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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후보 김병화, 저축銀 비리 의혹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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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후보 김병화, 저축銀 비리 의혹 충격

[청문회] "저축銀 비리로 중수부 조서에 '김병화' 39번 언급"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구속된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으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법관 후보자조차 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최근 이명박 정부 '상왕'으로 불린 이상득 전 의원을 비롯해 핵심 실세들이 줄줄이 저축은행 비리 건으로 구치소에 들어가는 상황과 맞물려 파장이 일 전망이다.

"저축은행 비리로 중수부 조서에 김병화 이름 39번 언급"

민주통합당은 대검중수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이 작성한 조서를 입수해 11일 국회에서 열린 김병화 후보자 청문회장에서 공개했다. 민주당 박범계, 최재천 의원 등에 따르면 검찰은 1400억 원 횡령 혐의로 구속된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의 로비스트 박영헌 씨가 지난해 4월 의정부지검 고위관계자에게 집중적으로 전화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유동천 회장은 강원도 동해 출신으로, 지난해 제일저축은행 퇴출 저지 로비를 위해 발 벗고 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강원도 출신 정치인, 경찰 고위관계자 등이 줄줄이 옷을 벗고 구속돼 '유동천 리스트'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킨 인물이다. 유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손윗 동서인 황태섭 씨를 저축은행 고문으로 위촉해 억대의 고문료를 지급해 논란을 빚었다. 이 대통령의 사촌 처남 김재홍 씨는 9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까지 했다. 민주통합당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에게도 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철규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유 회장의 돈을 받고 구속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민주통합당 박범계 위원의 부동산 특혜 등 의혹에 대한 질의를 받고 있다 ⓒ연합

이처럼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유동천 회장의 로비스트로 활동한 박영헌 씨가 이날 청문회 도마에 올랐다. 박영헌 씨는 재경태백시민회장을 맡고 있다. 박 씨와 김병화 후보자는 모두 황지초등학교, 황지중학교 출신으로 선후배 관계며 12년 이상 인연을 맺어왔다. 김 후보자는 박 씨가 회장으로 재임한 재경태백시민회 감사를 맡기도 했다. 여기에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김 후보자와 박영헌 씨가 지난 2001년 12월 같은 아파트 옆동에 각각 집을 마련해 동시에 등기를 올렸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밝힌 제일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은 지난해 고양 터미널 사업 불법 대출 사건에서 시작한다. 당시 제일저축은행이 800억 원대를 대출하는 과정에서 유동국 제일저축은행 전무가 업자로부터 1억 원의 상품권을 수수한 혐의로 의정부지검 산하 고양지청에 구속이 됐다. 당시 고양지청은 1억 원 상품권 수수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를 했다. 문제는 이후에 불거졌다. 대검 중수부 산하에 꾸려진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이 유동천 회장 등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 1400억 대 비리를 밝혀낸 것이다.

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은 유동천 회장과 유동국 전무가 박영헌 씨를 통해 당시 '의정부지검 고위관계자'에게 로비를 시도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박 의원은 "검찰 조서에서 김 후보자를 거명한 게 서른 아홉 차례 나온다. 특히 (제일저축은행 관련 수사가 진행중이던) 2011년 4월 박영헌 씨와 김 후보자 간에 수십 차례 통화를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유 회장의 지시를 받아 박영헌 씨가 김병화 후보자에게 로비를 했고, 결과적으로 의정부지검 수사에서 유 회장의 개인 비리가 축소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김병화 말바꾸기 논란…"기억에 없다"고 했다가 "통화는 했는데…"

김 후보자는 이같은 내용에 대해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저축은행 비리 사건과 관련해 대검 검찰 조서에 현직 검사장이 39차례 언급되는데도, 당사자가 모른다고 잡아뗀 것이다. 김 후보자는 박영헌 씨와 인연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로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최재천 의원이 "박영헌 구속 영장에도 김 후보자와 관련성이 충분히 언급됐는데 몰랐느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몰랐다"고 잘라 말했다. 최 의원은 "이 순간 부정해서 안될 텐데, 몰랐다고 한다면 그 정도로 검찰 정보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태도는 애매했다. 의정부지검 시절 로비와 관련해 박영헌 씨와 통화한 사실에 대해서는 "기억에 없다"고 말하면서도 뒤늦게 "수시로 통화하는 사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2011년 4월에 집중적으로 통화했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사건 내용을 물어보면 '그런 전화 하시 말라'고 하고 끊는다"고만 답했다.

'말바꾸기' 논란을 피하면서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이같은 김 후보자의 답변 태도와 관련해 "김 후보자가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고양 터미널 사건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했는데 질문이 이어지자 답변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가 유동천 회장과 직접 통화하는 사이였다는 증언도 공개됐다. 이춘석 의원은 "유동천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이철규 전 경기경찰청장 공판이 진행되고 있는데, 김병화 후보자 이름이 공판 때마다 나온다. 유동천 회장이 이렇게 말한다. '박영헌 소개로 의정부지검 최고위 관계자와 수시로 통화하고 만났다'는 증언이 있다. 이게 전부 거짓말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유 회장의 증언이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며 "유동천이라는 분과 저는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전화를 주고받고 할 그런 사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민은 피눈물 흘렸는데…유동천과 얽혀있는 것 자체가 문제"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은 "작년에 부실 저축은행 사태로 서민들이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나. 작년에 거액 횡령 혐의로 구속된 유동천 같은 사람과 얽혀있는 것 자체가 서민들에게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이것만으로 김병화 후보자는 대법관 자격이 없다. 불과 1년 전인데 기억이 없다고 하는데, 당시 고양지청 유선전화, 후보자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의원들에게 열람을 시켜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의혹과 함께 김 후보자는 현재 '위장 전입'한 사실을 시인한 상태다. 또 부동산 다운 계약서 작성을 통한 세금 포탈, 부산 아파트 투기 의혹 등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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