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고려대, '두명의 총장' 출근하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고려대, '두명의 총장' 출근하나?

재단 '김정배 총장 연임'에 교수협 '이필상 총장 선출'로 맞서

고려대가 김정배 총장(62)의 연임 및 김 총장의 비리 의혹을 둘러싸고 큰 진통을 겪고 있다.

고려대 교수협의회는 지난 3일 재단의 김 총장 연임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10일 이필상 경영대 교수를 차기 총장으로 선출했다. 총학생회도 김 총장의 도덕성 및 불투명한 재정관리 등을 이유로 재단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교수협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고려대는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두 명의 총장'이 재직하는 전례없는 진통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전망이며, 일각에서는 더이상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서울대 이기준 총장의 경우처럼 김정배 총장의 용퇴만이 사태수습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려대 교수협, 이필상 교수 차기총장으로 확정**

고려대 교수협의회는 10일 이필상 경영대 교수를 제15대 총장으로 선출했다고 발표했다. 교수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고려중앙학원 법인이사회(이사장 김병관)는 고려대의 전통과 명예를 떨어뜨리는 시대역행적이며 반민주적인 결정을 내렸다"며 "이필상 교수를 교수협의회 총장 후보자 선출규정에 의거해 15대 총장 당선자로 공포한다"고 밝혔다. 교수협의회는 15대 총장 선출과 관련, 그동안 이필상 교수와 또다른 한명의 교수를 총장후보로 내세워 이 가운데 이 교수를 이날 교수추천 총장 내정자로 확정한 것이다.

고려대 총학생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배 총장은 지난 한 해동안 학교측에서 세금을 대납하여 월급외에 2천4백92만원을 더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김총장은 연임의 근거로 고려대 1백주년 사업의 원만한 마무리를 들고 있으나 이번에 드러난 불투명한 재정관리와 의심스러운 도덕성은 김 총장에게 총장자리를 맡길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이에 따라 "김 총장은 재임을 포기하고 임기만료와 함께 즉각 퇴진하며 법인 이사회는 부당하고 비민주적인 김 총장 선임을 즉각 철회하고 총장 선출을 재논의하라"고 주장했다.

교수협의회는 다음주 임시총회를 열고 이필상 교수를 총장으로 인준할 계획이다. 이필상 교수는 현재 고려대학 경영대학장 및 경영대학원장, 기업경영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고려대의 간판급 스타교수로서, 그동안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장, '함께 하는 시민행동' 공동대표, 감사원 부정방지대책위원회 위원 등을 맡으며 경제정의 실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고려대 재단의 전횡과 편법이 갈등의 근원**

이같은 교수협의회 결정에 대해 아직까지 고려대 법인이사회는 지난 3일 만장일치로 확정한 김정배 현총장의 유임 결정을 고집하는 분위기다.

법인이사회는 그러나 애시당초 총장선출 과정에 그 동안의 관행을 일방적으로 무시한 독단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이번 분란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 84년부터 교수협의회가 추천한 총장 후보를 재단이 임명하는 민주적 방식으로 교수를 추천해왔다. 그러나 올해에는 교수협이 두명의 후보를 내세워 선출과정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재단이 김정배 총장을 재단쪽 후보로 내세워 지난 3일 김 총장을 차기 총장으로 임명하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더욱 이같은 갈등과정에 김정배 총장의 소득세 및 주민세를 학교측이 대납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재단과 교수들 사이의 갈등은 더욱 깊어진 상태다.

얼마 전 각 언론사에는 김 총장의 2001년도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이 익명의 팩스로 전달돼 왔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김 총장이 내야 할 소득세 1천4백79만원, 주민세 1백47만9천원을 학교가 대신 납부한 것으로 돼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한해동안 이같은 형식으로 김 총장은 월급외에 2천4백92만원의 부당이득을 더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총장 재임 4년 사이에 1억원 가까운 돈을 편법적으로 받았다는 의혹 제기다.

이와 관련, 학교 관계자는 "타 대학과 달리 총장관사가 없어 이를 보전해주는 차원에서 소득세와 주민세를 학교가 대납해 왔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김 총장 뿐아니라 전임 총장들에게도 관행적으로 이같은 '예우'를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대측은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8일 이달부터는 소득세와 주민세 대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갈등 과정을 지켜보는 외부의 시선은 한마디로 씁쓸하다는 것이다. 서울대의 이기준 총장의 편법적 판공비 조달로 대학의 권위가 떨어진 지 얼마도 안돼 이번에는 사학의 명문 고려대에서 유사한 사태가 되풀이됨에 따라 전체 대학의 권위가 동반추락할 위기에 직면한 탓이다.

특히 고려대의 경우 2000년 대낮에 만취한 김병관 재단이사장이 고려대 정문 앞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과 희대의 코미디를 연출하면서 재단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데 이어 이번에 또다시 자칫하면 '두 명의 총장'이 재직하는 초유의 낯부끄러운 분란에 휩싸여들게 돼, 고대인들의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한 고려대 관계자는 "재단이 관행을 깨고 총장 선출 과정에 전횡을 한 점이나, 그렇다고 내부관계자가 외부언론에 내부비리 자료를 폭로하는 행위나 낯 뜨거운 일"이라며 "차제에 고려대는 어떤 형태로든 대대적 수술을 단행해야 할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우선 논란의 불씨를 제공한 김정배 총장이 서울대 이기준총장의 경우처럼 용퇴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두명의 총장이 재직하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우려가 크다"고 걱정했다.

다음은 고대 총학생회의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고려대 총학생회의 김정배 총장 연임 반대 기자회견문**

최근 이사회에서 김정배 현 총장이 제 15대 고려대 총장으로 결정된 후 교수협의회와 직원노동조합의 강한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정배 총장은 독단적인 행정과 잦은 실책으로 학내 구성원 사이에서 연임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져왔다. 그런 와중에 취임 이후 김정배 총장의 소득세와 주민세를 학교측에서 대납해 온 사실이 밝혀진 것은 우리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에 다름 아니다.

지난 8일 각 언론사에 팩스로 전달된 김정배 총장의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 사본에는 월급 1,102만원 중 건강보험료와 교원공제회비 등 62만원이 공제됐으나 근로소득세와 주민세 공제 내역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르면 김 총장은 지난 한 해 동안 학교측에서 세금을 대납하여 월급 외에 2,492만원을 더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학교당국은 "고대 총장은 타 대학과 달리 총장관사가 없는 관계로 이를 보전해 주기 위해 소득세 등 세금을 관례적으로 총장업무추진비에서 대납해 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문제가 불거지자 학교 당국은 이 달부터 소득세와 주민세 대납을 중단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이는 명백한 불법이자 비리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김정배 총장은 연임의 근거로 고려대학교 100주년 사업의 원만한 마무리를 이유로 든 적이 있다. 학교사업의 원만한 마무리가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독단과 독선도 문제이지만 이번에 드러난 불투명한 재정 관리와 의심스러운 도덕성은 김정배 총장에게 총장자리를 맡길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총장의 세금을 대신 낸 학교 돈이란 결국 우리 부모님의 주머니에서 어렵게 나온 등록금이다. 매년 인상되는 등록금의 쓰임새를 공개하라고 이야기하고, 등록금 인상에 대한 이성적인 해명을 요구하는 우리의 목소리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면서 그 돈으로 5년간 자신의 세금을 낸 그의 모습에서 학문의 진리를 본받고 민족사학을 이끌어 가는 존경해야 할 총장으로서의 모습은 찾을래야 찾을 수 없다.

백 번을 양보해도 민족 사학의 총장이라는 사람이 국민의 기본 의무인 세금 납부를 자신의 소득으로 하지 않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비리가 드러난 이상 학교당국과 김정배 총장은 책임지고 그 내역을 소상히 밝혀야 하며 고대 구성원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할 것이다. 또한 동시에 그동안 학내 구성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았던 총장의 연임문제도 원점에서 민주적이고 공개적으로 반드시 재논의 되어야 한다.

이에 우리는 김정배 현 총장의 재임을 반대하며 고려대학교의 전통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1. 학교당국과 김정배 총장은 이번 세금 비리 사건의 전말을 학내구성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라.

2. 법인 이사회는 부당하고 비민주적인 김정배 총장 선임을 즉각 철회하고 15대 총장 선출에 대한 재논의를 실시하라.

3. 비리총장 김정배 총장은 재임을 포기하고 임기만료와 함께 즉각 퇴진하라.

4. 대학 학사행정에 대학교육의 일주체인 학생들의 참여를 보장하라.

35대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