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 했던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도는 이제 옛일이 됐고, 까마득하게 멀었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간 지지율 격차는 사정거리 안까지 좁혀졌다. 진보세력의 장기집권은 고사하고 내년 총선의 대승도 장담할 수 없는 게 지금의 여론지형이다.
눈 밝은 시인의 말을 빌어 묻자.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지지도가 추락하고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진 데에는 몇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지지부진한 사회경제적 개혁, 대북 이슈에 대한 과도한 경도, 폭등한 부동산 가격, 대외적 경제여건의 악화에서 주로 기인하는 경제적 어려움, 비대언론을 필두로 한 메인스트림의 조직적 저항과 사보타쥬, '극문'이라 불리는 자들의 정치적 자해행위 등등의 요인이 우선 떠오른다.
분명 위에 열거한 요인과 열거하지 않은 요인들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거기에 더해 문재인 정부가 '강남좌파' 이미지에 갇혀 있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사임 사태와 최근 잇따른 장관 후보자들의 낙마 사태를 관통하는 건 강남좌파 이미지다. 비록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진 않았을지 모르지만 이른바 명문대를 나오고, 좋은 직장과 직업에 종사하며, 상위 20%의 평균소득인 연봉 1억 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고, 서울 및 신도시 요지에 30평형대 이상의 아파트를 소유한 리버럴을 소위 '강남좌파'라고 할 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구성원 대부분은 이 강남좌파에 해당할 것이다. 그리고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사임사태와 장관후보자들의 낙마사태는 강남좌파 이미지를 강하게 소환하는 정치적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강남좌파는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강남좌파라는 사회경제적 계급과 문화적 지위에 고착된 채 한국사회를 바라보고 그 관점 아래 한국사회를 재구성하려고 한다는 의심을 시민 대다수가 한다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율 반등과 향후 치러질 선거에서의 대승은 기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재벌과 지주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강남좌파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누렸고, 엄청난 자산을 가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한민국 임금소득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887만 명이 월 소득 200만 원 이하다. 또한 자기 집이 없는 시민들이 전체 가구의 4할을 훌쩍 넘고, 심지어 40만 가구 이상이 주택이 아닌 곳에서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이들에게 강남좌파는 재벌-지주와 별반 다르지 않다.
왜곡도 있고, 오해도 있고, 누명도 있고, 음해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아직까지 강남좌파 이미지를 전혀 탈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라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무릎을 굽혀 대한민국 구성원의 절대 다수를 이루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눈을 맞추어야 한다. 중도를 포함한 시민 대다수가 문재인 정부가 '우리 정부'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리고 민주당이 '우리 정당'이라는 믿음을 갖는다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몰락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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