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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부산 민심, 문재인 40%를 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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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부산 민심, 문재인 40%를 넘으면…

[르포] "빨갱이 안돼" VS "새누리당 구려"

박근혜 대선후보와 새누리당은 화가 나 있었다. 14일 부산에서 합동 유세를 펼친 새누리당 지도부는 문재인 후보를 겨냥해 "친북 좌파"라 칭했고, "대통령직을 도둑질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16대 대선 때 노무현 후보를 찍은) 부산 시민들, 부끄럽지 않느냐"(김무성 선대위 총괄본부장)고 10년 전 29.85%의 표를 몰아준 시민들에게 '호통'까지 쳤다.

이날 모인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은 주로 고연령층이었다. 박 후보를 보기 위해 수천 명이 비 속에서 한 시간 여 기다리면서, 새누리당 지도부의 '호통'에 호응했다. 그들도 화가 나 있었다. 박 후보가 다녀간 후 길 건너편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유세가 있었다. 새누리당의 '격정 연설회' 직후라 그런지 이날 유세는 비교적 차분한 가운데 이뤄졌다. 뒤지고 있는 후보가 '여유'를 보였다.

18대 대선 최대 격전지 부산, 변화의 모습이 조금씩 보인다. "우리가 남이가? 기자님, 언젯적 소립니까. 그러면 우리가 다 남이지 가족입니까." 부산에서 만난 50대 택시기사가 면박을 줬다. 신분을 '기자'라고 밝히자 그는 "투표는 지금까지 한 번도 빼먹은 적이 없다"고 하면서도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누구인지 끝까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요즘 부산 사람들이 말을 잘 안한다. 누구를 지지할지 말을 안하는데, 예전처럼 '무조건 한나라당(새누리당)이야'라는 말도 잘 한다"고 말했다.

변화의 조짐은 2010년 지방 선거 때부터 나타났다. 총선 때 김정길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44.6%의 득표율로 아깝게 석패했다. 4·11 총선 부산 지역 정당득표율에서 부산 시민 40.2%는 민주당을 지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10년 전 29%를 조금 넘는 표를 받고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를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이다.
▲ 박근혜 후보가 14일 부산 서면에서 '빗속 유세'전을 펴고 있다. ⓒ뉴시스

"부산 야권 지지자들은 오히려 '서울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부산 지역에서 10년차 이상 된 한 언론인은 "생각보다 부산 바닥 민심이 안개속이다. 그래도 16대 대선 때보다 야권 지지 성향이 높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실 부산 지역 야권 지지자들은 오히려 서울, 수도권 지역의 표심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를 볼 때 서울 지역에서 또렷한 우세가 보이지 않아 부산 야권 인사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보다는 분명 많이 나온다. 김정길 전 후보가 받은 44%까지는 안 가더라도 40%까지는 되지 않겠나. 그 정도면 부산에서는 충분히 했다. 부산에서 투표 캠패인에 참여하고 있는데, 투표율이 중요한 포인트일 것 같다. 부산에서도 투표율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안 후보 사퇴 이후에도 부산 지역 야권은 흔들림이 덜 했다. 부산 지역 '안철수 캠프'는 일찌감치 문재인 후보 선대위와 합류했다. 안철수 후보가 사퇴를 선언한 후 잠행에 들어갔을 때, 부산 문재인 담쟁이캠프 부산선대위와 안철수 전 후보 캠프, 진보 정의당, 범시민사회 단체 등 부산지역 야권은 '새정치 실현과 국민연대를 위한 부산 공동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부산 선대위의 고위 관계자는 "부산에서 문재인-안철수 캠프는 굉장히 죽이 잘 맞는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화학적 결합'이 이뤄진 곳이 바로 부산"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안철수 지지 그룹은 부산 남포동 등 '젊음의 거리'에서 '투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부산 남포동 등지에서 '투표 독려' 활동을 하고 있는 '부산내일포럼' ⓒ부산내일포럼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부산 지역의 문재인 후보 지지율은 35~40% 사이의 수치를 꾸준히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공표 마지막 날인 13일 직전에 실시한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율은 56.2%였고, 문재인 후보 지지율은 37.4%였다. 이 여론조사의 전국 지지율은 문 후보가 45.3%, 박 후보가 44.9%로, 문 후보가 0.4%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다.

전국 지지율에서 문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뒤진 여론조사인 <서울신문>-엠브레인 조사에서 '부울경' 지지율은 박 후보 51.5%, 문 후보 40.4%였다. 문 후보가 40%를 넘어선 것이다. 이 조사에서 전국 지지율은 박 후보가 45.6%로 문 후보(43.3%)를 오차 범위 내에서 2.3%포인트 앞섰다. 박 후보가 부울경에서 50% 벽을 위협받고 있고, 문 후보는 노 전 대통령 지지율은 10%p이상까지 상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표율은 전국적으로 높게 예상된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11일 발표한 '유권자 의식 조사'에 따르면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한 사람은 79.9%였다. 17대 대선에서 같은 조사를 했을 때 '반드시 투표층'이 67.0%, 실제 투표율이 63.0%에 불과했다. 특히 20대, 30대 '반드시 투표층'이 5년 전에 비해 눈에 띄게 상승했다.
▲ 문재인 후보가 부산 서면에서 '비속 유세'전을 펴고 있다. ⓒ뉴시스

"지역발전? NO! 인물 투표"…"빨갱이는 안돼" VS "새누리는 구려"

대선 열기는 고조되고 있다. 부산 서면에서 만난 20대 대학생은 "대선 때 꼭 투표하러 갈 것"이라며 "박근혜 후보보다 문재인 후보에게 더 호감이 간다"고 말했다. 그는 문 후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주변에 새누리당 좋아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구리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여기 대학생들은 부산에 뭐 해주겠다. 이런 것 잘 생각 안한다. 우리나라 전체가 좀 더 민주적으로 발전하느냐. 이런 부분들을 더 본다"고 말했다.

역시 부산 서면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 민주당은 '빨갱이'들 아닌가. 북한에서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한다고 하는데, 불안해서 안 된다. 역시 박근혜 후보가 안보는 제일 잘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출신의 한 선거 전문가는 "가덕도 신공항이나 해양수산부 부활 등 부산 지역 맞춤형 공약 등이 실제 투표장에서 부산 시민들에게 큰 영향을 못 미칠 것이다. 역시 인물론으로 갈 수밖에 없다. 중도 성향 유권자들은 '부산 출신 대통령'에 다소 주목을 하고 있는 편이며, 보수 유권자들은 '박근혜 동정론'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인물'이라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50대 택시 기사는 기자에게 "김영삼을 우리가 왜 뽑아줬나. 그 사람이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큰 정치를 할 사람이어서 뽑아준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이니, 부산 차별론이니 하지만, 나도 누군가를 찍을 때 정치판에서 좀 선 굵게 행보를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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