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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부 오름과 비양도 비양봉, 그리고 특별한 제주 건축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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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제주 서부 오름과 비양도 비양봉, 그리고 특별한 제주 건축기행

2019년 1월 오름학교

*새해 1월 오름학교는 1월 25(금)-26(토)일, 1박2일로 열립니다.
*참가회원님은 미리 항공편을 확인하시고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오름학교 이승태 교장선생님의 얘기입니다.
2018년 1월에 올랐던 제주 서부 안덕의 오름들이 생각납니다. 예상치 못했던 악천후를 만나 고산 원정에 나선 이들처럼 눈보라를 뚫고 감낭오름과 원물오름을 찾아갔었죠. 그토록 궂은 날씨를 만난 게 오랜만이라 제게도 잊혀지지 않는 여행이었습니다.

▲벤치 세 개가 있는 대병악 정상. 제주 서부 안덕의 최고 전망대다.Ⓒ이승태

2019년 1월, 새해의 같은 시기에 안덕과 한림의 오름 몇 곳을 또 찾아가려고 합니다. 안덕면의 깊은 곳엔 제주 사람들에게조차 익숙하지 않은 대병악과 소병악이 있습니다. 그리고 근처에 제주 건축기행코스 중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방주교회와 포도호텔, 본태박물관, 수풍석박물관이 있어서 함께 둘러보겠습니다.

이튿날엔 제주여행에서 쉽게 가지 못하는 ‘섬 속의 섬’ 비양도 비양봉을 찾아갑니다. 제주도에 있는 다섯 곳의 유인도 중 본섬에서 가장 가까운 섬이지만 여러 이유로 가본 이는 적은 곳이 비양도입니다. 비양봉에 올라서 바라보는 바다 건너의 한라산 풍광은 색다른 감흥을 줍니다.

오름학교(교장 이승태. 여행작가·제주오름 전문가)의 새해는 <제주 서부 오름과 비양도 비양봉, 그리고 특별한 제주 건축기행>으로 문을 엽니다.

2017년 11월 개교한 오름학교는 제1강 <애월의 오름>, 제2강 <안덕의 오름>, 제3강 <표선의 오름1>, 제4강 <제주서부 중산간오름>, 제5강 <곶자왈 특집>, 제6강 <초지능선오름>특집, 제7강 <오름, 가을풍광 속으로>에 이어 2019년 1월 제8강으로 제주 서부오름 소병악과 대병악, 비양도의 비양봉과 제주의 특별한 건축물인 방주교회, 포도호텔, 본태박물관, 수풍석박물관을 탐방합니다. 2019년 1월 25(금)-26(토)일 1박2일로 열립니다.

▲대병악 정상에선 산방산과 바굼지오름이 도드라져 보인다.Ⓒ이승태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은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면서 제주 오름의 소중함을 얘기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는 격월로,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대병악 정상에서 본 가파도와 마라도(왼쪽)Ⓒ이승태

2019년 1월, <제주 서부 오름과 비양도 비양봉, 그리고 특별한 제주 건축기행>을 준비하는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제8강 1일차 / 1월 25일
병악(竝岳)-소병악과 대병악
참꽃나무 자라는 쌍둥이오름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에 있는 병악(竝岳)은 나란히 솟은 두 개의 오름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서쪽에 있는 오름이 대병악, 동쪽에서 대병악을 바라보는 듯 솟은 조금 작은 오름이 소병악입니다. 오름 남쪽으로는 중잣성이 두 겹 둘러져 있고, 그 사이에 안덕면공설공원묘지가 자리합니다. 두 오름의 꼭대기는 620미터쯤 떨어져 있습니다.

병악(竝岳)이라는 한자명은 두 산이 나란히 서 있어서 붙은 이름입니다. 이는 우리말 이름인 ‘ᄀᆞᆯ른오름’에서 온 것으로, ᄀᆞᆯ른오름은 쌍둥이오름이라는 뜻입니다. 제주어로 쌍둥이를 ‘ᄀᆞᆯ래기, ᄀᆞᆯ애기’라고 합니다.

대병악은 북쪽으로, 소병악은 서쪽으로 트인 말굽형 분화구를 가졌습니다. 마주본 게 아니라 큰 병악이 자기 자세를 가지고 있고, 작은 병악이 자신을 쳐다보지 않는 큰 병악을 사모하며 바라보는 듯해서 애틋한 맘이 들기도 합니다.

오름이 앉은 방향과 살짝 다른 크기를 제외하면 두 오름은 아주 많이 닮았습니다. 대병악은 492m, 소병악은 19m 낮은 473m입니다. 작은 쪽은 ‘족은오름’, 큰 쪽엔 ‘여진(얹은)머리오름’이라는 별칭도 붙어 있습니다. 풍수적으로 소병악 동쪽이 좋아서 그곳에 마을(상천리)이 들어섰고, 농사도 잘 된다고 합니다.

오름을 찾아 오르는 탐방로는 편하지 않습니다. 예전엔 북쪽의 명성농장을 통해 들어서는 탐방로가 있었다는데, 지금은 우거진 수풀로 길을 찾기가 힘듭니다. 공식적인 탐방로가 나 있는 남쪽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이렇다보니 병악은 제주인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오름입니다. 당연히 발길도 뜸하고요.

▲방주교회. 재일교포 건축사인 이타미 준이 설계했다. 성경에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를 형상화한 건축물로 유명하다.Ⓒ이승태

소병악에서 대병악으로, 길은 대체로 희미함
상창에서 카멜리아힐을 지나 병악로를 따라 상천마을로 들어서다가 왼쪽으로 소병악 오르는 들머리가 있습니다. 길을 모르면 입구 찾기란 불가능할 만큼 이렇다 할 표시가 없는 곳이죠. 대병악을 먼저 오를 요량이면 여기보다 아래쪽의 안덕면공설공원묘지 방향으로 나 있는 콘크리트 포장도를 따라 들어서도 됩니다. 250미터쯤 간 곳에서 오른쪽으로 컨테이너 두 개가, 다시 100미터쯤 간 곳에서 컨테이너 한 개가 있는데, 이곳으로 들어서서 왼쪽의 우마용 물웅덩이를 지나면 오름 입구가 보입니다. 그러나 소병악을 지나 대병악으로 가는 게 길 찾기가 쉽고 일반적입니다.

병악은 삼각뿔 모양으로 솟은 오름이어서 탐방로가 살짝 가파릅니다. 그러나 높지 않아서 숨이 찰 즈음이면 어느새 정상부 능선에 닿죠. 진입로의 솔숲을 지나 계단을 따라 오르는 소병악도 조금 가파르지만 금방 끝납니다.

한없이 부러운 소병악 산불감시원
정상엔 산불감시초소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조망하는 남동쪽 풍광이 압권입니다. 특히 마보기‧하늬보기오름과 영아리오름 너머로 너른 품을 펼치며 솟은 한라산은 아무리 봐도 감동입니다. 문득 이곳에서 근무하는 산불감시원이 부러워집니다. 그는 대한민국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풍광에 휩싸여 매일을 살아가는 행운아일 테니까요.

정상에서 다시 대병악을 향해 내려섭니다. 오를 때처럼 네모나게 깎아 만든 통나무계단이 지그재그로 예쁘게 이어집니다. 찾는 이가 드문 티가 계단 곳곳에 고스란합니다.

대병악과의 사이엔 무인지경의 수풀지대가 있습니다. 억새와 고사리가 무성한 사이로 비자나무, 보리수나무, 소나무, 삼나무, 구지뽕나무, 산초나무 등이 눈에 띄는 이 수풀은 너무 빼곡해 발을 들여놓기가 주저될 정도입니다. 몇 개의 무덤도 보입니다.

희미한 길을 찾으며 두 오름 사이의 송전철탑까지 가야 합니다. 송전철탑 부근에서 철탑 관리용으로 만든 듯한 길을 따라 다시 북쪽으로 가다가 왼쪽으로 보이는 대병악 탐방로로 들어섭니다. 여차하면 지나치기 십상일 만큼 입구가 희미합니다. 바닥엔 폐타이어를 이용해 만든 매트가 흙과 잔디에 덮여 있습니다. 곧 낡은 줄이 난간처럼 매진 오르막이 이어집니다. 적잖이 가파른 길이지만 구불구불 아무렇게나 자란 활엽수들 사이로 오르는 게 재밌습니다.

20분쯤 지나 정상부의 조망이 트이는 능선에 닿습니다. 뒤돌아보니 대병악을 향해 분화구를 활짝 연 소병악이 손바닥처럼 훤합니다. 그 뒤로 지난번에 찾아갔던 돌오름과 영아리오름이 뚜렷하고 한라산도 보입니다. 조망능선을 만나고는 정상이 코앞이죠.

▲본태박물관. ‘노출 콘크리트’의 아름다움을 극도로 끌어올린 일본 건축사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다.Ⓒ이승태

말과 노루의 쉼터, 대병악
그리 넓지 않은 정상은 안덕면의 최고 전망대입니다. 군산보다 더 나아 보입니다. 군산과 월라봉(다래오름), 산방산을 지나 바굼지오름에 모슬봉까지 안덕과 대정의 바닷가 오름들이 아름답게 펼쳐졌습니다. 산방산 옆으론 송악산과 형제섬, 가파도, 마라도도 잘 보이고요. 정상 오른쪽 아래론 광활한 화순곶자왈이 아름답습니다. 대병악이 북쪽으로, 소병악시 서쪽으로 분화구가 터졌지만 낮은 남쪽으로 돌아 흐르며 화순곶자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병악 정상은 남북으로 거의 절벽에 가까운 지형을 보여줍니다. 북쪽, 그러니까 병악의 분화구 안쪽은 활엽수로 빼곡해 조망이 막히며, 내부도 살펴볼 수 없습니다. 대신 남쪽과 동쪽, 서쪽은 조망이 확 트입니다. 오름이 드물어서 짙푸르게 펼쳐진 서귀포 앞바다가 시원스레 조망됩니다. 하염없이 머물며 풍광을 즐기고 싶은 곳입니다. 이토록 편하고 멋진 풍광 앞에서 이 풍광을 보라며 등받이가 있는 벤치 세 개를 설치해 두었습니다.

정상 바로 남쪽 사면엔 참꽃나무가 많습니다. 참꽃나무는 제주 한라산에 자생하는 우리 식물로, 진달래의 한 종류라고 합니다. 제가 자란 경상도 지역에서는 진달래를 참꽃나무라고 부르는데, 제주의 참꽃나무는 다른 것 같습니다.

주변 목장에서 방목한 듯한 말이 이곳 병악 정상까지 올라와서 풀을 뜯습니다. 노루나 염소도 많은지 동글동글한 배설물도 흔합니다.

하산은 정상에서 잠시 되돌아온 능선에서 남쪽으로 놓인 계단을 따릅니다. 활엽수 사이로 예쁘게 뒤틀리며 놓인 나무계단 길이 여간 예쁜 게 아녀서 걸음이 즐겁습니다. 10여 분이면 왼쪽으로 우마(牛馬)용 물웅덩이가 있는 평지에 닿습니다. 여기서 날머리 컨테이너까지는 2분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

▲포도호텔. 제주의 오름과 초가지붕을 닮은 건축물로, 제주 건축기행 코스로 잘 알려진 곳이다.Ⓒ이승태

특별한 제주 건축기행_방주교회, 포도호텔, 본태박물관, 수풍석박물관
제주에 펼쳐놓은 이타미 준과 안도 다다오의 건축세계


병악오름 근처에 제주 건축기행에서 빠지지 않는 방주교회가 있습니다.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지은 방주교회는 재일교포인 세계적인 건축사 이타미 준(伊丹潤)이 설계했습니다. 그의 한국 이름은 유동룡(庾東龍)으로, 일본에 귀화하지 않고 외국인 등록을 하며 한국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누구보다 깊고, 한국과 일본 그리고 건축과 자연이라는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아름다운 건축을 남긴 이가 이타미 준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하는 ‘방주교회’와 물, 바람, 돌을 테마로 만든 ‘수풍석박물관’, 제주의 오름과 초가지붕을 닮은 ‘포도호텔’ 등 제주의 자연을 담은 기념비적인 이타미 준의 건축물이 모두 안덕면에 있습니다.

제주 건축을 이야기할 때 이타미 준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이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입니다. ‘노출 콘크리트’의 아름다움을 극도로 끌어올린 건축으로 유명한 안도 다다오는 놀랍게도 공고 졸업이 최종학력입니다. 그는 순전히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했다고 합니다. 그가 지은 건물에는 늘 빛이 있고, 물이 있고, 어둠이 있다고 합니다. 그의 건축 작품 중 하나인 ‘본태박물관’도 방주교회와 수풍석박물관에서 가깝습니다. 함께 둘러보겠습니다.

▲협재에서 본 비양도.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닮았다.Ⓒ이승태

제8강 2일차 / 1월 26일
비양도 트레킹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비양도


협재해수욕장 건너 바다에 떠 있는 ‘섬 속의 섬’ 비양도. 협재에서 보는 비양도는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연상시킵니다. 어쩜 저리도 닮았을까요! 길쭉한 사다리꼴 형태가 아무리 봐도 똑 같습니다. 그 독특한 모양새가 아니라도 비양도는 늘 가보고 싶던 섬이었습니다. 제주도를 수십 번 갔어도 비양도는 이상하게 쉬 인연이 닿지 않더군요. 가려고 할 때마다 궂은 날씨 탓에 길이 막히기 일쑤였습니다.

제주도 속의 작은 제주도
비양도는 제주의 여러 유인도 중에서 가장 작고, 한림항에서 배로 14분이면 도착할 만큼 본섬 제주도에서 무척 가깝습니다. 부둣가에서 보니 비양도는 비양봉 그 자체입니다. 섬 전체가 하나의 오름인 셈이죠. 둥근 비양봉 자락에 예쁜 지붕을 한 나지막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형국입니다. SBS 드라마 <봄날> 촬영지라는 조형물이 서 있는 부두를 중심으로 마을을 휘 둘러보고는 부둣가에서 들은 지질공원해설사의 설명대로 반시계방향으로 섬 일주에 나서봅니다.

마을의 동쪽 끝에서 만난 한림초등학교 비양분교장. 정문 기둥의 명패가 아녔다면 너른 정원을 가진 가정집쯤으로 착각했을지 모릅니다. 100미터 달리기는 꿈도 못 꿀 좁은 운동장 가득 새파란 잔디가 덮였고, 한켠에 늘어선 미끄럼틀과 시소, 철봉이 학교임을 짐작케 합니다. 울타리로 심은 해송과 후박나무 아래로 문주란이며 수국이 아름답군요. 선생님 한 분에 학생은 딸랑 두 명. 6학년생이 곧 중학교에 진학하면 남은 한 명이 전교 1등과 전교회장을 도맡을 판입니다. 길쭉한 단독주택 같은 교사(校舍) 동쪽 벽면엔 어린왕자와 여우가 비양도를 바라보는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발전소를 지나 펄렁못으로 향하는 해안길, 바다 건너로 제주 본섬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마라도나 가파도에서 볼 때는 제주도가 한라산이더니 여기서는 한라산의 존재감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협재해수욕장 뒤로 솟은 금악리의 금오름이 비양도와 판박이 같아 눈길을 끄네요.

▲해발 114미터의 비양봉 정상에 있는 무인등대인 비양봉등대. 여기서 사방 조망이 그만이다.Ⓒ이승태

비양도의 보물을 만나는 해안일주
펄렁못 습지를 지나자 아까 해설사분이 자랑하던 섬의 뒷모습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주름처럼 펼쳐진 용암구조물인 ‘파호이호이 용암해안’과 비양도에 있는 다양한 형태의 용암구조물을 전시해 둔 ‘비양도 암석소공원’도 지납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애기 업은 돌’이라고도 부르는 ‘용암굴뚝[호니토, Hornito]’입니다. 용암이 솟아오르던 모양 그대로 굳은 용암굴뚝은 제주에서도 흔치 않은 것으로, 예전엔 비양도 해안을 따라 40개 남짓 있었으나 부잣집 정원석으로 하나둘 팔려나가고 이젠 20개쯤만 남았다네요. 다행스럽게도 현재는 천연기념물 제439호로 지정·보호받고 있습니다.

용암굴뚝해변을 지나니 이번엔 바다로 들어가려는 거대한 코끼리바위가 눈길을 끕니다. 우리나라 코끼리바위 중 가장 크다는군요. 주변에 커다란 화산탄도 널렸습니다. 그 검은 돌무더기 사이에서 사람들이 뭔가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어 다가가보니 파도에 밀려온 미역을 채취중이랍니다. 태풍이나 큰 파도가 지난 후엔 섬사람이 아니어도 누구나 채취가 가능하다네요.

반시계방향이 편한 비양봉 탐방
해안을 따라 조금 더 돌아가니 길옆으로 6각 지붕을 인 쉼터가 보이고, 그 옆으로 비양봉으로 오르는 계단이 놓였습니다. 계단 끝 조릿대 숲을 지나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비양도의 풍광이 펼쳐집니다. 듬성듬성 소나무가 서 있는 비양봉 사면 가득 억새가 무성합니다. 길가엔 뽕나무가 많습니다. 5분 남짓 갔을까요, 이번엔 왼쪽으로 길이 꺾이며 살짝 가파른 계단이 이어집니다. 작은 팻말에 ‘정상 500M’라 적혔군요. 길가론 뽕나무 천지입니다.

잠시 후 닿은 능선. 깊이 파인 분화구 건너 비양봉 정상에 하얀 등대가 우뚝합니다. 여기서도 반시계방향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아까 들은 해설사의 조언 때문입니다. 능선을 따라 걸으며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바다 건너 한라산과 제주 본섬의 서쪽 해안 풍광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발아래론 비양리의 알록달록한 지붕들이 예쁘고요.

신이대가 길을 뒤덮은 구간을 지나니 망원경이 설치된 전망대가 나타납니다. 여기서 가파른 비탈만 오르면 정상인 비양도등대입니다. 무인등대인 비양도등대는 육지에서 한림항으로 들어오는 선박들에게 중요한 항로표지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일대 바다가 얕아서 그 어느 등대보다 요긴하다고 하네요. 1955년에 점등되었다고 하니 짧지 않은 역사도 지녔습니다.

등대를 중심으로 비양봉은 두 개의 분화구로 나뉩니다. 하산은 북쪽 분화구를 한 바퀴 돈 후 올랐던 길을 만나 내려서면 됩니다.

▲비양분교장 벽에 그려진 비양도와 어린왕자Ⓒ이승태

오름학교 제8강은 2019년 1월 25(금)~26(토)일, 1박2일로 제주도에서 열립니다. 상세한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월 25일(금)>
08:50 제주공항 1층 3번 게이트 오른쪽(공항 내부임)에서 집합합니다, 참가자는 각자 항공편, 배편을 이용해 제주공항에 도착합니다. 정시에 출발하니 집합시각 엄수 바랍니다. 교통편 예약은 빠를수록 혜택이 많다고 하니 참고하시고, 참가신청 전에 교통편을 반드시 체크해주세요^^ 제8강 여는 모임. 참가지 확인과 인사 나누기
09:00 버스 탑승, 공항 출발
-상천리 도착, 소병악으로 출발
-대병악
-병악 하산, 식당으로 이동
-방주교회
-본태박물관과 수풍석박물관
-포도호텔
-식당으로 이동. 저녁식사 겸 뒤풀이
-숙소 이동(새마을금고제주연수원, 다인실)

<1월 26일(토)>
07:30 숙소 출발. 아침식사는 차 안에서 김밥으로 대체.
-한림항 비양도 선착장
-한림항 출항
-비양도 도착, 비양도 탐방
-점심식사(<보말이야기>의 보말죽)
-비양도 출항
-한림항 도착
-협재해수욕장 산책
16:00 제주공항 도착, 해산
※ 당일 현지 상황에 따라 코스나 대상지가 변경될 수 있습니다.
※ 당일 바다날씨에 따라 비양도행 배가 뜨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송악산과 섯알오름, 알뜨르비행장 탐방’으로 대체하겠습니다.

▲오름학교 제8강 탐방 지도Ⓒ오름학교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 편한 등산복·등산화·배낭(제주의 특별한 바람에 대비해주세요^^), 스틱(건강을 위해 쌍으로 준비), 무릎보호대, 방수방풍의, 버프, 모자, 선글라스, 장갑, 수통, 우의(+접이식 우산), 따뜻한 여벌옷(여벌양말), 간식, 자외선차단제, 헤드랜턴(또는 손전등), 세면도구, 세수수건, 필기도구, 신분증(항공탑승용. 반드시 지참하세요!) 등(기본상비약은 준비됨)

<참가신청 안내>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인문학습원'을 검색해 홈페이지로 들어오세요. 유사 '인문학습원'들이 있으니 검색에 착오없으시기 바라며 꼭 인문학습원(huschool)을 확인하세요(기사에 전화번호, 웹주소, 참가비, 링크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이리 하니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홈페이지에서 '학교소개'로 들어와 '오름학교 1월'를 찾으시면 기사 뒷부분에 상세한 참가신청 안내가 되어 있습니다^^
★인문학습원 홈페이지를 방문하시면 참가하실 수 있는 여러 학교들에 관한 정보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회원 가입하시고 메일 주소 남기시면 각 학교 개강과 해외캠프 프로그램 정보를 바로바로 배달해드립니다^^
★오름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캠핑과 등산, 트레킹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작가입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으로, 그동안 산악전문지 <사람과산> 기자를 거쳐 편집장을 지냈고, 그 시절 우리나라 산줄기 답사를 위한 등산지도 가이드북인 <1대간9정맥 종주지도집>과 <한국100명산 등산지도집>, 국립공원 탐방안내서인 <북한산국립공원>, <지리산>, <설악산>을 제작했습니다. 2012년에는 일본 큐슈 지역의 대표적인 산 열다섯 곳을 소개한 산행보고 프로그램인 <마운틴TV>의 ‘큐슈의 산(9부작)’에 출연했으며, 일본 큐슈올레 전 구간을 취재했습니다. 현재 <한국관광공사> ‘이 달의 걷기길’ 선정위원이자 취재작가, 한국여행작가협회에서 진행하는 ‘여행작가학교’ 강사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동아일보> <화광신문>을 비롯한 여러 매체와 사보에 여행기사를 기고 중입니다.

2013년부터 제주 오름에 빠져 툭하면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으며, 그동안 여러 매체에 오름에 관한 기사를 기고했습니다. 2018년에 오름 트레킹 안내서인 <제주 오름>(가칭)을 출간할 계획입니다. 지은 책으로는 <북한산 둘레길 걷기여행> <캠핑 주말여행 코스북>(공저), <걸어유 충남도보여행>(공저)이 있습니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오름학교>를 여는 취지를 들어봅니다.

올라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세상
화산섬 제주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오름이 모여 있습니다. 그 수가 자그마치 368개라고 하니 매일 하나씩 올라도 한 해가 모자랄 정도죠. 제주 섬 어느 곳을 가도 오름이 있고, 그 오름에 기대어 마을이 있습니다. 그 오름으로 억새를 베러 다니고, 거기서 고사리를 꺾으며 제주인들은 살아왔습니다. 오죽했으면 제주 사람들이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을까요! 오름은 제주의 마을과 마을을 형성하는 모태가 되었습니다. 각 오름에는 제주 사람들이 떠받들던 신들이 자리 잡고 있고, 오름과 그 주변으로 넓게 펼쳐진 거친 황무지인 ‘뱅듸(버덩)’는 예부터 말과 소를 키우는 터전이었습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 80퍼센트쯤은 오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제주 오름은 ‘육지’의 숱한 산들과 달리 오르기가 편하고, 어지간한 오름을 둘러보는데 한두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또 험한 곳이 거의 없으니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그리 부담이 없죠. 무엇보다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오름 자체가 그렇고, 오름 능선에 올라 조망하는 사방의 풍광은 숨을 멎게 할 정도입니다. 소와 말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오름 능선에 아무렇게나 앉아 제주의 바람을 느끼는 행복을 무엇에 비할까요! 기생화산인 오름은 대부분 분화구를 가졌고, 그 형태 또한 제각각입니다. 그 독특한 지형을 살피는 것 또한 흥미진진한 즐거움입니다.

다시 ‘오름나그네’가 되어
368개의 오름은 한라산 백록담 바로 아래의 방애오름, 윗세오름을 시작으로 바닷가에 솟은 성산일출봉과 송악산, 비양도와 사라봉에 이르기까지 사방으로 흩어져 있습니다. 제주 동쪽 송당리 일대엔 가장 많은 오름이 분포해 오름들이 겹치며 산너울처럼 펼쳐지는 신비로운 풍광을 보여줍니다. 그에 비해 서쪽의 오름들은 하나씩 뚝뚝 떨어져 있죠. 그러나 저마다 빼어나 찾는 걸음이 즐겁습니다.

1927년 제주에서 태어나 1995년, 일찍 생을 마감하기까지 제주의 산악인이자 언론인으로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고(故) 김종철 선생은 제주의 모든 오름을 답사한 기록을 <오름나그네>라는 세 권의 책으로 남겼습니다. 지금까지도 오름의 바이블로 통하는 귀한 책입니다. <오름나그네>의 책장을 넘기다가 오름을 향한 그의 열정과 사랑, 감동과 호흡이 전해져 가슴 뜨거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려 합니다. 오를 수 있는 모든 오름을 올라보는 게 목표입니다. 모두 함께 ‘오름나그네’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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