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민주평화당과의 재결합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제3지대 신당론'에 대해 선을 긋고 나섰다. 손 대표는 현재 4.3 보궐선거 후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 양측에서 사퇴 요구를 받고 있고, 이런 상황과 관련해 '손 대표가 당내 호남계와 함께 제3지대론에 기울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었다.
손 대표는 19일 오후 비례대표인 김수민 의원이 청주 청원구에 지역구 사무실 개소식을 여는 데 참석해 축사를 하며 "죄송하다. 우리 바른미래당이 지금 어려움 속에 있고 당내에서는 내홍이 아주 극심하다"고 당 상황을 언급헀다.
손 대표는 그러나 "(대표직에서) 물러나라고 몇 사람이 얘기하는 것에 대해 꿈쩍하지 않는 것은 제가 당 대표 자리에 연연해서가 아니다"라며 "내가 지금은 여당이 돼 있는 제1야당 대표를 2번이나 해본 사람이고 야당 대통합을 2번이나 이루어낸 사람이다. 제가 대표를 해서 무슨 영예나 영광이 있는 게 아니다"라고 사퇴론을 일축했다.
손 대표는 특히 정계개편과 관련해 "중간지대가 크게 열리고 있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면서도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와 민주평화당 간 통합으로 제3지대 신당을 만들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손 대표는 "당장 급해서 다음 총선에서 바른미래당으로 나올 수 있는 분들이 '한국당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것을 이해는 한다. 그게 현실이기는 하다"면서 "그러나 길이 그렇게 가지는 않는다"고 '보수 통합론'을 반박하고, 이어서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민주당이나 평화당처럼 '혼자 살기 힘드니 같이 합치자'는 말은 어림도 없다"고 했다.
손 대표는 "바른미래당이 갖고 있는 제3의 길, 중도통합·중도개혁의 길, 새로운 정치의 길이 21대 총선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그것이 한국 정치의 구도를 바꿔나가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바른미래당 박주선 의원은 평화당 인사들과 접촉한 이후인 지난 14일 손 대표와 만나 이른바 '제3지대 신당론'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CPBC)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제3지대의 '빅 텐트'에 옛날 저희들하고 같이 국민의당에 있었던 평화당 소속 의원들이 참여하겠다고 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주장을 이어갔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손 대표와 박 의원 등 국민의당계 내 비(非)안철수계, 호남계 그룹이 평화당과의 합당을 통해 정계 개편의 도화선을 당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었다. 손 대표는 그러나 '자강론'을 재강조하며 일단 제3지대론에 거리를 둔 셈이다.
다만 손 대표의 당내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4.3 보선 후 하태경·이준석·권은희 등 바른정당계 최고위원 3인은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며 최고위원회 회의 참석을 보이콧하고 있다.
여기에 이어 안철수계도 전날인 18일 오후 2차 회동을 갖고 손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현직 지역위원장 10~20명이 참석한 이 회동에서는 "'이대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 손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는 데 중지를 모았다"고 김철근 전 바른미래당 대변인이 전했다.
이 모임에는 이태규 의원과 김정화 대변인, 김 전 대변인, 김도식 전 비서실장 등 안철수계 인사 90명 내외가 참여했고, 손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을 이 의원이 손 대표에게 직접 전달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화당과의 통합 등 제3지대론에 대해서는 안철수계 역시 "창당정신에 맞지 않다는 반대 의견이 훨씬 많았다"(김 전 대변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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