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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넘어 사회민주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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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넘어 사회민주화로"

[시민정치시평] 조선의 정부주도 자치운동인 향약에서 배운다

"본인은 풀뿌리 자치로 정치를 배운 사람이고, 박근혜는 청와대서 통치를 통해 정치를 배운 사람이다."

김두관 씨의 말이다. 통치는 법령, 조직, 예산으로 하는 일이다. 그러나 자치는 봉사, 가치, 공명으로 하는 일이다. 87년을 기점으로 우리사회는 급속하게 다원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지금은 다인종화도 진행되고 있다. 획일적인 통치보다는 다원화된 사회에서 합심하여 즐겁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자치가 요청된다.

조선시대 향약은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자치', '공동체', '공공'의 향치(鄕治)를 위하여 도입되고 시행되었다. 영향은 지대하였으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조선의 '정부 주도형 자치제도'인 향약을 살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설정해 보기로 한다.

경험자의 절규에 귀를 막은 조선과 금천구의 주민오케스트라

조선시대 중종이 <언해본남전여씨향약>을 간행하여 보급하고는 향약을 전국적으로 시행하려고 결정하였다. 하지만 청주목사로서 임명되어 여씨향약을 토대로 서원향약을 만들어 자치능력을 길러 주고자 노력한 경험이 있는 율곡이 이를 반대를 하였다. 현장의 경험자로서 다음과 같이 중종에게 향약 시행의 연기를 주장하였다.

"요사이 신하들이 급히 향약을 행하고자 청하므로 주상께서도 행하도록 명하셨으나 신의 생각으로는 향약을 행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백성이 잘 살도록 하는 일을 먼저하고, 백성을 가르치는 일을 나중에 해야 합니다. 삼가 살피건대, 남전 여씨의 향약이 강령이 바르고 조항이 상세하니, 이것은 동지와 선비들이 서로 약속하여 예를 강구하는 것이지, 널리 백성들에게 시행할 수 없는 것이다."

율곡은 먼저 양민(養民)한 뒤에 향약을 행하자고 하면서 폐해를 걱정하였다. "토호(土豪)들이 향약을 핑계로 백성들에게 괴로움을 끼칠 것이 뻔하다. 이것을 누가 단속할 것인가. 만약 향약을 행하게 되면 백성들은 반드시 더욱 곤란하게 될 것이다." 먼저 양민(養民)을 한 후에 향약을 실시하자고 한 율곡의 요청은 양병(養兵)과 마찬가지로 거부되었다. 그러나 율곡의 지적대로 향약으로 형벌권까지 보유한 토호들의 착취는 매우 극심하였다.

금천구는 '주민오케스트라'를 기획하였다. 연주 재능이 있는 주민들이 결집할 수 있도록 하고 스스로 '주민오케스트라'를 구성할 수 있도록 원격지원을 하는 자치적인 기획을 하였다. 전문악기를 제외하고 모든 분야에서 재능 있는 주민들이 함께 모여서 함께 공연 연습을 하고 함께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배려를 하였다. 물론 공연은 성황이었다.

공동체는 혈연사회와 같이 동질성의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이 살아서 함께 숨 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주체의 중첩적이고 다층적인 구조와 기능으로 인하여 서로 얽히기 마련이며, 이때 서로 얽히는 곳에서 확보하는 균형이 자치의 원점이며 공동체의 출발점이 아닐까. 금천구의 '주민오케스트라'가 돋보이는 까닭이다.

자치는 명령으로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원세훈 씨는 '자치는 시장군수가 하는 것'이라며 행정안전부에서 자치기능을 축소시킨 적이 있다. 자치를 방치하여 버린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함이란 내버려둔다는 뜻이 아니다. 그건 방치일 뿐이다. 그렇다고 자치는 강요받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지배가 될 뿐이다. 자치는 스스로 하지만 무언가를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모두가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 이것이 자치이다.

다시 율곡의 말이다. 향약의 실시를 주장하고 관철한 허엽을 향하여 "허엽 같은 오활하고 허망한 선비는 한갓 옛 것을 앙모할 줄만 알고, 시의를 헤아리지 못하며, 치도의 본말과 완급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서 이에 향약으로 말속을 만회하여 태평을 이루려하고 있으니 잘못된 생각이 아닌가. 예전부터 민생이 도탄에 빠지고 그리고도 예속을 이루는 일이 있소. 지금 부자간이 비록 지친이라 하지만 만일 아들의 기한을 생각해 주지 않고 날마다 매질이나 하며 학문을 권한다면 반드시 서로 헤어지고 말 것인데 하물며 백성에게 있어서야."

이름만 있는 주민자치센터 vs 주민의 능력이 재미로 펼쳐지는 자치사업

김대중 정부가 99년 정부 구조조정으로 읍면동에 설치한 주민자치센터는 우리나라 처음으로 '마을자치'를 제도로 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구조조정에만 급급하여, 연구원의 보고서를 토대로 졸속과 단견으로 입안하여 이름만 주민자치위원회로 만들어서 동장의 휘하에 넣어 버림으로서 10년을 허송하게 만들었다.

정부가 서비스를 공급하고 주민은 소비하는 패러다임을 이제는 바꾸여야 한다.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마을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이제는 충분하다. 다만 그것이 필요한 연구와 조사를 거쳐서 정책으로 체계화 되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다. 산업화의 자산과 민주화의 자유를 익명과 단절의 형식으로 사유화하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을 사회로 불러내는 기획은 불가능한가. 다수의 사람들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유의미한 일이 있으면 된다. 명성에 기대지 않아도 되고 권력에 근거하지 않아도 된다.

개인의 영역에서 즐기고 있는 주민들이 마을의 공간에서 함께 즐기도록 만들기 위하여 만들어본 강좌가 '마을 강좌'이다. '엄마학' 같은 것과 같이 모여서 마을을 이야기하는 '마을학' 같은 것이다. 유경력 유능력 무직자의 능력이 이웃에게 기여할 수 있는 형식으로 '마을사업'을 만들어 보았다. 예를 들어 당귀짱아지 담그기 사업이다. 나이가 들어서 어른이 되는 아이들에게 학교가 아닌 마을의 어른들이 마련해주는 의식들을 '마을행사'라면서 시도해 보았다.

정치민주화, 경제민주화 그리고 사회민주화

산업화 기간 중 국가와 시장은 사회를 거의 제한 없이 이용하였다. 그러다가 87체제로 정치민주화의 토대를 마련하였고 시장은 근자에 들어 경제민주화 요청을 강력하게 받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국가와 시장이 민주화 된다고 하여 부수어지고 뒤틀려 버린 사회가 저절로 원형으로 복원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사회는 정치민주화와 경제민주화와는 별도의 사회민주화의 과정을 거쳐야 국가가 올바르게 기능하고 시장이 올바르게 기능할 수 있도록 잡아주는 사회로 성숙시켜야 한다. 사회를 민주화하기 주체로서 '시민'을, 원리로서 '자치'를, 실천으로 '현장'을 기획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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