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극비 주주간 협약서' 파문에도 불구하고 한국기업평가(주) 사장 교체를 강행하겠다고 공식선언했다.
이같은 산은 방침에 대해 윤창현 사장은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도 상당기간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경영능력과 외국어 구사능력 갖춘 젊고도 유능한 경영진으로 교체"**
산은은 26일 '한기평(KMCC) 보도관련 설명자료'에서 "국내 신용평가시장은 세계유수의 신용평가사의 국내진입 등으로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될 뿐더러, KMCC의 코스닥 등록후 제2의 도약을 위하여도 경영능력과 외국어 구사능력 및 국제감각을 갖춘 젊고도 유능한 새로운 경영진으로의 세대교체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은은 이에 따라 "새로운 경영자는 주요 주주와의 협의에 의해 주주 및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인사를 투명하고도 공정한 절차에 의하여 선임하고자 한다"고 밝혀 윤창현 현 한기평사장을 교체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표명했다.
산은은 이어 "KMCC 정기주총 안건 확정을 위한 이사회가 오는 3월7일로 예정돼 있다"며 "당행(산은)은 주요 주주 대표들로 '임원선임위원회'를 구성해 임원선임 기준 및 절차 등을 협의하고 적격자를 선정한 후 상기 KMCC 이사회 개최예정일 전일까지 KMCC 앞으로 통고할 예정"이라고 밝혀 오는 3월6일 한기평의 새 사장 후보를 공개할 예정임을 밝혔다.
산은은 또한 기관주주들의 경영인사권 박탈 논란을 빚고 있는 '극비 주주간 협약서' 파문과 관련해 "주주간 약정체결은 KMCC 요청에 따라 KMCC 경영권 안정과 주주이익 보호를 위해 주주 당사자간의 합의에 따라 체결된 것으로써 불법적인 요소는 전혀 없으며 협약당사자인 주주이외의 제3자에게 알릴 필요성은 없어 비밀유지키로 한 것일뿐임"이라고 주장했다.
산은은 또 "당행은 2001년 5~6월경 주요주주와의 협의에 의해 주주간 협약서를 체결하였으며 협약을 체결한 주주들 중에는 당행과의 여신거래가 전혀 없는 기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산은은 또 "참고로 당행은 83년 12월 100% 출자로 동사를 설립하였으나 98년 12월 금융감독위원회의 '무보증사채 신용평가전문기관 지정 기준' 개정에 따라 KMCC가 당행 거래기업체에 대한 신용평가 업무를 계속 취급할 수 있도록 동사에 대한 지분율을 10%미만으로 축소기킨 바 있으며, 이는 전적으로 KMCC의 영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산은 주장은 모럴해저드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
이같은 산은의 입장표명과 관련, 윤창현 사장은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목조목 반론을 제기했다.
윤사장은 우선 "경영능력과 외국어 구사능력 및 국제감각을 갖춘 젊고도 유능한 새로운 경영진으로의 세대교체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산은 주장에 대해 인격모독적 매도행위라 비판했다.
윤사장은 "내가 해외지점 근무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그런 표현을 쓰는 것으로 보이나, 나에게 외국어 구사능력이 없고 국제감각이 없다면 어떻게 내가 피치(PITCH)사와 지분매각 협상을 벌어 불과 4개월만에 2백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할 수 있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경영능력과 관련해서도 "기관주주들에게 한기평 주식을 팔 때 주당 가격이 6천원이었던 것이 현재 주가가 1만4천원에 이르고 그동안 50%의 배당을 한 것까지 합하면 주주들은 불과 2년여만에 2백50%의 높은 수익률을 올린 셈"이라며 "기관주주들은 이같이 높은 수익률에 감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사장은 또 "주주간 약정체결은 KMCC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산은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적대적 M&A(기업 인수합병) 우려가 있어 산은에 우호세력을 확보해달라는 부탁을 한 적은 있다"며 "그러나 산은이 한기평의 경영인사권을 장악한다는 조항이 들어갈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윤사장은 "산은은 이같은 비밀협약서 체결 사실을 전혀 알려준 적이 없으며 산은이 협약서를 체결한 뒤 두달 지난 8월에서야 마지못해 협약서에 서명한 기관주주와 서명을 거부한 기관주주들이 이 사실을 알려줘 비로소 협약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윤사장은 또한 '협약체결 주주들 중에는 산은과 여신거래가 전혀 없는 기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산은 주장에 대해서도 "한 예를 들어 한기평 기관주주들 중에는 증권사가 4군데 있는데 이들은 산은과 여신거래가 전혀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들은 모두 그룹산하 계열사로 그룹들이 산은과 여신거래를 하고 있어 산은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윤사장은 마지막으로 '한기평이 당행 거래기업체에 대한 신용평가 업무를 계속 취급할 수 있도록 동사에 대한 지분율을 10%미만으로 줄여 한기평의 영업활동을 지원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산은이 스스로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인정하는 발언을 한 셈"이라고 반론을 폈다.
그는 "98년 12월 이헌재 당시 금감위원장이 산은의 한기평 지분율을 10%미만으로 낮추라고 지시하고 뒤에 이 조항이 신용정보법에 포함된 것은 산은 거래기업체들이 산은 산하의 한기평에 자동적으로 신용평가 업무를 맡겨온 종전의 모럴해저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산은이 한기평에의 경영인사권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우리가 이렇게 뒤에서 한기평을 도와왔다'고 주장하는 것은 스스로 모럴해저드를 인정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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