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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MBC가 불탄 1980년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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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MBC가 불탄 1980년 잊었나

[창비주간논평] 언론, 공공성 짓밟는 '충성 경쟁' 멈춰야

국정원이 불법적으로 대선에 개입한 것이 드러났다. 헌법 유린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에 분노한 시민들이 시국 선언과 촛불 집회의 형태로 거리에 나서고 있다. 곳곳에서 국정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약속, 조직 개혁,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 있는 조처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첫 시국 선언이 나온 지난 6월 21일부터 현재까지 수만 명의 시민이 촛불 집회를 열어 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언론은 국민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축소하고 있다.

6월 21일부터 7월 16일까지 이어진 촛불 집회를 KBS는 단신 2건, MBC는 단신 1건만으로 다뤄 가뭄에 콩 나듯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보수 단체들도 대규모 도심 촛불 집회를 잇따라 개최했다면서 기계적 균형에 함몰된 보도 행태를 보이거나,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이 참여한 촛불 집회를 '진보 단체 회원'으로만 규정하는 모습까지 보여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또한 <조선일보>의 경우 촛불 집회를 '정권의 정통성 흡집 내기'라며 호도하거나, 북이 조장을 하고 있다는 등으로 폄훼하고 공격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이렇듯 이들 언론은 국민의 분노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촛불 집회를 외면하고 왜곡하고 있다. 마치 과거 군사 정권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 <조선일보>는 7일자 김창균 칼럼을 통해 촛불집회를 보도하는 '야권 성향' 언론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쳐

진실 가리기 급급…의도적 축소·누락·물타기

현재 정부와 새누리당은 국정원 사건의 진실을 감추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아울러 국정원 국정 조사 시한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지만 진실 규명과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은 국정 조사 초반에는 특위 구성을 놓고 시간 끌기 작전에 나서더니, 최근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의 증인 채택 불가 방침을 밝히며 국정 조사를 파행으로 몰아갔다(이 글이 작성된 후인 7일, 여야는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데 합의했다. <편집자>). 한편 국정원 대선 개입의 최대 수혜자이자 국정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전대미문의 사건을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정원 사건의 진실을 국민에게 알려야 할 언론이 정부·새누리당과 보조를 맞추며 진실을 호도하고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특히 방송사와 거대 신문사들은 국정원을 비판하거나 정부와 새누리당의 잘못을 들추어 보도하기는커녕 오히려 정권의 호위대 역할을 자처하며 진실 가리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대선 당시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가 상부의 지시로 조작됐고 국정원의 선거 개입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이를 보도하기보다는 축소·누락하는 데 전전긍긍이다. 그들은 검찰 수사 결과도 '하나의 주장'으로 다루었다. 검찰 수사 내용에 대한 국정원 측과 김용판 전 경찰청장의 반박을 적극 보도하면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거나 '반발·항변하고 있다'며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보도 행태마저 보였다.

노골적인 편향 보도

반면,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여론 무마용, 국면 전환용으로 'NLL 논란'을 재점화하자 이들 언론의 보도 행태가 180도 달라졌다. 특히 공영 방송사인 KBS와 MBC는 'NLL 논란'을 적극적으로 전면 배치하며 '물타기'에 나섰다. 심지어 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공개했음에도 이를 비판하기보다는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얼토당토않은 국정원의 해명을 적극 띄우는 모습까지 보였다.

검찰 수사가 진행된 50여 일간(4월 26일~6월 14일) 방송사의 보도량과 보도 배치를 보면 좀 더 확연히 드러난다. 이 기간 동안 KBS 16.5건, MBC 13건, SBS 20건의 보도를 내보냈다.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분량이다. 더구나 6월 14일 검찰 수사 발표 이전까지의 보도 행태를 보면, 해당 보도를 방송 후반에 배치해 주목도를 떨어뜨렸고 그마저도 단신 위주로 전했다. 그뿐 아니라 국정원 관련 보도는 교묘하게 뉴스 말미에 배치해 비수도권 지역 시청자들은 보도를 접하기 힘들도록 만들었다.

그러다가 새누리당이 'NLL 논란'을 들고나오고 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자 KBS와 MBC는 6월 19일부터 7월 2일까지 각각 32건, 25건으로 보도량을 2배가량 대폭 늘려 대대적인 공세를 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논란' 발언을 전면에 주요하게 보도하면서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NLL 공세'에 적극 호응하는 행태를 보였다.

▲ 공영 방송사 장악 논란은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를 지지하든 그렇지 않든, 대부분 국민은 새 정부에서 언론 장악 문제로 촛불이 타오르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언론의 공공성 짓밟는 '충성 경쟁' 멈춰야

그러나 정권에 불리한 이슈가 나오면 어김없이 축소·누락했다. 지난 6월 26일 민주당이 '새누리당의 대화록 사전 유출' 의혹을 제기하며 권영세 주중대사(박근혜 후보 캠프 상황실장)가 대선을 앞둔 지난해 12월 "우리가 집권하면 (대화록을) 까겠다"고 말한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또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박근혜 후보 캠프 총괄본부장)이 "우리가 먼저 까면 모양새도 안 좋고 해서 원세훈에게 대화록을 공개하라고 했는데 원세훈이 협조를 안 해줘 가지고 결국 공개를 못한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김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선거 유세에서 '대화록을 읽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6월 26일 KBS는 보도 "'대화록' 공방 격화"에서 '권영세 음성 파일'을 누락했고, MBC는 "폭로·막말·난타전"에서 대선 당시 유세하는 '김무성 영상'을 누락했다. 한편, 6월 28일 MBC는 '권영세 녹취 파일'을 민주당이 절취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힘을 실으며 대화록 사전 유출 의혹을 '물타기'하는 데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MB 정권의 언론 장악 바통을 이어받은 박근혜 정부가 '언론 장악 의도가 없다'라고 단언했지만, 이를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정권 호위대 격으로 전락한 공영 방송사는 충성 경쟁을 벌이듯 정권에 입맛에 맞는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언론의 왜곡·편파 보도에 분노한 시민들이 광주MBC를 불태웠던 것처럼 현재 국정원의 불법적인 정치 공작과 대선 개입을 목도하고 있는 시민들의 격노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언론인들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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