 어떤 자료들을 압수했는지 종잡을 길이 없기 때문이었다.

구조본은 한마디로 재벌의 '심장부'다. 따라서 이곳에는 특급기밀문서가 가득하고 개중에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건들도 적잖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종의 '판도라 상자'인 셈이다.

아니나 다를까, 검찰의 최태원 SK회장 소환을 앞두고 검찰이 압수한 문건들이 언론에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예상했던대로 메가톤급 파괴력을 갖는 내용들이다.

***해외에 1천5백억원대 주식을 위장분산시켜**

21일 경향신문은 ‘Corp'(SK주를 지칭) 지분 인수방안’라는 검찰 압수 문건을 입수, 보도했다.

이 문건은 2001년 10월4일 SK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이 작성한 것으로, 그룹 지주회사인 SK(주)에 대한 최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3가지 시나리오와 각각의 장단점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이 문건에서 가장 충격적 내용은 SK가 보유 주식을 매각 형식을 빌어 해외로 빼돌려 위장분산시켜 놓았다는 사실이다. 재벌기업이 정부의 상호출자 제한 규제를 피해 보유지분을 해외에 매각할 때 위장분산시켰다는 의혹이 숱하게 제기됐지만 이같은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건에 따르면, SK측은 SK글로벌 소유의 SK(주) 지분 1천만주(지분 7.9% 물량으로 매각 당시 금액 1천5백30억원)는 2001년 1월말 저팬아시아와 이머전트 캐피털이라는 회사에 ‘파킹’(임시 보관)시켜 놓았다.

문건은 “최회장이 워커힐호텔 지분을 판 돈으로 SK(주) 지분을 확보하려면 ▲장내 매집이나 ▲SK글로벌 해외파킹 지분 확보 ▲SK C&C 보유지분 매입 등 3가지 방안이 있다”면서 “그러나 SK글로벌 지분 매입은 파킹 사실이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문제점을 적고있다.

실제로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은 계열사간 상호출자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1백억원 가량의 과징금과 3년이하의 징역 및 2억원이하의 벌금을 물게 돼 있다.

결국 최 회장은 3가지 방안중 비상장사인 워커힐호텔 주가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자기 소유의 워커힐호텔주식과 SK C&C 소유의 SK(주)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안을 택했다.

문건은 그러나 “비상장 주식을 고가로 해 저가의 관계사 상장주식과 교환하는 경우 상황에 따라 감독기관의 조사 가능성이 있다”면서 ‘1999~2000년 ㅇ전자·ㅇ화학에서 대주주 보유 비상장 주식 대규모 매입으로 기관 등이 반발.외면하고 감독기관 조사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린 사례가 있다“고 적고 있다. SK 스스로가 이같은 행위가 불법행위임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다.

문건은 또 주식 맞교환의 전제조건으로 ‘대외명분 확보가 관건(이슈)’이라고 적고 있으며 '주식 맞교환을 지배구조 강화나 구조조정으로 포장해야 한다'는 대응책까지 다양하게 제시돼 있어 SK그룹이 최 회장의 지분 맞교환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음을 증언해 주고 있다.

***비자금 장부와 거액의 현찰도 함께 발견돼**

하지만 SK는 물론 정치권, 관료사회까지도 바짝 긴장케 만든 것은 검찰이 압수한 SK의 '비자금 장부'였다.

한겨레신문은 21일 "검찰이 지난 19일 SK그룹에 대해 벌인 2차 압수수색에서 그룹 차원의 비자금 내역이 적힌 장부를 확보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며 “그동안 그룹 지배권 확보를 위한 부당 내부거래 등 최태원 SK 회장의 배임 혐의 입증에 주력해 왔던 검찰의 수사가 SK그룹 비자금 수사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검찰이 SK글로벌 문서보관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비자금 장부가 나왔으며, 장부에는 최 회장 등 그룹 고위인사들이 정.관계 쪽과 비밀스런 거래를 한 내역도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2차 압수수색 당시 비밀금고에 거액의 현금이 보관된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가 정치권이나 관료계를 상대로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활동을 펴 왔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그 동안 이를 입증할 문건이 나오지 않아 의혹만 증폭됐으나, 이번에 SK에서 문건이 압수됨에 따라 그 파장은 앞으로 일파만파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시민단체 등은 벌써부터 SK로부터 비자금 장부를 압수한 게 사실이라면 검찰은 즉각 그 내용을 공개해야 마땅하다며, 비자금 장부 공개 여부를 노무현 새 정부의 개혁의지를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로 보고 있어 노 당선자의 결단이 주목된다.

***국민은 '판도라 상자'의 내용물을 알고 싶어한다**

서울지검 형사9부(부장 이인규)는 최태원 SK회장을 21일 오전 10시 소환조사한 뒤 혐의사실이 확인되면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 회장이 계열사와의 편법 주식거래를 통해 7백억~8백억원대의 부당이익을 챙겼기 때문에 일단 배임혐의만으로도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는 규모가 50억원이 넘으면 법정형량이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된다.

이같은 검찰의 구속 방침에 대해 전경련 회장단은 20일 '선처'를 호소하는 등 재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한 구조본을 검찰이 급습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며 그룹마다 구조본 자료를 분산시키는 등 보안 강화에 부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재벌들은 이번 SK사태로 "구조본을 해체하라"는 여론이 급등할 것을 우려하며 구조본을 없애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벌써부터 '경제'를 명분으로 SK사태의 조기봉합을 원하는 재계와 제도언론의 주문이 강하다. 그러나 다수 국민은 이번에 열린 '판도라의 상자'안에 어떤 내용물이 있었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모든 권력으로부터의 중립을 추구하고 있는 검찰의 결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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