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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나라 실크로드는 계속될 것인가

[中國探究]<66> 띠아오만 공주 4번 사과하다

중국인의 실망과 분노

11월 24일 상하이에서 조용한 간담회가 열렸다. 무표정한 얼굴에 검은 옷을 입은 한 여인을 향해 무언의 플래쉬가 연방 터졌다. 장나라는 중국어로 사과문을 읽어 내려갔다. '한국의 오락 프로그램에서 '하늘과 바다'라는 영화를 소재로 농담을 하다가 돌발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자막이 나갔다. 이것이 와전이 돼서 이러한 사태가 일어났다. 중국 팬 여러분은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쨌든 이러한 사태가 일어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 앞으로 더 좋은 작품으로 여러분을 찾아뵙겠다.' 이러한 내용이었다.

사과 성명이 끝나자 수많은 질문이 동시에 쏟아졌다. 장나라는 당황한 기색보다는 매우 지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기자들은 먼저 무엇을 사과했는가에 대해 물어왔다. 이에 대해 장나라의 말을 매니저가 중국어로 대답했다. '강심장' 프로그램에 뜬 자막으로 인해 와전된 면이 있었고, '쥬엔치엔[圈錢](돈을 뜯어가다)'하러 중국에 왔다는 사실은 완전히 와전이므로 발언 자체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중국 팬 여러분께 일련의 사태로 불쾌하게 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는 논지였다. 이 인터뷰가 나가자 중국 매체들은 장나라의 사과를 중국 팬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보도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중국인의 실망과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잔인한 11월의 순례

불씨는 영화 제작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 10월 20일, '강심장'이란 국내 TV 프로에서 주호성씨가 제작비를 댄 '하늘과 바다'와 관련된 얘기를 하다가, 장나라는 제작비가 필요할 때마다 자주 중국에 가게 되었다는 말을 했고, 이와 동시에 '돈 없으면 자주 중국을 찾는다'는 자막이 떴다. 얼마 되지 않아 중국 매체에선 장나라가 돈 없으면 중국에 와서 '돈을 뜯어간다[圈錢]'는 기사가 떴다.

▲ '띠아오만 공주'로 분한 장나라. ⓒ중화TV
영화 '하늘과 바다'는 중국에서 '띠아오만 공주'로 중국에서 대성공을 거둔 장나라가 한국에 돌아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영화였다. 정신연령이 6세에 머문 서번트 증후군을 연기한 장나라는 체중을 38kg까지 감량하고 배역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10월 28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장나라가 대종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순항하던 스케쥴은 '해운대'를 만나면서 좌초되기 시작했다. 미개봉 영화가 노미네이트되고 '해운대'가 탈락되었다는 사실로 인해 '하늘과 바다'는 연기자와 작품이 동시에 타격을 받았다.

영화는 개봉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직격탄을 맞고 슬그머니 개봉을 거뒀다. 주변에선 제작자와 연기자 사이의 알력 소식도 들렸다. 국내 언론은 '하늘과 바다'보다는 대종상에 노미네이트되지 않은 다른 영화들의 형평성을 더욱 문제 삼았다. 장나라는 영문도 모르게 다른 영화의 여배우와 비교 거론되면서 대종상에서 번진 불똥을 고스란히 맞았다. 국내에서 영화 개봉의 철회와 영문 모를 비교 검증 논란이 들끓을 무렵, 중국에선 '돈을 뜯어가는' 장나라 성토의 목소리가 거세게 들려왔다.

11월 12일 장나라는 중문 블로그에 첫 번째 사과문을 올렸다. 장나라는 자막 처리의 실수로 인해 중국 팬들이 상처받은 것에 대해 사과했다. 11월 13일 그녀는 한국에서 중국어로 직접 말한 동영상을 제작하여 사과 동영상을 올렸다. 자막의 오해 여지를 잘 전달하려 했다. 그러나 중국 여론은 여전히 잠잠해지지 않았다. 11월 23일 장나라 부친 주호성씨는 직접 중국 오락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모두 나의 잘못이라'고 네 차례 사과했다. 그리고 24일 장나라는 상하이에서 다시 정식으로 간담회를 열고 사과를 표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모두 네 차례에 걸친 사과의 순례가 이어졌다.

장나라 실크로드 계속될 것인가

장나라는 한류(韓流)의 역사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한 인물이다. 장나라가 욘사마나 이병헌 또는 이영애 류의 한류와 크게 구별되는 것은 바로 '현지화(localization)'에 있다. 장나라는 한국 연예인으로서 타국 현지화에 성공한 거의 유일한 인물로 평가된다. 배용준은 '겨울연가'에서 형성된 이미지를 잘 관리하고 훈훈한 팬 마케팅을 통해 일본 내의 결속력을 다진 인물이지만, '현지화'했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배용준과 이병헌은 여전히 한국적 이미지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 의의를 유지하고 있다. 이영애 역시 '대장금'이라는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타국과의 쌍방향적인 소통에 이르렀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장나라는 중국으로 건너가 자신을 환골탈태시킬 정도로 현지화에 힘썼다. 그녀가 말하듯이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배운 기부의 습관은 중국 내에서 굳건한 입지를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그는 현지어인 중국어를 악착같이 배웠고 열의를 가지고 중국문화를 배웠다. 2005년 중국에서 방영된 현지 드라마 '띠아오만 공주[刁蛮公主]'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주연을 맡은 장나라의 입지는 더욱 굳건해졌다. 톡톡 튀는 말괄량이 같은 이미지에 노래와 연기로 무장한 그녀는 중국 내에서 큰 환영을 받았다.

그녀는 마치 움직이는 '희망공정'과도 같이 중국 내에서 헌신적으로 음지를 찾아다녔다. 여러 백혈병 환자를 찾아다니며 희망을 주고 기부를 했다. 장나라의 중국팬들은 일심동체가 되어 이러한 활동에 참여했고 '장나라 애심 기금'이 설립되어 운영되었다. 쓰촨 대지진 지역에 80억원 상당의 오리털 잠바가 제공되었고, '장나라 음악교실'이란 교실도 세워졌다. 중국 내의 기부 활동은 곳곳에서 진행되었다. 장나라의 이런 노력은 중국 내에서 깊은 울림을 주었다. 후진타오 주석은 2008년 장나라를 직접 만난 자리에서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고, 2009년 중국 인민 정치협상회 관보에서도 장나라의 선행을 정식으로 칭찬했다.

중국 내에서 장나라 이미지는 이미 한국에서 건너온 현지화된 오랜 벗의 모습으로 친숙하게 형성되어 있었다. 장나라는 '한류'를 넘어 한류에다 '화류(華流)'를 접목시킨 인물로 평가될 수 있다. 일개 국가의 문화 테두리를 넘어서 일종의 '로드'를 형성한 것이다. 장나라가 국내외에서 개인으로서 기부한 액수가 50억원이 넘고 기업 찬조 기부를 더하면 13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찾아가는 기부와 희망공정을 결합한 그녀의 중국 연예활동은 서울을 찍고 북한을 거쳐 중국 산간벽지까지 미치고 있다. 우리가 미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사이에 몇몇 한류 스타들은 동북아에서 작지만 매우 소중한 문화 실크로드를 개척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연예 프로그램의 자막 사건으로 소중한 실크로드가 조금씩 끊어지고 있다. 중국 내에선 아직 장나라가 중국에서 행한 수많은 선행을 가져다 그녀를 방어하는 여론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분명한 것은 한국 내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중국 내의 장나라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실크로드의 복원은 현지의 오아시스에서 물을 끌어다 댈 수밖에 없다. 어려운 행군이지만 지원군은 현지에서 조달해야 한다. 다시 한번 국내의 조그만 실수가 이처럼 큰 반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에 심각하게 반성해야 하며,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대내외적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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