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핵화 서두르지 않겠다"…의미는?

비건 특별대표 하노이로 출발, 북미 정상회담 준비 본격화

북미 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동결된 상태라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과 협상에서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19일(이하 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가 필요하다"면서도 "서두를 것은 없다. 제재는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말을 다섯 차례나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떠한 (북한 핵‧미사일과 관련한) 실험이 없다. 실험이 없는 한 나는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핵‧미사일과 관련한) 실험을 한다면 또 다른 문제가 되겠지만 매우 긍정적인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긴급한 시간표는 없다"면서 "우리는 (북한과) 만남을 가질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겠지만, 내 생각엔 결국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보길 원한다. 결국은 이를 보게 될 것"이라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많은 것들이 나올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조금도 서두르지 않는다"라고 말할 정도로 느긋한 태도를 보이는 것과 관련,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재개하지 않는 한, 비핵화 협상이 장기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을 염두에 두고 점진적으로 진전을 이루겠다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현재 야당인 민주당을 비롯해 미국 내부에서는 북한과 대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에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비판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 트럼프 대통령이 사전에 이를 일정 부분 상쇄시키기 위해 이같은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북한과 담판을 지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급할 것이 없으니 북한이 행동으로 먼저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일종의 '압박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정상회담에 앞서 실무 협상을 벌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이날 하노이로 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북미 간 실무 협상은 오는 21일경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비건 특별대표가 하노이로 향하고 있다면서 "다음주에 열릴 2차 정상회담 준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건 대표는 남은 것들을 매듭짓기 위해 (하노이로) 출발했다"며 "많은 것들이 논의되고 있다. 우리는 낙관적이다. 다음주가 기다려진다"라고 덧붙였다.

비건 특별대표의 협상 상대인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20일 오후 하노이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양측은 이번 실무협상을 통해 1차 정상회담 때 합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합의문 작성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