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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할 일은 첫째도 금융개혁, 둘째도 금융개혁, 셋째도 금융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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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중국이 할 일은 첫째도 금융개혁, 둘째도 금융개혁, 셋째도 금융개혁"

후진타오는 정작 금융개혁에 무관심, 4년후 금융위기 가능성

장쩌민 중국국가주석이 최근 그가 신뢰하는 경제학자에게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3대 경제정책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한다. 그러자 나온 답이 "첫번째도 금융개혁, 두번째도 금융개혁, 세번째도 금융개혁"이었다. 이 답을 들은 장쩌민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후진타오 신임 중국공산당 총서기에게 공식적으로 권력이양을 했지만, 정작 이들은 금융개혁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 눈치이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근호(11.25)에 실린 얘기다.

***"첫번째도 금융개혁, 두번째도 금융개혁, 세번째도 금융개혁"**

비즈니스위크는 마크 클리포드 홍콩 지국장이 쓴 칼럼에서 이같은 일화를 소개하며 "사상 최대의 금융붕괴가 후진타오 정부를 궤멸시킬 수 있다"고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경고했다.

미국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추정에 따르면, 현재 중국 은행들이 안고 있는 부실채권을 청산하려면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43%에 해당하는 5천1백18억달러가 필요하다. 금융위기로 예금자들의 인출사태가 벌어지면 후진타오 정부가 쓰러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출사태까지는 가지 않는다 해도 엄청난 부실채권은 멀지 않아 자금 부족 사태를 일으키며 중국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게다가 중국은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며 5년후 금융시장 완전개방을 약속했다. 따라서 앞으로 4년이 지나면 외국계 은행들이 중국에서 자유롭게 영업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시티은행과 홍콩상하이은행(HSBC) 등 국제거대금융기관들이 중국내 우수고객들을 휩쓸어감으로써 가뜩이나 어려운 중국의 국영은행들은 최악의 상황에 몰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부실채권 문제에 대해 전혀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3백30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은행들에 투입하고, 4개의 자산관리공사를 설립해 1천6백억달러의 부실채권을 인수한 뒤 채권자와 채무협상을 벌이려고 했다.

하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부실채권의 15% 정도를 출자전환 방식으로 줄일 수 있었지만 기업구조개선 효과는 거의 없었다. 협상에 진전이 있는 것처럼 보인 경우도 알고보면 기만적인 것이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1월 모건스탠리가 주도하는 국제컨소시엄에 1달러당 8센트에 13억 달러의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협상은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채권와 연계된 담보물을 매각하려는 국제컨소시엄의 계획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간 중국 경제관료들은 "고도 경제성장과 과감한 손실처리를 병행하면 부실채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소위 '파이를 크게 하면 상대적으로 부실채권 비중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그러나 7%가 넘는 고도성장을 유지하면서도 부실채권 문제를 해결 못하고 있는 판에, 앞으로 활황장세가 수그러들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우려는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주룽지 총리는 중국의 부동산 거품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과열은 거품 경제를 뜻하며 통상 침체의 전조다. 부동산 거품이 걷히기 시작하면 부실채권이 더욱 증가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중국경제 붕괴시나리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관료들은 금융개혁에 소극적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 중국인이 클리포드의 칼럼을 읽고 보낸 반박편지 내용은 중국 관료들의 안이한 인식의 일면을 드러내주고 있다.

***한 중국인과 클리포드간 논쟁**

이 칼럼에 대한 반박편지를 받은 클리포드는 22일 인터넷판에 다시 조목조목 반론을 편 글을 실었다. 이런 대목들이다.

중국인 주장: 공산주의 금융체제에서 정부가 발행해 국영기관들에 준 돈은 대출로 분류할 필요가 없다. 갚을 필요가 없는 것이며, 인플레이션 요인도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중국은 임금, 가격 통제가 이뤄지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공산주의 금융체제에 자본주의적 회계방식을 강요하지 말라.

클리포드 반론: 중국의 은행들은 돈을 빌려주고 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는 당신의 말은 맞다. 그게 바로 문제의 근원이다. 돈을 찍어내고 그냥 준다는 것을 건전한 경제 운용방식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은 재앙을 부르는 처방이다. 과거 소련 노동자들 사이에서 회자됐던 농담이 생각난다. '그들은 돈을 줄 것처럼 하고 우리는 일하는 척 한다'.

계획경제를 시장경제로 전환시키려는 것은 중국 지도자들이 분명히 밝히고 있는 목표다. 오늘날 중국의 은행직원 중에 신용자금이 대출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회수할 생각도 없이 대출해주었다가는 당장 해고되거나 부정이 개입됐다면 처형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임금과 가격을 통제할 권한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관행은 약화됐다. 현재 중국에서 대부분의 가격은 시장에 의해 정해진다.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최근 몇 년간 공장 증설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힘입은 것이다.

공산주의 금융체제에 자본주의적 회계방식을 강요하지 말라고 한다면 중국의 발전은 기대하지 말라. 자본주의적 회계방식을 도입하려는 것은 다름아닌 중국 지도자들이다. 주룽지 총리가 최근 홍콩에서 열린 세계회계회의에 참석해 건전회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주조연설을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공산주의 방식같은 것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중국인 주장: 미국도 부실채권으로 홍역을 치른 적 있잖은가. '저축대부조합(S&L) 위기' 말이다.

클리포드 반론: 부실채권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따라야 할 모델이 바로 미국식 해결방식이다. 중국도 자산관리공사를 세워 해결하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미국과 중국이 섬뜩하게 다른 점이 있기는 하다. S&L 위기 때는 당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에 해당하는 1천6백억 달러의 공적자금으로 청산을 할 수 있었지만, 중국의 부실채권을 다 처리하려면 중국 GDP의 40%에 해당하는 5천억 달러에 이를 것이다. 부실채권 처리를 미룰수록 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중국인 주장: 중국의 부실채권이 상환해야 할 빚이라고 해도 그 빚은 내부의 문제다. 일본과 이탈리아도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 중국인 일부가 다른 중국인에게 빚을 진 것이다. 대외적인 충격을 주지 않는다. 중국인들은 소득의 25% 이상을 저축한다. 중국의 금융체제는 현금이 풍부하다. 외환보유고도 2천5백억 달러에 달할 정도이며 순자본수출국이다.

클리포드 반론: 향후 몇년 내에 부실채권이 처리된다면 대외 충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향후 중국의 해외차입금이 증가할 것이냐는 논쟁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아 국제금융위기 가능성을 일축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

어쨌든 국민들의 부담은 크다. S&L 처리로 미국민들은 평균 6백40달러를 부담했다. 중국의 인구는 더 많기에 1인당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다. 3백80달러다. 하지만 중국에서 이 돈은 큰 돈이다. 1인당 연소득의 절반이며 많은 농부들에게는 1년 동안 버는 소득보다 많은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순자본 수출국이 아니다. 막대한 해외직접투자(올해 5천억달러가 넘는다)와 무역흑자에 힘입어 외환보유고가 엄청나다. 그러나 외환보유고는 국내 은행 위기가 일어날 때 별 도움이 안된다.

중국인 주장: 중국의 공산주의적 대출방식을 비난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다른 개발도상국과 비교할 때보다 평등사회를 건설해 왔다.

클리포드 반론: 1960년대 중반에서 70년대 중반까지 일어났던 문화혁명 시대에 유행했던 말이 생각난다. '정각에 운영되는 자본주의 열차보다 연착하는 사회주의 열차가 좋다'. 이런 사고방식은 중국의 발전을 몇십년 후퇴시킨 후 76년 투옥된 4인방 시대나 어울리는 말이다.

같이 못살자는 게 중국이 취할 가장 좋은 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78년 경제개방 이후 2억명이 중국인민들이 절대 빈곤에서 벗어났다. 중국과 세계를 위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소득불평등이 증가하고 있다. 숫자가 클수록 소득 불평등이 크다는 것을 나타내는 지니 계수가 중국은 0.40이다. 미국은 0.34다. 중국의 새 지도자들이 성장과 빈곤과 불평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갈지 주목된다.

중국인 주장: 서구 전문가들이 소위 사회 안전망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실업수당으로 보인다. 반면에 중국 정부는 국영기업에서 해고되는 노동자들을 공공사업으로 재취업하는 방식으로 실업률을 조절할 것이다.

클리포드 반론: 많은 아시아인들은 서구가 그들을 억누르려는 음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음모론을 믿지 않는 중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철저하고 신속한 개혁이 어쩡정한 조치보다 경제성장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주룽지 총리가 공공사업을 크게 일으킨 것은 그의 치적으로 칭송될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늘어난 정부 채무를 감당할 정도로 새로운 성장으로 이어질 것인지 쉽게 말할 수 없다. 주룽지 총리의 정책시도를 탓할 수는 없지만 균형을 찾기 어려운 문제다.

***파이를 무한정 키울 수 있을 것인가**

클리포드는 "중국의 고위재무관료가 국제통화기금(IMF)를 방문해 공식적으로 GDP 25%에 달하는 무수익여신을 해마다 몇%씩 줄여나가겠다면서 연평균 7%에 달하는 경제성장률을 언급했다"고 전하면서 "하지만 이런 일을 해낸 국가는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나의 주장이 틀린 것으로 드러나면 나도 기쁠 것"이라면서 "그러나 중국의 새로운 지도자들이 금융개혁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할 때만이 비로소 내 말이 빗나가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중국의 16전대 이후 중국의 권력구도는 '제2의 덩샤오핑'으로 불리는 장쩌민이 중국의 실질적인 오너이고 후진타오는 중국의 CEO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클리포드의 이론이 맞다면 향후 4년내에 후진타오는 중국의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안착시킨 지도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중국의 파멸을 막지 못한 죄인이 되는지 판가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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