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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를 휩쓰는 '워렌 버핏 自淨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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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월가를 휩쓰는 '워렌 버핏 自淨혁명'

코카콜라 이어 WPㆍ뱅크원ㆍGMㆍ포드ㆍ다렌 동참

미국 유일의 전국지 USA 투데이가 '대공황 발발'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설 정도로 지금 월가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쌍둥이 빌딩을 폭파한 빈 라덴의 알 카에다 테러집단보다 분식회계를 한 미국 CEO들이 더 나쁜 자들"이라는 비판이 공공연히 활자화될 정도다. 전례를 찾기 힘든 '신뢰의 위기'다.

국내 대형은행의 고위임원은 19일 이와 관련, "외국계 금융관계자를 만났더니 '경험법칙상 한번 신뢰의 위기에 빠지면 3년동안은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하더라"며 "단기간에 미국경제가 회복되길 기대하기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신뢰의 위기'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는 우리도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다. IMF사태때 우리는 종합주가지수가 2백80대까지 붕괴하는 공포를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자딘플레밍사의 스티븐 마빈 같은 애널리스트는 "한국은 믿을 수 없다. 한국을 즉각 떠나라"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이런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이런 위기 상황하에서 '과연 미국자본주의가 회생가능할 것인가' 또는 '신뢰 위기 공황에서 살아남는 기업은 누가 될 것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선 하나의 잣대가 필요하다.

그 잣대가 다름아닌 '워렌 버핏 자정(自淨)혁명'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위대한 양심선언'**

18일(현지시간) 미국의 양대 신문중 하나인 워싱턴포스트(WP)가 '양심선언'을 했다.

WP 양심선언의 골자는 "우리는 지난 4월 사설에서 "기업들이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을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분식회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으면서도, 정작 우리 자신도 지난해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음으로써 3백60만달러의 추가수입을 올린 것처럼 분식회계를 했었다"는 쇼킹한 내용이었다.

세계최고 권위의 언론사임을 자처해온 WP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양심선언이었을 것이다. 평소 자신이 '글 따로, 행동 따로'였음을 보여주는 신랄한 자아비판이었기 때문이다.

WP는 이같은 자아비판에 기초, "지난 15일 워싱턴포스트 경영진은 스톡옵션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주주들에게 정확한 금융정보 제공을 위해 앞으로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해 나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WP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분식회계를 가능케 한 또다른 구조적 요인으로 지적돼 온 회계관행과 관련, "우리도 엔론 등과 마찬가지로 컨설팅업체에 회계감사와 컨설팅 용역을 동시에 맡겼었다"고 자백하고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WP는 이같은 분식회계가 자사뿐 아니라 "뉴욕타임스(NYT), CNN 모기업인 AOL타임워너, NBC 모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 ABC 모기업인 디즈니, CBS 모기업인 비아콤 등 미국의 모든 언론사에서 자행돼 왔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말해, 미국 언론 전체가 입으로만 분식회계를 질책하면서 뒷전에선 악덕기업들과 똑같은 분식회계를 일삼아 왔다는 충격적 폭로였다. 미국 언론의 치부가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WP의 양심선언은 워렌 버핏의 '작품'**

WP의 양심선언은 두 가지 상반된 평가를 얻고 있다.

하나는, "쉽지 않은 위대한 양심선언이었다"는 긍정적 반응이다.

다른 하나는, 경쟁사들을 물고 들어간 대목을 지적하며 '고도의 상업주의'가 아니냐는 비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가지 상반된 평가 모두 맞다. WP 경영진이 이같은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워렌 버핏의 압박'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워렌 버핏은 WP의 이사다. 그는 "지금 미국이 직면한 신뢰붕괴의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분식회계 관행을 앞장서 타파해야 한다"고 WP 경영진을 압박했다. 그는 "내 말을 따르면 다른 모든 기업이 쓰러져도 WP만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설득을 겸한 협박이었다.

워렌 버핏은 월가에서 가장 존경받는 '투자가의 아버지'이다. 'CEO의 아버지'라 불리던 잭 웰치 전GE회장은 분식회계를 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존경의 대상에서 탈락했다. 따라서 지금 월가에서 유일하게 대중의 신뢰를 얻고 있는 인물은 워렌 버핏 하나라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워렌 버핏은 WP에 앞서 지난 16일 분식회계 양심선언을 한 뒤 앞으로 이를 비용으로 처리하겠다고 선언한 코카콜라의 이사이기도 하다. 그는 코카콜라 경영진을 설득한 데 이어, 이번에는 역시 자신이 이사로 있는 WP에 압박을 가한 것이다.

WP는 결국 워렌 버핏의 압박에 항복했다. 그에게 저항하다가는 WP가 어렵게 쌓아올린 공든 탑도 하루 아침에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또한 어차피 양심선언을 할 바에는 경쟁사들보다 먼저 해 '차별화'를 이룩해야 한다는 상업적 판단도 작용했을 성 싶다.

워렌 버핏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WP로 하여금 언론계 전반에 만연한 분식회계 사실도 폭로하도록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신이 이사로 있는 WP 하나를 살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미국 기업 전반의 분식회계 관행을 수술해야만 미국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요컨대 WP의 양심선언은 워렌 버핏의 '작품'인 것이다.

***워렌 버핏의 뒤를 따르기 시작한 미국기업들**

월가에서는 최근 워렌 버핏이 시작한 개혁 드라이브를 '워렌 버핏 자정혁명'이라 부르고 있다.

코카콜라가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겠다는 발표를 한 뒤 코카콜라 주가가 투자가들의 신뢰를 얻어 차별화에 성공하면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한 때문이다. 워렌 버핏의 영향력이 얼마나 거대한가를 보여주는 증거였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미국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속속 워렌 버핏 자정혁명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우선 18일 미국최대 자동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와 2위 기업인 포드가 혁명 합류를 선언했다.

이어 외식업체 체인인 다렌 레스토랑이 합류를 선언했다.

VO5 샴푸제조업체인 알베르토 컬버도 합류했다.

미국 금융사상 가장 위대한 기업인수합병(M&A) 금융기관이며 미 은행 랭킹 6위의 뱅크 원도 합류했다. 뱅크 원은 다른 기업들과 달리 아예 지난 2.4분기부터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소급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2천8백만달러의 순익이 줄어든다.

이들이 자정혁명 합류를 선언하며 한결같이 한 말은 "워렌 버핏을 믿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알베르토 컬버의 하워드 베르니크는 "나는 평소 버펫을 대단히 존경해 왔다"고 말했다. GM의 CFO 존 드바인은 "기업회계의 신뢰를 재건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그것이 대단히 힘들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이에 투자가의 아버지인 워렌 버핏의 충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워렌 버핏 혁명이 월가를 강타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의 힘'을 이긴 장사는 없다**

이같은 워렌 버핏 혁명에 대해 아직 다수 CEO들은 강력히 저항하고 있다.
워렌 버핏의 주문대로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순익이 줄어들어 단기적으로 주가가 떨어지고, CEO 개인들은 보다 많은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를 위시한 오라클, AEA 등의 대기업 CEO들은 결코 워렌 버핏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단언하고 있다.

CEO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부시 정부도 이 문제에 개입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스톡옵션의 비용처리를 주장해온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조차 "이는 정부가 끼어들기보다는 시장 스스로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말할 정도다.

결국 워렌 버핏 혁명이 성공할지 여부는 '시장의 힘'에 달려있는 셈이다.

역사는 그러나 '시장의 힘'을 이긴 장사는 없다는 교훈을 일깨워 주고 있다. 빌 게이츠 등이 아무리 힘이 세도, 투자가들의 아버지인 워렌 버핏을 이길 수 있으리라고 보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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