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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기업도산ㆍ금융공황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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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만, 기업도산ㆍ금융공황 위기

기득권층 저항으로 금융개혁도 난항

대만경제가 붕괴직전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만 굴지의 반도체기업들의 도산설에 이어, 이러다가 대만의 금융시스템 자체가 붕괴하는 게 아니냐는 '대만발 제2 아시아 금융위기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판이다.

대만정부는 이에 우리나라를 금융개혁의 벤치마킹 모델로 삼아 부실청산, 합병 등을 추진하려 하고 있으나 대만 기득권층의 거센 저항으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 반도체업계 일각에서는 대만 반도체기업들이 도산할 경우 과잉공급으로 신음하고 있는 세계반도체가격 회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샤일록적 분석까지 나오고 있어, 대만을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천수이벤 금융개혁, 기득권층 저항으로 답보상태**

대만경제는 주가와 통화 가치, 반도체값이 모두 곤두박칠치는 3중고로 신음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경제가 흔들릴 때 중심을 잡아주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대만 경제를 혼란에 몰아 넣고 있다.

지금 대만의 최대현안은 금융개혁이다.
대만은 과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일본 금융시스템을 모방하고 있는 사회다. 우리나라의 경우 IMF사태를 겪으면서 서구형으로 금융시스템을 전면개조했으나, 대만은 아직도 관치금융으로 상징되는 일본 금융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대만의 금융시스템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부실채권으로 붕괴 직전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에 천수이벤이 총통에 취임하면서부터 가장 주력해온 부문이 금융개혁이다. 그러나 기득권층의 반발이 엄청나다.

지금 대만 정치권은 금융개혁안을 둘러싸고 집권 민진당에 대해 동맹세력들이 일제히 등을 돌리고 있다. 부실채권비율이 전체대출금의 21.5%에 달하는 대만의 농협과 17.5%에 달하는 수협에 대해 우량은행과의 합병안을 추진하는 천수이벤 대만 총통에 대해 이덩후이 전 국민당 당수 등 동맹세력조차 "농어민을 버리는 짓"이라며 격렬하게 비난하는 등 농어민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융개혁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25일 대만 증시의 가권지수는 전날보다 100.99P(2.36%) 내린 4,185.95로 폭락했다. 특히 대만 반도체업종은 일부 업체들의 '유동성 위기설'이 퍼지면서 대부분 폭락했다. LCD업종도 가격 인하 소식으로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는 10개월래 최저치다. 가권지수가 6천선을 하향 돌파했을 때 대만의 국가부도설이 나올 정도였는데, 4천2백선까지 무너지자 지금 대만에는 "이러다가 일본의 사생아가 되는 게 아니냐"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천수이벤, "정권을 잃더라도 반드시 금융개혁을 관철시키겠다"**

대만당국은 금융부실채권이 8%에 달해 8월말 현재 4백98억 달러로 집계된 것으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로는 두 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만큼 대만 금융계는 '일본식 금융부실'로 악명 높다.

대만 국무장관 리우스탕도 "2백50개 신협 중 부실채권 비율이 25%가 넘는 신협이 1백개가 넘는다"면서 "신용협동조합들의 부실채권은 시한폭탄과 같아 금융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신협이 이처럼 부실화된 배경에는 신협이 지역구 정치인들의 금고로 전락했기 때문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대만의 금융을 분석해온 대내외 전문가들은 "대만이 부실채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금융파산을 피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황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자 천수이벤 총통도 24일 "정권을 잃더라도 반드시 금융개혁을 관철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천 총통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금융개혁안을 밀어붙이다가는 정권을 잃게 될 것이라고 위협을 받고 있지만 여기서 물러서더라도 정권을 잃을 것"이라며 배수진을 쳤음을 강조했다.

그는 "어차피 권력을 잃을 바에야 금융개혁을 밀고 나가는 것을 선택할 것"이라면서 "권력을 잃을까봐 개혁을 추진하지 못한다면 비겁한 행동이 될 것"이라며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한국을 교과서 삼아 공적자금 투입, 강제합병 추진**

대만 금융계가 전체적으로 부실화된 이유는 90년대 형성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막대한 평가손을 입었기 때문이다. 대만 재무부는 은행들에 대해 2003년 6월까지 부실채권 비율을 2%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올 연말 대손충당금을 쌓게 되면 일부 은행들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만 정부는 정부 주도하에 금융계 합병을 단행한 한국과 말레이시아를 모델로 삼아 금융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푸본 파이낸셜, 타이페이은행 그리고 캐세이 파이낸셜과 UWC상업은행의 합병이 최근 성사되었다. 은행당 고객이 평균 50만명도 안되는 대만 은행들은 이같은 합병을 하지 않고는 앞으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만정부는 또 미국식 신용공사(RTC)를 설립해 1천4백억 대만달러의 구제금융을 투입하고 있다. 이미 42개 금융기관에 1천억 대만달러를 투입했으나 나머지 금융기관들을 구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다시 1조 대만달러가 넘는 기금을 조성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때도 끄덕없었던 아시아의 경제우등생 대만은 금융부실을 제때에 해결하지 못하고 질질 끄는 바람에 이처럼 경제가 엉망이 되었다. 실업률도 지난 8월 5.3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53만6천명이 실업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5월 천수이벤이 이끄는 민진당이 총선에서 극적인 승리를 하며 출범했을 때만 해도 가권지수는 8000대를 웃돌았다.

그러나 금융계가 관치금융으로 부실이 고질화된 상황에서 반도체 등 IT 산업의 수출에 명운을 건 대만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으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97년에는 안전했으나 이번에는 금융위기 겪을 공산 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체 수출 비중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만 IT 산업이 거대한 수요처였던 미국이 경기하강으로 곤란을 겪으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감한 데다 가격마저 폭락하자 붕괴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 결과 현재 대만 가권지수는 천수이벤 취임당시의 절반수준인 4천선마저 붕괴될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경제의 악화→수출 부진→제조업 생산 위축→기업 수익 감소→실업률 증대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가운데 금융 부실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실물 경제가 나빠짐에 따라 부실채권이 늘어나고 부동산 가격은 92년 대비 반토막이 나고 가권지수도 마찬가지 운명을 겪고 있는 것이다.

불투명한 가운데 대만 경제의 핵인 IT 산업이 맥을 못추고 있는 데다 금융부실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대만 경제가 일본처럼 'L'자형의 장기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지난 97년 아시아 금융위기때 우리나라의 부러움을 받았던 대만이 그후 금융개혁, 기업개혁 등 구조조정 노력을 소홀히 하다가 이번에는 '제2의 아시아 금융위기'를 겪게될지도 모를 새옹지마의 궁지에 몰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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