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접촉에서는 북한과 미국뿐만 아니라 남한 당국의 실무진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18일 스웨덴으로 건너가 최선희 부상 및 비건 특별대표 등과 함께 현안에 대해 논의하며 협상을 조정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 대목을 높게 평가했다. 정 전 장관은 "1994년 북미 간 제네바 합의가 나왔을 때 우리는 양측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뒤에서 알아봐야 했다. 그랬는데 이번에는 협상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이건 그만큼 우리의 역할이 높아졌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정 전 장관은 또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다자 협상의 틀을 가져갈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고 본다"며 "남북미가 처음부터 긴밀하게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한반도의 평화 문제와 관련해 다자협상을 시작할 때 우리의 역할이나 비중이 N분의 1 이상이 될 것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북미 간 협상 결과에 대해 정 전 장관은 "지금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김정은 위원장이 좀 다급한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당장 내년에 '사회주의 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 대한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그러려면 빨리 북미 정상회담을 열고 이후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한 기업들의 진출을 이끌어내야 한다"며 북한이 조속한 정상회담 개최를 원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은 되도록 빨리 정상회담을 열어서 주요한 사항은 양측 지도자들끼리 결정하는 것으로 하자고 제안했을 수 있다"며 "실무협상에서 세부사항까지 결론 내지는 않고 2월 말에 양 정상이 만나서 회담을 통해 정하는 것으로 했다면 실무협상이 오래 걸리지 않았을 것인데, 이게 꼭 부정적인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 나오면 지난해 6.12 북미 정상회담 때 양측이 합의했던 북미 관계 수립과 평화체제 구축, 비핵화를 동시적으로 진행하자는 북한 제안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은 국내 여론 때문에라도 비핵화가 맨 앞에, 그리고 그 뒤에 평화체제 구축이 이어지고 이후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북미 관계 수립이 한 발짝씩 시차를 두고 진행될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북한이 용인해야 한다"며 "김정은 위원장이야 본인이 어떻게 결정하든 북한 인민들이 따라주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좋지 못한 상황에 몰려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를 강화시켜줘야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인터뷰는 22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프레시안 :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스웨덴에서 2박 3일 동안 실무협상을 가졌습니다. 북미 고위급회담과 실무협상까지 진행 상황을 보면 지난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같은데요.
정세현 :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미국의 국적기를 타고 워싱턴으로 바로 들어갔죠. 거기다가 김 부위원장을 수행한 김성혜 통전부 통일전선책략실장과 최강일 북아메리카국 국장 대행도 백악관의 '오벌오피스'(백악관 내 대통령 집무실)에서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습니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이번 미국 방문은 북미 관계사에 있어 여러모로 획기적인 일입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 부위원장 일행의 만남을 공개한 것은 미국 측이었다는 것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미국이 북미 관계에서 적대성을 줄여나가겠다는 생각에서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상국가 관계로 가겠다는 것이죠. 이게 북한에게 상당히 우호적인 메시지로 읽힐 겁니다.
프레시안 : 스웨덴에서 진행된 이번 실무협상에 남한의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참석했습니다. 이 역시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세현 : 그렇습니다. 1994년 북미 간 제네바 합의가 나왔을 때 우리는 양측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뒤에서 알아봐야 했습니다. 이번에는 협상의 일원으로 참여했습니다. 이건 그만큼 우리의 역할이 높아졌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2005년 9.19 공동성명이 도출됐을 때도 송민순 당시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북한과 미국을 왔다갔다 하면서 셔틀 외교를 펼쳤고 이것이 상당히 주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스톡홀름에서의 실무협상은 아예 처음부터 남북미 3자가 함께 만났습니다. 이는 이전과 차이가 나는 부분이긴 합니다.
또 이번 남북미의 실무협상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다자협상의 틀을 가져갈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남북미가 처음부터 긴밀하게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한반도의 평화 문제와 관련, 다자협상을 시작할 때 우리의 역할이나 비중이 N분의 1 이상이 될 것임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중국만 같이하면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당사국이 모두 모이는 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좋은 출발점이 됐다고 봅니다.
일부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다자협상을 제안했기 때문에 다자협상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기도 합니다.
북한은 다자협상으로 풀어가야만 미국의 대북 압박과 제재를 완화시킬 수 있고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논의를 연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비핵화만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비핵화와 평화협정, 북미 수교 등의 동시적‧단계적 이행을 위해 전략적인 포석으로 다자로 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어차피 평화협정 체결 문제는 다자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스러운 흐름이죠. 따라서 우리가 다자협상에 소극적으로 임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주도적으로 판을 만들어 가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미국과 긴밀히 협의한다는 이유로 중국은 좀 나중에 들어와라, 이런 식으로 하면 오히려 평화협정 체결의 시간은 줄어들게 됩니다.
프레시안 : 중국 변수와 관련해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는데요. 김 위원장의 이같은 행보가 북미 간 정상회담 합의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까요?
정세현 :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에 방문한 것은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협상을 좀 해봤는데 역시나 미국이 일방주의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보고 이렇게 해서는 안되지 않나, 우리도 배후세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겠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즉 자신들의 회담 목표를 관철시키는 데 중국을 등에 업고 가겠다는 신호로 봐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은 중국이 이렇게 개입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비건 특별대표 등은 동아시아 문제를 푸는데 있어서 중국을 제외시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미국이 중국에 "회담에 들어와 주세요"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하고 갈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북미, ICBM-제재 완화 교환하나
프레시안 : 북미 간 실무협상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지 분위기를 봐서는 그렇게 나쁜 결과가 나온 것 같지는 않은데요.
정세현 : 이야기가 잘됐을 수 있습니다. 비건 특별대표와 최선희 부상이 계속 이후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보다는 의전 및 경호 실무자들이 회담 현장에서 챙겨야 할 일들을 진행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회담 준비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김정은 위원장이 좀 다급한 상황입니다. 김 위원장은 당장 내년에 '사회주의 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 대한 성과를 내놓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빨리 북미 정상회담을 열고 이후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한 기업들의 진출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이러한 북한의 사정 때문에 미국은 시간을 끌면서 북한에 좀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고 하겠지만, 북한이 사실상 전략적 인내로 가려고 하는 미국 정부의 의도를 간파했다면 조속한 정상회담 개최를 관철하려고 했을 겁니다.
즉 북한은 되도록 빨리 정상회담을 열어서 주요한 사항은 양측 지도자들끼리 결정하는 것으로 하자고 제안했을 수 있습니다. 실무협상에서 세부사항까지 결론 내지는 않고 2월 말에 양 정상이 만나서 회담을 통해 정하는 것으로 했다면 실무협상이 오래 걸리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이게 꼭 부정적인 시나리오는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 나오면 지난해 6.12 북미 정상회담 때 양측이 합의했던 북미 관계 수립과 평화체제 구축, 비핵화를 동시적으로 진행하자는 북한 제안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다만 순서에는 좀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은 국내 여론 때문에라도 비핵화가 맨 앞에, 그리고 그 뒤에 평화체제 구축이 이어지고 이후 북미 관계 수립 순서로 진행할 겁니다.
이렇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북미 관계 수립이 한 발짝씩 시차를 두고 진행될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북한이 용인해야 합니다. 북한은 세 가지 사안이 동시적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미국 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야 본인이 어떻게 결정하든 북한 인민들이 따라주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좋지 못한 상황에 몰려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를 강화시켜줘야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기계적인 동시 이행보다는 융통성 있는 동시 이행 정도로 합의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로 북한이 바라고 있는 대북 제재 해제 역시 완전 해제까지 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개성공단 가동 및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유엔의 대북 제재 예외로 인정받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이를 통해 점차적으로 제재 해제를 추진하는 겁니다. 미국이 일괄적으로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프레시안 : 정상회담의 의제와 관련, 북한은 제재 완화가 급하기 때문에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및 동창리 미사일 시험 폐기 검증보다 더 강한 조치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습니다.
정세현 :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동창리 미사일 시험 폐기를 가지고 몇 달동안 점포를 차려 놓았는데, 손님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손님이 뭘 원하는지 시장 조사해서 새로운 물건을 내놓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최근 폼페이오 장관 발언을 보면 미국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폐기하거나 반출하면 상당한 정도의 제재 완화는 해줄 수 있다는 '딜'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북한이 핵 물질도 보관돼있고 생산 능력도 가지고 있는 영변 핵 단지 폐기를 거론했을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이건 말 그대로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이기 때문에 북한은 이를 북미 수교 정도와 교환하려고 할 것입니다. 지난해 9월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긴 했으나 이를 협상의 초기단계에서 취하겠다는 뜻은 아니었을 겁니다.
프레시안 : 북한이 몇 기의 ICBM을 보유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ICBM이 1기만 밖으로 나가더라도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 빠져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ICBM 반출은 쉽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정세현 :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ICBM 반출이고 뭐고 아무것도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 7월 북한이 ICBM을 발사했을 때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 동부까지 도달하는 기술을 확보하려면 최소 2~3년이 걸린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런데 그해 11월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습니다.
미국 정부에서는 북한이 미사일을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 위성으로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었을 겁니다. 또 각종 정보를 수집해서 ICBM 기술을 이용해 미사일 양산을 시작했는지 여부도 알아냈을 겁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핵 신고하면 미국이 이거보다 더 있지 않냐, 내놓아라 라고 북한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접점을 못찾을 거라는 이야기도 하던데요. 사실 북한 정도면 미국의 손바닥 안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북한도 자기들의 군사적 능력에 대해 미국이 다 알고 있는데 거기다 대놓고 거짓말로 신고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정황을 고려했을 때 ICBM 반출이 북한에 엄청난 손해를 끼치는 것만은 아닙니다.
트럼프 입장에서도 ICBM 폐기 및 반출을 원할 겁니다. 설사 북한이 3~4기의 ICBM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일단 반출이나 폐기를 진행하면 트럼프는 나름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프레시안 : 북한은 ICBM을 폐기하고 미국은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식의 교환을 통해 일단 신뢰를 구축하는 조치부터 시작할 수 있는 것인가요?
정세현 : 그렇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한 번에 끝내려고 하면 북한도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모두 풀어달라고 할 겁니다. 미국도, 북한도 이런 상황은 감당하기가 어렵죠. 그래서 일단 조금씩 해보고 그 다음 단계로 가는 작업이 필요한 겁니다. 개성공단 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의 제재 예외 조치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결국 단계적, 동시적 이행으로 가는 것이죠.
프레시안 : 북한이 대외적으로는 미사일 활동을 하지 않지만 대내적으로는 핵 물질과 미사일 개발을 진행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정세현 : 북한이 미사일과 관련해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추후에 있을 협상에 대비해서 협상 카드를 가지고는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향후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미국의 반대급부나 상응 조치를 끌어내야 하는 북한 입장에서 '카드'가 없어서 이런 것을 받아내지 못하면 안되지 않습니까?
북한이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약속해놓고 계속 핵 활동을 했다면서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북한도 명색이 외교를 하고 국제정치에서 협상을 합니다. 이런 긴 협상 과정에서는 일단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여러 변수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겁니다.
스웨덴까지 쫓아온 일본
프레시안 : 북미 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올까요?
정세현 :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 사항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이행을 강조하는데 일단 미국이 강력하게 원하는 비핵화 조치를 먼저 보여주고 이것이 평화체제, 더 나아가서는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과 연계되도록 해야 합니다.
즉 기계적 동시이행이 아니라 약간 시차를 둔 동시적 이행으로 가야 합니다. 부문별로는 단계를 두고요. 만약 이런 식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까지 이번 스웨덴 실무협상에서 이야기가 됐다면 정상회담에서 일정한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프레시안 :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2월 말에 열리고 회담 결과가 나쁘지 않게 나온다면 북한과 일본의 수교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는데요. 우리가 양측의 중재자로 나서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정세현 : 그렇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 스웨덴 실무협상 때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현지에 파견돼서 최선희 부상과 접촉할 기회를 보고 있다는 보도도 있던데요. 일본 입장에서는 북핵 문제가 다자로 갈 경우 자신들만 소외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이 이번에 초계기 문제를 슬그머니 접으려고 하는 것도 이러한 북미 간 접촉 정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동북아의 판이 새롭게 그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도 끼어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스톡홀름까지 쫓아오게 된 것이겠죠.
여기서 미국이 일본을 끌어들이기 전에 우리가 먼저 일본을 다자협상의 틀에 넣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해야 다른 사안에서도 우리가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프레시안 : 한편으로는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곧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나 나옵니다.
정세현 :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대한 제재가 어느 정도 완화되고 그게 제재 해제로 연결될 것 같은 가능성이 보이면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남한 당국이나 기업의 대북 진출을 유도할 겁니다. 이게 제1과제가 될 것입니다.
물론 북한이 개방되면 중국과 일본 등 주위 국가들도 서로 자기들이 먼저 북한에 진출하려고 할 것입니다. 사실 중국과 일본의 투자가 우리보다는 훨씬 규모가 클 가능성이 높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남북이 경제협력과 관련해 심의권을 갖는 협의체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북한 경제가 특정 국가에 예속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죠. 이런 부분에 대해 남북 정상회담에서 논의가 필요합니다. 너무 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북한 경제가 개방되면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사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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