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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회계개혁법안' 미 상원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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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회계개혁법안' 미 상원 통과

우리나라 정부도 회계감사와 컨설팅 분리 추진

미국 회계역사상 가장 강력한 규제법안으로 불리는 '사베인스 법안'이 미국 상원에서 15일(현지시간) 97대0의 만장일치로 통과돼, 미국을 비롯한 세계 회계관행에 혁명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사베인스 법안에 기초한 대대적 회계 개혁을 추진중이어서, 앞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상원 만장일치로 사베인스법안 통과시켜**

상원 금융위원장인 폴 사베인스(민주당. 메릴랜드주)의원의 발의로 상정되어 '사베인스 법안'이라 명명된 이 법안은 그동안 공화, 민주 양당의 반대에 직면해 상정조차 못하고 있었으나, 최근 잇따라 초대형 분식회계사건이 터지면서 여론의 힘에 밀려 마침내 지난달 중순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17대4로 채택되었고 8일부터 심의에 들어갔다.

사베인스 법안은 1929년 대공황이후 증시개혁의 명분으로 회계법인에게 기업의 회계감독권을 넘겨주었던 미국연방의회의 조치를 백지화하는 법안으로, 기업회계 감시만을 전담하는 가칭 '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를 미 상원에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신설되는 감독기구는 감사규정 제정, 회계법인 감사, 부정행위 처벌 등의 권한을 갖게 된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회계감사를 맡고 있는 기업이 함께 해온 컨설팅 서비스를 금지시킨 것이다. 회계감사와 컨설팅을 함께 맡는 데 따른 이해상충이 엔론의 회계법인이었던 앤더슨 등의 부정을 초래한 핵심요인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또한 이 법안은 동일 회계사가 동일 회사에 대해 5년 이상 감사업무를 맡지 못하도록 했다.

고객사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한 애널리스트에 대한 보복도 금지하도록 규정했다.

허위 평가보고서를 열람시킨 경우 우편통신법에 의거 최고 10년 징역형이 가능해졌다.

한편, 법안이 통과되기 직전 2가지 수정조항이 삽입되었다. 내부자주식 거래는 이틀 이내에 전자공시해야 한다는 조항과 미국증권거래위원회는 기업고문변호사에 대한 직업윤리규정을 마련하라는 요구였다. 직원윤리규정에는 기업의 부정행위를 안 변호사는 최고경영자에게 이를 보고하고, 이에 대한 조치가 없을 경우에는 기업이사회나 감사위원회에 다시 보고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도 여론의식해 사베인스 법안 지지선언**

사베인스 법안이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 발효되려면 하원을 통과한 '옥슬리 법안'과 절충을 거쳐야한다.
공화당의 마이클 옥슬리 의원이 발의한 '옥슬리 법안'은 증권사기에 대한 언급이 없는 등 '사베인스 법안'에 비해서 친기업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공화당의 트렌트 로트 상원 원내총무는 "하원도 상원의 법안에 가깝게 의견을 바꿀 것"이라고 말해, 절충과정에 사베인스 법안의 골간이 훼손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부시 대통령도 사베인스 법안에 대해 "상원이 내 의도와 맞아 떨어지는 강력한 법안을 만들어줘 기쁘다"면서 "의회가 8월 여름 휴회에 들어가기 전 결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분식회계 원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마당에 사베인스 법안에 반대했다가는 여론의 집중포화를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베인스 법안은 표결을 앞두고 기업과 회계업계의 반발과 이들에게 고용된 로비스트들의 집요한 방해로 상원의원들이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워낙 분식회계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아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7일 "사베인스 법안에 대해 감히 반대의사를 표명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의회 소식통을 인용보도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도 혁명적 변화 예고**

사베인스 법안 통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 회계 관행에도 혁명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분식회계가 문제되자 최근 정부도 회계법인과 기업경영진에 대한 규제강화에 나섰다. 금융감독원과 공인회계사회가 올들어 실시한 기획감리에서 분식회계로 적발된 기업이 35개나 되는 등 한국도 미국을 비웃을 처지가 못되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은 부실한 회계감사를 했다는 이유로 감사인 지정에서 25개사를 덜 배정받는 제재조치를 받았다. 기업과 회계법인 모두 분식회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회계법인이 같은 회사에 대해 컨설팅과 감사를 모두 맡아 생기는 '이해충돌'도 우리 업계에서도 낯설지 않다.
한 예로 삼일회계법인의 경우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된 타이거풀스코리아(TPI)의 회계감사외에 컨설팅까지 맡아 TPI의 기업가치가 수조원대에 달한다는 '장밋빛 전망치'를 내놓아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기호 대통령 경제복지노동특보는 지난 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외국기업인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엔론이나 월드컴과 같은 회계 부정사건을 막고 건전회계관행의 정착을 추진하겠다"며 "다음달부터 외부감사의 독립성 제고방안 연구에 들어가며, 같은 회계법인이 회계감사와 컨설팅서비스를 함께 하는 것을 막고 둘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 특보는 "기업의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임원들에 대한 스톡옵션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정부 움직임에 대해 회계업계는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회계감사와 컨설팅 업무를 분리시킬 경우 가뜩이나 과당경쟁 상태에 있는 기존 회계법인들의 수익구조가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계업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정부의 개혁 움직임을 저지하려는 로비 활동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투자가들은 더이상 분식회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인만큼 회계업계의 저항은 시한부에 그칠 수밖에 없으리라는 게 지배적 전망이다. 이에 회계업계에서는 지금 일각에서 추진중인 합병등 자체 구조조정을 가속화함으로써 당면한 위기를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자성이 나오고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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