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평양 방문 둘째 날인 19일 마지막 일정으로 평양시 능라도에 있는 북한 최대 규모 종합체육경기장인 '5.1 경기장'에서 집단 체조 예술 공연을 관람한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소개로 평양 시민들을 향해 직접 연설을 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오늘 나와 문재인 대통령은 북남 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의 여정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소중한 결실을 만들어냈다. 오늘 이 귀중한 또 한 걸음의 전진을 위해 평양에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칠줄 모르는 열정과 노력에 진심 어린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면서 평양 시민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소개로 마이크를 이어받은 문 대통령은 비핵화에 대한 언급 외에도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공포와 무력 충돌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합의했다. 또 더 늦기 전에 이산가족의 고통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조치들을 신속히 취하기로 했다"는 '평양 공동 선언' 합의 내용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북과 남 8000만의 손을 굳게 잡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우리 함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나는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보았다. 김정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나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봤다. 얼마나 민족 화해와 평화를 갈망하는지 절실하게 확인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의지를 봤다"며 "우리 민족은 우수하다. 우리 민족은 강인하다. 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한다.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 선언의 의미에 대해서는 "우리 두 정상은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000만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했다"며 "또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9시께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경기장에 동시 입장하자, 평양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공연단은 '아리랑' 음악에 맞춰 집단 체조를 선보였다. 공연이 끝나고 문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되자 김 위원장은 중간 중간 박수를 쳤고, 평양 시민들은 기립 박수를 쳤다.
문 대통령은 연설이 끝난 이후에도 김 위원장과 악수했고,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시민들 뒤로는 "온 겨레가 힘을 합쳐 통일강국 세우자"라는 글귀가 있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숙소인 백화원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후 '9월 평양 공동 선언'을 발표하고, 평양 옥류관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백화원 영빈관 앞 정원에서 기념식수를 하고, 북한의 창작 미술 단체인 '만수대 창작사'에서 미술 작품을 감상했다.
만찬은 평양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을 가고 싶다는 남측 요청에 따라 '대동강 수산물 식당'에서 이뤄졌다. 먼저 도착한 문 대통령이 식당에서 몇몇 평양 시민들과 짧은 대화를 시도하자 평양 시민들이 신기해 했고, 김정은 위원장이 뒤늦게 참석 의사를 밝혀오며 합류하자 식당은 만세 소리로 뒤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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