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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發 금융위기설'의 실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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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發 금융위기설'의 실상은?

디플레이션 계속 심화, 정작 일본인들은 '위기 불감증'

"4일밤 홍콩의 한 베테랑 저널리스트가 전화를 걸어왔다. 일본 돌아가는 게 심상치 않아 보이는 데 한국에선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일본을 바라보는 국제금융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우리도 긴장을 늦추지 말고 예의주시할 때다."(재경경제부 금융정책 책임자)

"미국보다 일본이 걱정이다. 미국은 아직 조정이 끝나지 않았지만 4.4분기부터는 제 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보이는데, 일본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일본에서 사고가 터지면 우리도 영향을 안받을 수 없다."(한국은행 정책책임자)

일본발(發) 금융위기 발발 가능성에 대한 위기감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연초의 '3월 금융대란설'에 이어 올 들어 두번째로 분출한 위기상황이다. 주가가 19년전 수준으로 폭락하는등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과연 어느 정도 위기상황인가.

***나날이 심해지는 디플레이션**

일본 재무성 발표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의 자본투자지출이 연속 6분기(1년반)동안 내리 하락했다. 은행 등 금융업종을 제외한 기업들의 2.4분기 자본지출이 1.4분기보다 2.6% 줄어든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5일 "자본지출이 이처럼 줄어든 것을 보면 지난주 일본 정부가 추정한 1분기 경제성장률은 0.5%에 못미치는 0.4%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다이와 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 마키노 주니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자본지출이 줄어드는 것은 내수가 위축되면서 기업들이 향후 경기전망을 더욱 어둡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매출이 2.6%가 감소했는데도 수익은 오히려 2.8% 늘었다. 1년전보다 매출이 매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5년이래 사상 최대치인 9.2%나 폭락하자, 기업들은 감원등을 통해 비용을 최대한 줄인 결과다. 이같은 수익력 강화는 긍정적 신호이기도 하나, 생산력 증진보다는 감원을 통한 결과라는 점에서 볼 때는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적 측면도 동시에 띠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기업들의 투자심리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일본의 8천9백46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투자심리지수는 1분기 마이너스 8.8에서 2분기 마이너스 9.7로 더 악화됐다.

일본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일본의 닛케이지수는 연일 하락을 거듭해 3일 19년만의 최저치인 9217로 폭락한 데 이어 4일에는 9075로 거래를 마감했다. 5일 소폭 반등세로 반전됐으나 대세반전으로 보는 시각은 드물다.

LG투자증권은 4일 이와 관련, "일본 닛케이지수가 단기적으로 8천7백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일본내에서는 7천선까지 급락할 것으로 보는 시각들도 존재한다.

***일본정부, 20일 위기종합 대책 내놓기로**

이처럼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되자 일본 정부는 오는 20일 디플레이션대책을 내놓겠다며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적극 나섰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일 "정부가 20일 발표할 디플레이션 대책에는 감세, 정리회수기구(RCC)를 통한 부실채권 문제 처리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을 것"이라면서 "이같은 조치가 최근의 폭락장세를 막아줄 수 있을 것"으로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외부 시선은 그렇지 못하다.

닛코살로먼스미스바니의 이코노미스트 후지 도모코는 5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나왔던 내용과 별반 다른 것이 없는 대책일 것"이라며 "정부가 디플레이션을 억제하겠다는 건 지금까지 여러번 되풀이 돼온 낡은 이야기"라고 냉담하게 반응했다.

이같은 의구심은 RCC를 통한 부실채권 처리 등이 대단히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RCC는 올 상반기 3천9백60억엔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사들였는데, 이는 지난 3년간 사들였던 1조8백억엔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나 은행권의 부실채권은 2001회계연도말 기준으로 52조4천억엔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여서, RCC릍 통한 부실채권 해소는 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위기 불감증'이야말로 일본의 최대 위기요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일본발 금융공황이 발발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는 게 국제금융 전문가들의 대체적 전망이다.

한국은행 외자운영팀의 한 관계자는 "금융공황이 발발하면 증시와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일제히 이탈하는 법인데 지금 일본의 경우 증시에서 빠져나온 돈이 채권시장으로 옮겨가면서 채권 유통수익률이 낮아지고 있다"며 "당장 금융공황 같은 대형사고가 발발할 위험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증시와 채권시장에서 외국인투자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한자리 숫자에 달할 정도로 극히 낮은 점도 일본발 금융공황이 발발할 가능성을 낮춰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일본내부의 '위기 불감증'이야말로 일본의 가장 큰 위기요소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10년이상 계속돼온 만성적 경기침체 속에서 위기감지력이 마비됨에 따라 문제의 근원을 도려내는 결단보다는 눈앞 위기를 미봉책에 연연하면서 병을 키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하면, 일본발 금융위기설은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접할 뉴스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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