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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에너지 정책, 실효성 있으려면…

[초록發光] 지역에너지계획, 문제는 '실행'이다

2019년 새해가 시작된지 3개월이 다 되어간다. 한 해의 4분의 1이 지난 지금, 연초에 세운 계획들은 잘 실현하고 계신지들.

필자는 세웠던 계획을 지키기는커녕, 무슨 계획을 세웠었는지 어렴풋이 기억나는 정도이다. 바쁘게 살다보니 연초에 세웠던 계획이 무엇이었는지, 얼마나 지켰는지, 수정이 필요한지, 계획을 갈아엎어야 하는지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방학 계획표, 시험계획표, 여행계획, 다이어트, 영어공부 등 살면서 세운 무수한 계획들이 실패한 대부분의 이유는 모두가 알다시피, 목표는 거창하나 실천을 제대로 못 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쌓아온 실력이 있기에 우리는 계획은 정말 잘 세운다. 그런데 계획 세우는 실력에 비해 실천하는 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게을러서? 의지가 부족해서? 환경이 받쳐주질 않아서?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아마도 계획을 세울 때 실행계획을 세우지 않고, 점검하고 평가하는 시간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계획을 세우고 실천을 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세우면서, 중간 중간 점검하고 평가해 계획을 수정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올해는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면, '한 달 동안 영어 소설책 한 권 읽기'라는 구체적인 목표와 '하루에 한 페이지씩,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출·퇴근할 때 반 페이지씩 읽기' 같은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있어야 한다. 혹시 못 지켰을 경우를 대비해 '점심시간에 세줄 읽기' 같은 단서를 다는 것도 계획을 실행하기에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아침이나 저녁, 혹은 주말에 '계획을 점검하는 시간'도 반드시 계획을 세울 때 포함 시켜, 예기치 못한 변동사항들을 고려해야 한다.

다 아는 이야기를 구구절절 적은 이유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세우는 계획도 그러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탈핵, 탈석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시작한 에너지계획의 총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곧 발표될 예정이다. 이 계획에 맞추어 올해 17개 광역시도에서는 일괄적으로 지역에너지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역에너지계획은 이전에도 여러 광역시도에서 세우기는 했지만, 국가계획에 맞추어 전국에서 동시에 수립하는 것은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직 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몇몇 시도에서는 지역에너지계획 수립을 시작했고, 다른 지역도 계획 수립을 준비 중이다. 국가계획을 주도적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광역시도는 에너지계획·에너지정책의 실행 주체이다. 따라서 지역에너지계획은 국가 계획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지역의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당연히 담겨져야 한다.

필자는 올해 17개 광역시도에서 수립할 예정인 지역에너지계획에 반드시 실행계획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실행계획에는 지역에서 달성할 목표를 '어느 부서에서, 어느 정도,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 협력해' 달성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도 꼭 포함 되어야 한다. 그리고 중간에 실행 정도를 평가하고 점검하면서 성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중간평가 계획도 포함해야 한다. 실행계획 포함은 권고 사항이 아니라 필수 사항이 되어야 한다.

하나 덧붙이면, 지역에너지계획 수립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만들었고, 한국에너지공단은 '지역에너지계획 수립'에 대한 평가를 한다. 그런데 지역에서 만들어진 지역에너지계획의 실행 정도나 실천적 목표 달성에 관한 추적·평가 시스템은 어디에도 마련된 것이 없다. 계획수립 평가에 따른 인센티브나 페널티도 없고, 사후 추적·평가 체계도 없으니 이 계획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진행되며 어떤 성과를 달성하는지에 관해서는 모니터링 자체가 힘들다. 따라서 실행계획이 포함된 지역에너지계획은 지역에서 스스로 계획을 수행하고 점검하며 성과를 낼 수 있는 좋은 환경적 도구가 될 것이다.

이제는 지역에너지계획을 내실 있고 품격있게 수립할 때가 되었다. 계획을 위한 계획은 필요 없다. 17개 광역시도에서 저력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 에너지분권은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책임도 함께 나누어지고 가야 할 일이다. 지역에너지계획 수립에 실행계획을 반드시 포함시켜서 지역에서 실질적인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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