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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의 '이례적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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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주간조선의 '이례적 침묵'

왜 윤태식게이트 애써 외면하는가?

윤태식 게이트가 흐지부지 막을 내릴 모양이다.
검찰은 28일 한나라당 이상희의원, 남궁석 전 정보통신부장관 소환조사를 끝으로 금주내에 이번 사건을 매듭짓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과정에 김영렬 전 서울경제신문사장은 13억원의 탈세혐의로, 김현규 전의원은 1억원의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형적인 마무리 수순이다.

세간의 관심도 윤태식 게이트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대통령 처조카인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 등 거물들의 이름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이용호 게이트가 훨씬 흥미진진(?)하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의 암묵적 동의속에 서둘러 막 내리는 윤태식 게이트**

이렇게 상황이 바뀐 데에는 언론의 몫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윤태식 게이트로 적잖이 주눅들었던 언론들은 관심사가 이용호 게이트로 옮겨가자, 원기를 되찾은듯 권력 수뇌부를 향해 힘차게 필봉을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간의 시선을 윤태식 게이트에서 이용호 게이트로 돌리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지난 한달간은 대다수 언론에게 '악몽'같은 한달이었는지도 모른다.
윤태식 게이트는 지난 1월1일자 내일신문이 윤태식으로부터 주식을 받은 언론인이 24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특종보도하면서 언론사상 최악의 스캔들로 비화됐다.
여기에 연루된 내로라하는 중앙 언론사 숫자만 무려 9개사. 지난 70년대말 현대아파트 뇌물사건이래 가장 많은 언론사들이 연루됐다. 언론의 도덕적 불감증이 어디까지 갔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일대 사건이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사건 발발후 "윤태식 게이트를 통해 우리나라의 핵심권력이 누구인지 비로소 알 수 있게 됐다"며 "한국의 양대권력은 정치권력과 언론"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낯 뜨거운 한국언론의 현주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언론은 자신의 책임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단지 매일경제신문과 서울경제신문 두 곳만이 사고(社告)형식을 빌어 독자에게 사과했을뿐이다.
조선,동아,대한매일,연합통신, KBS, MBC, SBS 등 나머지 언론들은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는 식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윤태식 게이트의 조기 폐막은 게이트에 연루된 언론에게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윤태식 게이트 수사가 여러모로 미진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들 가운데 수사 조기종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곳을 찾아보기 힘든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는 일이다.

***언론은 자신에게 불리한 이야기는 결코 쓰지 않는다**

이번 윤태식 게이트 진행과정에 한가지 분명히 드러난 사실이 있다.
언론은 자신에게 불리한 이야기는 결코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런 대표적 예가 '주간조선'이다.

지난 한달간 윤태식 게이트는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국민의 최대관심사였다.
언론은 국민의 관심사를 파헤쳐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동시에 국민의 관심사를 제대로 파헤칠 때에만 언론의 물질적 생존도 가능한 법이다.
그러나 지난 한달간 주간조선이 보여준 모습은 이같은 기초상식에 어긋났다.

주간조선은 지난 한달간 단 한차례만 윤태식게이트를 다뤘다.
지난 10일자에서 다룬 '윤태식 사건은 한국판 리쿠르트 스캔들?'이라는 기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 기사에서 주간조선은 이번 윤태식 게이트를 지난 88년 일본 정치권을 뒤흔들었던 리쿠르트 사건에 비유하며 장차 이 사건이 언론계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윤태식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언론계로 비화, 4명의 언론인이 구속되고 연루된 언론사들과 연루 기자들의 이름이 세간이 떠도는 등 윤태식 게이트,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윤태식-언론 게이트'가 세간의 최대이슈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주간조선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반면에 평소 주간조선과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던 다른 주간 시사매체들의 보도태도는 대조적이었다.

주간동아의 경우 1월3일자에서 '의혹 먹구름 윤태식 게이트'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1월10일자에서는 '윤태식, 로비스트와 손잡고 세계로?'라는 기사를, 1월17일자에서는 '이게 다야?...말 많은 윤태식 게이트'라는 기사를 매주 내보냈다.

사건 발발후 이 사건을 추적해온 시사저널의 경우는 1월24일자에서 아예 윤태식-언론 게이트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시사저널은 '언론과 벤처의 오래된 불륜'라는 메인기사를 시작으로 '기자 주식 투자는 중징계감' '언론 플레이에 춤춘 묻지마 보도' '김영렬-윤태식, 어떤 관계이기에...' '벤처 요람에서 게이트 진원지로' '윤태식 불똥 언론으로 튈까' '윤태식은 요란한 빈수레' 등 무려 7건의 기사를 실었다.

한겨레 21, 뉴스메이커 등 여타 주간 시사매체들도 정도 차이가 있을뿐, 윤태식 게이트의 전개과정을 계속 추적했다.
여러모로 주간조선의 보도태도와 비교되는 보도자세였다.

***주간조선은 '왜' 침묵했나**

주간조선은 왜 침묵했나.
주간조선이 윤태식 게이트가 보도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건을 보도하고 안하고는 어디까지나 주간조선 편집진의 재량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소 주간조선이 보여온 모습을 보면 이런 해석은 설득력이 없다. 주간조선은 여타 게이트에 대해선 집요한 추적자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봐야 한다.

그 이유는?
이같은 의문에 대해 언론계에서는 주간조선 내부관계자가 윤태식 게이트에 연루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주간조선의 K모씨가 월간조선 재직시절에 윤태식으로부터 1백주의 주식을 액면가로 받은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정이다.

조선일보 경영진은 윤태식 게이트에 연루된 자사기자 2명에 대해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만약 검찰이 윤태식 게이트를 현수준에 마무리한다고 하면, 이들에 대한 조선일보 내부처리로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어쩌면 이런 식으로 윤태식 게이트는 일반인들의 뇌리에서 잊혀질지도 모른다.
워낙 게이트가 숨돌릴 겨를없이 많이 터지는 나라이다 보니, 윤태식 게이트 하나에만 신경을 쓸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일보 경영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에 앞서 앞으로 독자들이 주간조선 기사를 어떤 시각으로 볼 것인가를 직시해야 할 것이다.
과연 주간조선이 이용호게이트, 이형택게이트를 질타할 때 독자들은 기사의 순수성, 기사의 정열을 믿고 공감할 것인가.
윤태식 게이트 조기폐막에 안도하기에 앞서 조선일보 경영진이 반드시 곱씹어봐야 할 대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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