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마감됐습니다^^
온누리가 활짝 펴는 4월, 두발로학교(교장 진우석. 여행작가)는 제70강으로, 전라북도 무주의 금강을 찾아갑니다. 4월이면 무주의 금강은 비단을 푼 것처럼 아름답고, 울긋불긋 꽃대궐을 이룹니다. 금강은 전북 장수군 뜬봉샘에서 발원, 진안 용담호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무주, 영동, 금산 등을 거쳐 군산만에서 몸을 푼답니다. 천 리(394.79㎞)를 내달리는 물길은 곳곳에 비경을 펼쳐놓는데, 특히 무주에서는 소박한 산골마을의 정취와 애잔한 이야기를 품고 흐릅니다. 무주 금강을 따라 난 길을 ‘예향천리 금강마실길’이라고 부릅니다. 그 안 벼룻길, 잠두길, 학교길 등 아기자기한 길을 찾아갑니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2019년 4월 20일(토)에 찾아가는 <꽃으로 치장한 연둣빛 금강>에 대해 들어봅니다.
농수로가 길이 되다, 벼룻길
벼룻길은 부남면 대소마을에서 시작되어 대티마을까지 이어진다. ‘벼룻길’은 강가나 바닷가의 낭떠러지로 통하는 비탈길을 말하는데, 이곳 주민들은 ‘보뚝길’로 불렀다. 본래 이 길은 굴암리의 대뜰에 물을 대기 위해 일제강점기에 건설한 1.5km 길이의 농수로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주민들은 대소마을과 율소마을을 이어주는 지름길로 이용했고, 대소리에 오일장이 서면 나들이 가던 길로, 아이들의 학교 가는 길로, 이웃사람들에게는 마실 가는 길로 이용했다.
벚꽃 터널인 옛 국도, 잠두길
잠두길은 37번 국도 상의 잠두2교에서 잠두1교까지 이어진 강변길이다. 이 구간은 용담호를 나온 금강이 무주를 향해 구불구불 흐르다가 엄지손가락 모양으로 툭 튀어나온 형상이다. 지금은 37번 국도가 이곳을 거침없이 가로지르지만, 옛길은 강을 건너지 않고 북쪽의 산비탈을 따라 유장하게 이어진다. 예전 무주와 금산을 잇는 국도였다.
잠두2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잠두길의 시작이다. 길 양편으로 벚나무가 터널을 이룬다. 잠두길 전체가 벚나무이기에 특히 봄철 풍광이 빼어나다. 금강을 우측에 끼고 갈선산(480m) 허리를 에둘러 가는데, 길을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흙길이다. 자갈이 좀 깔렸지만 걷기에 나쁘지 않다. 발아래 산자락을 휘감아 도는 물줄기는 소리 없이 뱀처럼 굽이친다.
길의 중간쯤에 비교적 넓은 공터가 나오고, 금강마실길 안내판이 서 있다. 안내판 주변으로 온통 야생화들이 가득하다. 어쩌면 이 자리가 예전 버스정류장 자리인지도 모른다. 여기서 좀 더 가면 포토존이 나온다. 강변으로 튀어나온 바위에 오르면 멋진 금강 풍광이 펼쳐진다.
잠두길 끝에서 37번 국도로 내려서면 잠두1교가 나온다. 앞쪽으로 금강을 가로지르는 통영대전고속도로가 하늘에 걸려있다. 강변을 따라 잠두1교 밑으로 들어서면 숨어있는 옛 잠두교가 덩그러니 남아있다. 강물에 바투 붙어 난간도 없는 작은 시멘트 다리다. 볼 품 없어 보이지만, 예전에는 이 다리가 잠두마을과 무주를 이어주는 유일한 길이었다.
옛 잠두교 위에서 강물 따라 이어진 잠두길 전체가 아스라이 잡힌다. 산과 강, 길이 어우러진 정감 가득한 풍경이다. 반대쪽으로는 고속도로 잠두교, 국도 잠두1교가 나란히 보인다. 수십 년 세월이 겹쳐진 풍광이다. 잠시 다리에 주저않아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강물은 세월의 무상함이며 옛 주민들의 애환을 훤히 알고 있을 듯하다. 다리를 건너면 잠두마을. 잠두(蠶頭)는 산 위에서 바라본 지세가 누에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얻은 이름으로,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청정지역이다. 잠두마을의 상징인 거대한 느티나무 아래서 잠두길을 마무리한다.
뒷섬마을 아이들 학교 가던 ‘학교길’
학교길은 말 그대로 뒷섬마을의 까까머리 아이들의 학교 가던 길이다. 금강 물줄기가 크게 굽이쳐 만든 내도리의 앞섬마을과 뒷섬마을은 물방울 모양새다. 이 때문에 강줄기와 산으로 막힌 마을은 ‘섬 아닌 섬’이 되어 배를 타지 않으면 무주읍으로 갈 길이 막막했다. 앞섬마을은 배를 한번 타면 됐지만, 뒷섬마을은 배를 두 번이나 타야 했다. 마을 이름은 무주읍에서 먼저 닿는다 해서 앞섬, 뒤에 닿는다 해서 뒷섬이라 붙여졌다.
금강을 건너는 다리가 놓이기 전의 앞섬마을은 배를 타지 않고는 건널 수 없는 오지 중의 오지였다. 그러니 앞섬마을에서 또 한번 강을 건너야 하는 뒷섬마을은 더 말해서 무엇할까. 사정이 이러니 뒷섬마을 주민들은 무주읍에 가려면 나룻배로 물길을 두 번이나 건너서 에둘러 돌아가야 했다. 그나마 비라도 내릴라치면 강물이 불어 길은 수시로 끊겼다. 차라리 석벽으로 우뚝 솟아있는 깎아지른 벼랑길을 따라 향로봉(420m)의 낮은 목을 타고 넘어가는 편이 더 나았다. 이것이 뒷섬마을에서 무주읍내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학교길’이 만들어진 연유다.
학교길은 무주읍으로 닿는 외길이었으니 꼭 학교에 가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겠지만, 그 길을 오전, 오후 무시로 넘어다니던 것은 등·하굣길의 아이들이었다. 무주읍 내도리 뒷섬마을에 놓인 후도교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학교길’ 팻말이 보인다. 그 뒤로 금강 벼랑을 따라 이어진 고요한 강변길이 이어진다. 다듬어지지 않은 길이라 덩굴들이 자주 발목을 붙잡지만, 이곳은 손대지 않아서 더욱 소중하다.
억센 풀을 헤치며 걷다 보면 커다란 바위가 앞을 막는다. 질마바위다. 길은 구렁이 담 넘듯 바위 위를 타고 넘는다. 이 길은 애초에 있던 길이 아니라 일제시대 무렵 주민들이 손수 만들어낸 것이다. 자식을 학교에 보내고자 했던 부모들이 강변에 솟아있던 질마바위를 일일이 정으로 쪼아내서 그 사이로 길을 만들어 이었다. 그러곤 가파른 길을 눕히고, 무너지는 길에는 시멘트를 발랐다. 질마바위를 지나자마자 바닥에 발라놓은 시멘트에 새겨놓은 ‘1971년 5월 20일’이란 날자가 뚜렷하다.
강변을 따라가던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희미한 하나의 길은 강으로 이어지고, 다른 하나는 경사진 숲길로 이어진다. 여기서 길이 선명한 숲길을 따라야 한다. 점점 가팔라지던 숲길의 끝 지점에 올라서면 커다란 밭이 나온다. 이곳을 지나면 북고사로 이어진 도로가 나오고, 곧 북고사에 닿는다. 북고사는 조선 개국 직후 무학대사가 무주의 지세를 보완하고자 세웠다고 전해지는 절집이다. 절집에서 나와 능선을 이어가면 무주읍에 닿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향로봉을 오르는 것이 학교길의 묘미다.
향로봉에서 펼쳐진 금강 물굽이
북고사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은 두 가지다. 대웅전 옆의 등산로가 있고, 주차장을 가로질러 이어진 산길이 있다. 길은 전자보다 후자가 완만하고 좋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700m. 등산로 안내판이 세워진 곳에서 산길을 오른다. 주변은 온통 소나무들로 그득하다. 향로봉 일대는 주민들을 위한 등산로로 정비돼있어 길이 좋고, 안내판도 잘 돼 있다. 가파른 길은 점점 완만해지다가 정상의 정자가 슬쩍 보인다.
향로봉 정자에 서면 금강의 물길의 창암절벽을 감아도는 모습이 발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안동 하회마을이나 예천의 회룡포 못지않은 절경이다. 이런 절경이 이곳에 숨어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아침 안개가 피어날 무렵이면 정취는 더 하다. 멀리 후도교와 그 다리 끝에서 걸어온 강변의 학교길이 눈에 들어온다. 정자에서 고개를 뒤로 돌리면 험상궂은 적상산이 우뚝하고, 그 아래로 무주읍내의 전경이 펼쳐진다. 적상산 뒤로 거대한 산줄기가 둘러쳐져 있는데, 그것은 덕유산이다. 이 작은 봉우리에서 산국 무주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감상한다. 하산은 제2전망대 방향으로 능선을 따르다가 ‘약수터’ 이정표를 따라 내려가면 무주고등학교에 닿는다.
두발로학교가 4월 20일(토) 걷는 제70강 <꽃으로 치장한 연둣빛 금강>의 구체적인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07:00 서울 출발(정시 출발하니 시간 꼭 지켜주세요^^ 06시 50분까지 서울 강남구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6번 출구의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에서 <두발로학교> 버스(온누리여행사)에 탑승바랍니다. 아침식사로 김밥과 식수가 준비돼 있습니다. 답사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제70강 여는 모임
-부남면사무소 도착
-벼룻길/잠두길 트레킹(부남면사무소-굴암리-잠두마을 약 10㎞. 3시간 소요)
-식당으로 이동
-점심식사 겸 뒤풀이
-학교길 트레킹
16:30 서울로 향발. 제70강 마무리모임
*현지 상황에 따라 코스가 축소‧변경될 수 있습니다.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 편한 차림(가벼운 등산복/배낭/등산화), 모자, 선글라스, 무릎보호대, 식수, 윈드재킷, 우비(+접이식 우산), 따뜻한 여벌옷, 간식과 과일, 자외선차단제, 헤드랜턴(또는 손전등), 필기도구 등(기본상비약은 준비됨).
★환경 살리기의 작은 동행, 내 컵을 준비합시다(일회용 컵 사용 줄이기)^^
<참가신청 안내>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인문학습원'을 검색해 홈페이지로 들어오세요. 유사 '인문학습원'들이 있으니 검색에 착오없으시기 바라며, 반드시 인문학습원(huschool)을 확인하세요(기사에 전화번호, 웹주소, 참가비, 링크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이리 하니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홈페이지에서 '학교소개'로 들어와 '두발로학교'를 찾으시면 4월 기사 뒷부분에 상세한 참가신청 안내가 되어 있습니다^^
★인문학습원 홈페이지를 방문하시면 참가하실 수 있는 여러 학교와 해외캠프들에 관한 정보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회원 가입하시고 메일 주소 남기시면 각 학교 개강과 해외캠프 프로그램 정보를 바로바로 배달해드립니다^^
★두발로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두발로학교]
진우석 교장선생님은 저명한 여행가이자 여행작가입니다. 스스로 ‘시인이 되다만 여행작가’라 하며 ‘걷기 달인’, ‘길의 탐미주의자’로 통합니다. 히말라야, 카라코람, 알프스, 백두대간 등 국내외 굵직한 트레일을 걸었으며, <서울신문>에 <진우석의 걷기 좋은 산길> 연재를 시작으로 국내외 ‘날 것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 한국관광공사 ‘이달의 걷기길’ 선정위원이며 삼성 SERICEO‧여행작가학교 등에서 여행강사로 활동합니다.
두발로학교를 여는 취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의 시대입니다. 여기저기 걷기 코스의 명소들이 생겨나고 <걷기 동호회>도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각 지자체들도 고유의 <길>을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인간이 한동안 잊었던 <걷기의 가치>를 되살리고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의 즐거움과 건강을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직립보행(直立步行) 이후 걷기를 멈춘 적은 없습니다. 최소한 집안이나 사무실에서도 걸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걷기가 새삼스럽게 각광을 받는 이유가 뭘까요.
성경 <요한복음>에서 예수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길을 본받는데, 길은 스스로 그러함(자연)을 본받는다.”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길>에서 이처럼 종교적 진리나 철학적 깨달음 같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길을 걸으면서 내면의 기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루소는 <고백록>에서 “나는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길 수 있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나의 마음은 언제나 나의 다리와 함께 작동한다.”고 말했습니다. 걷기의 리듬은 사유의 리듬을 낳는다고 합니다. 경치를 구경하며 생각할 수 있고, 미지(未知)의 것을 기지(旣知)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레베카 솔닛의 저서 <걷기의 역사>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의사가 둘 있다.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 말이다. 몸과 마음이 고장 날 때 나는 이 의사들을 찾아가기만 하면 되고, 그러면 다시 건강해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장 경제적이고 신체에 부담이 적은 운동을 택한 것이 <걷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는 속도와 능률이 지배하는 세상에, 목적에 대한 부담을 덜고 걷기를 통해 느림의 미학으로서 세상을 보고 싶은 것은 아닐까요.
사람마다 걷기를 통해 찾고자 하는 의미와 기쁨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모두 함께 찾으려는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 <새로운 경관> <자연을 즐기는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의 세 가지가 아닐까요.
<두발로학교>는 <아름다운 길 걷기> 전문학교입니다. <두발로학교>에서 세 마리 ‘토끼몰이’를 해 보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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