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질되고 후임으로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지난 9일 임명됐다. 김 수석이 승진을 한 것이다. 김 수석이 정책실장 직책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능력은 내게 없다. 하지만 나는 문재인 정부 들어 무주택자들과 서민들과 청년들을 충격과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넣은 서울 집값 폭등에 큰 책임이 있는 김 수석의 정책실장 임명 강행이 시민들의 상식과 균형감각을 거스른다는 사실은 알겠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문 대통령은 부동산을 알까?
퍼뜩 드는 생각은 문 대통령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다. 혹시 문 대통령은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이 정부 들어 서울 등의 집값이 오른 건 사실이지만, 그건 전 세계적 유동성 과잉 탓으로 주요국의 주요도시는 서울보다 훨씬 많이 올랐고 서울은 9.13대책 이후 안정을 찾았으니 선방한 것이다. 따라서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사실상 총괄한 김수현 수석은 상을 받아야 한다'
만약 문 대통령이 이렇게 생각한다면 정말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현실인식이고 진단이라고 밖에는 평가하지 못하겠다. 이 정부의 지지율이 지방선거 직후 폭락을 거듭해 50%대에 고착된 이유를 문 대통령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정부에 등을 돌린 시민들의 대부분은 문 정부 들어 폭등한 서울 집값 때문에 문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으며, 이들은 문 정부가 보유세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대출을 더 세게 조였으면 집값이 잡혔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이들의 믿음은 정당하고 타당하다.
처음의 가정보다 더 곤란하고 위험한 건 문 대통령이 부동산의 중요성에 대해 완전히 간과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이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방증들이 있다. 세상이 온통 부동산 문제로 들끓는데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부동산에 대해 언급한 예를 찾기 힘들다는 것, 포용국가와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천명하면서도 이를 위해 꼭 필요한 부동산 문제 해결에는 어떤 의지도 보이지 않는 점 등이 그 방증들이다. 만약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의 중요성을 전혀 모르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옳게 가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판단조차 내리지 못해 김 수석에게 의탁하는 지경이라면 상황이 너무나 엄중하다.
김수현 실장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
또렷한 사실은 부동산 정책을 김 수석이 총괄했고 정책실장이 된 지금은 그 장악력이 훨씬 커졌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김 실장이 해야 할 역할은 자명하다. 김 실장은 부동산 문제가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에 얼마나 치명적 질병인지를 대통령에게 정확히 알리고, 부동산 문제의 해결을 위한 단중장기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김 실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이 무척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실장의 생각과 결심여하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공화국 혁파를 위한 원대한 첫걸음을 내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김수현 실장만큼 관운이 좋은 사람도 드물다. 물론 김 실장이 지닌 역량, 성실성, 인품, 매력 등이 없었더라면 관운도 따라오기 어려웠겠지만, 김 실장에게 주어진 관운은 확실히 각별한 구석이 있다. 나는 김수현 실장이 역사가 자신에게 부여한 행운과 역할에 대해 깊이 숙고하고 그에 부응하길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김 실장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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