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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 '월가 대청소'에 나서다

코카콜라 '스톡옵션' 비용처리에 앞장

'가치투자'의 대가로 월가의 존경을 받고 있는 워렌 버핏이 마침내 두 소매를 걷어부치고 월가 재건작업에 나섰다.

그동안 월가에서 가장 큰 존경을 받아온 인물은 워렌 버핏과 잭 웰치 전 GE회장 두명이었다. 그러나 'CEO의 아버지'라 불리던 잭 웰치마저 분식회계 범죄에 연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워렌 버핏만이 월가의 '마지막 희망'이 됐다. 마침내 워렌 버핏이 월가를 죽음의 늪으로 빠트리고 있는 분식회계를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개혁작업의 선봉에 선 것이다.

워렌 버핏은 자신이 이사로 있는 코카콜라의 경영진을 설득하는 데 성공, 코카콜라는 오는 4.4분기부터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을 비용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현재 월가의 블루칩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 중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곳은 우주항공 업체 '보잉'과 식료품 체인업체 '윈-딕시' 뿐이다. 이러던 참에 세계최대의 음료회사로 시가총액 10위인 코카콜라가 가세함에 따라 나머지 미국 기업들도 새로운 관행을 도입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을 받게 되었다.

***스톡옵션 비용처리시 지난해 순익 21% 격감**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한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대단히 중차대하다.

메릴린치가 최근 S&P500 기업들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발표한 실적에서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면 올해 순익은 10% 줄고 2001년에는 21%, 2000년에는 8%가 감소한다.

신용평가기관 S&P의 조사에서도 2000년 S&P 500 대기업의 순익이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면 9%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내부 자료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00년까지 S&P500 기업들의 평균 순익 성장률은 12%였지만, 만일 스톡옵션이 비용에 포함될 경우 9.4%로 줄어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뢰의 위기'에 봉착한 미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선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한 예로 앨런 그린스펀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장도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빌 게이츠 MS회장등 대다수 미국CEO 격렬반발**

하지만 이해당사자인 대다수 미국 CEO들은 이같은 스톡옵션 개혁에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에서 "국제 회계표준을 정하는 런던 소재 국제회계표준위원회(IASB)는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나 미국 기업인들은 이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스톡옵션 개혁에 반대하는 기업들 중에는 시스코 시스템, AOL 타임워너, 마이크로소프트 등 실리콘밸리의 대표기업들이 망라돼 있다.

***정치권은 CEO 눈치보기 급급**

'돈줄'인 대기업 CEO들이 격력히 반대하자, 당연히 정치권도 대기업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다.

미 의회는 말로는 분식회계 척결 운운하면서도 실제로는 고작 "기업은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대출을 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민주당 찰스 슈머 상원의원의 제안을 구두 표결로 지난 13일 채택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이들은 여야 구분없이 정작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개혁에 대해선 반대하는 입장이다.

스톡옵션 개혁에 앞장서고 있는 민주당 칼 레빈 상원의원은 11일 "미국 회계기준을 설정하는 재무회계기준위원회에 스톡옵션 규제방안을 검토하게 하자"고 제안했으나 공화당측 반대로 심의가 연기됐으며 공화당 의원들은 채택불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칼 레빈 의원과 함께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로비스트들이 의사당에 떼를 지어 몰려와 '스톡옵션에 대한 제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서구문명을 파괴하게 된다'고 말했다"고 격렬히 비난했다.

그러나 칼 레빈이나 존 매케인 등은 의회내 '소수파'에 불과하다. 대다수 여야 의원들은 CEO 등이 임기내 스톡옵션을 못 팔게 하는 방안 등 실질적인 스톡옵션 규제책에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USA투데이는 12일 "상원을 지배하고 있는 민주당 원내총무 톰 대슐 상원의원이 '경영진과 직원들의 스톡옵션 행사를 제약하는 어떤 조치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벤처투자가 존 도어의 입장을 지지했다"고 보도하면서 "도어 부부는 1999년 이후 민주당과 입후보자들에게 61만9천달러를 제공하는 등 민주당 최대 기부자에 속한다"고 밝혔다.

***미국 CEO들의 만성적 모럴 해저드**

그러나 스톡옵션의 최대 문제점은 비용처리 여부보다 "주식시장으로 들어오는 돈은 '눈먼 돈'으로 먼저 챙겨가는 게 임자"라는 식으로 CEO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만연시켰다는 데 있다.

미국 CEO들은 현재 보수의 절반 이상을 스톡옵션으로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엔론, 글로벌크로싱, 월드컴 등 분식회계로 회사를 파산으로 몰고간 경영진은 분식회계를 해서라도 주가만 높여놓으면 스톡옵션을 행사해 거액을 챙길 수 있는 허점을 철저하게 악용했다.

엔론의 케네스 레이 회장이 엔론 주식을 팔아 1억5천만달러를 챙긴 것을 비롯해 엔론 임원들이 주식을 팔아 개인적으로 챙긴 금액은 1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파산이 임박한 지난해 11월에도 엔론의 고위 간부 6백여명은 1억달러의 보너스를 챙겼다.

2001년 2월 케네스 레이의 후임으로 엔론 회장에 취임했던 제프 스킬링도 6개월만에 돌연 물러나면서 자신의 주식 등을 처분해 6천2백만달러를 챙겼다. 타이코 CEO인 데니스 코즐로스키도 해고 직전에 2억4천달러의 주식을 팔아치우는 등 회사가 망가져도 경영진은 태연히 스톡옵션으로 돈을 챙겨왔다.

주가가 일정수준(행사가격)이상으로 오르면 일정 수량의 주식을 싼값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스톡옵션이 원래의 인센티브 취지와는 정반대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주가를 끌어올리는 경영진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어 버린 것이다.

***'위선자' 행렬의 선두에 선 부시**

주주들도 엔론 사태 이후 스톡옵션에 대한 거부감이 커져, 경영 기여도를 뛰어 넘는 스톡옵션을 챙기려는 최고경영진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7월15일자)에 따르면 스톡옵션이 거부된 비율이 1995년 16.2%에서 작년 23.4%로 늘었다. 지난 5월 최고경영진에 다량의 스톡옵션을 부여하려던 미국의 존스 어패럴 그룹은 주주들의 거센 반대로 이를 철회해야 했다.

문제는 그러나 말로는 분식회계 범죄 청산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CEO편에 서서 스톡옵션 개혁에 반대하는 '위선자'들이 미국내에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위선자' 행렬의 선두에 서 있는 인물이 다름아닌 조지 W.부시 대통령이다.

부시는 대기업 회계부정 스캔들이 잇따라 터지자 지난 9일 뉴욕 월가를 방문해 "기업이 부도나기 직전에 최고경영자들은 막대한 돈을 보너스로 챙겨가고 종업원과 투자자들은 고통에 빠지는 것을 우리는 보아왔다"면서 기업범죄 근절을 소리 높여 외쳤다. 그러나 정작 부시는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자는 개혁에 대해선 거부의사를 밝히면서, 단지 주주들이 스톡옵션 프로그램에 관한 의결에 참여하는 대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위선적 행태에 대한 미국민들의 눈총은 따갑다. 뉴스위크가 11,12일 미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7%가 "부시의 기업부패 근절대책이 미온적"이라고 답했다. 또 부시가 기업 경영자 시절 책임 있게 처신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51%에 불과하고, 체니 부통령의 기업경력에 대해선 35%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폴 크루그먼, "부시정권은 기업내부자들로 바글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의 위기는 분식회계나 스톡옵션 등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기업 내부자를 위한 체제라는 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는 이런 내부자들로 가득차 있다. 부시가 부정행위를 저지른 경영진들에게 입으로만 엄단을 외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질타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엔론 경영진으로서 5억 달러의 분식회계를 자행하고 엔론의 파산 직전에 1천2백만 달러의 주식을 팔아 치운 토머스 화이트가 어떻게 아직도 미 정부의 육군부 장관으로 건재하고 있느냐"고 개탄했다.

요컨대 부시정권에겐 더이상 '개혁'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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