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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국회 연설서 장장 40분간 소득주도성장 맹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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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성태, 국회 연설서 장장 40분간 소득주도성장 맹비난

정치개혁 관련 "개헌·선거구 개편 동시추진 제안"

자유한국당의 정세 인식과 정기국회 전략을 담은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총 40분 가운데 대부분이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고강도의 비난으로 채워졌다. 연설을 맡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경제정책 기조 등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전방위적이고 노골적인 공세를 폈다. 다만 정치개혁 및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서는 일부 유의미한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연설에서 "제왕적 대통령 정치는 대한민국이 4만 달러 선진국으로 대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뛰어 넘어야 할 큰 산"이라며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동시에 추진해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종식하는 한편 국회의 국민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이 제안이 자신의 개인 의견이 아니라며 "자유한국당도 이러한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정치권 안팎에서 무르익고 있다"며 "대통령께서도 지난해 5월 대선 직후 '선거구제 개편이 함께 이뤄진다면 대통령제가 아닌 권력구조 개편도 수용할 뜻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고 개헌 논의를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와 한국당의 이같은 입장은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및 시민단체들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선거제도 개혁보다 개헌의 중요성을 더 강조한 것이다. 선거구 개편을 개헌과 연계해 논의하자는 점에서는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입장과 더 유사하다. 다만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온 한국당이 김 원내대표의 연설을 계기로 현행 선거구제 개편에 응할 뜻이 있음을 보인 것은 하나의 진전으로 평가될 만하다.

김 원내대표는 또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 "과감한 정책 전환으로, 출산 장려금 2000만 원을 지급하고, 이 아이가 성년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1억 원의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연 40만 명 출산을 유지할 때 출산장려금 2000만 원, 연간 수당은 임신 때부터 대학 진학할 때까지 20년간 1인당 연평균 400만 원, 매월 33만 원씩이 소요된다"며 "출산장려금은 매년 8조 원, 연간수당은 첫해 1조6000억 원을 시작으로 매년 1.6조 원씩 늘어나 20년 후에는 매년 32조 원의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고 추계했다.

단 그의 이같은 제안은 그 자신이 연설 뒷부분에서 "로마는 세금중독으로 망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비난한 것과 상충한다.

30분간 이어진 '소득주도성장 맹비난'…현란한 표현에 사진·동영상까지 동원

선거구제 개편을 개헌과 동시에 추진하자고 제안한 것 외에는, 김 원내대표의 연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성 공격 일변도였다. 특히 문재인 정부 3대 경제정책 기조 가운데 하나인 '소득주도성장론'에는 수위를 넘나드는 비난이 퍼부어졌다. "문재인 정부의 주적(主敵)은 기업이냐"고 목소리를 높인 김 원내대표의 '주적'이 소득주도성장론을 펴는 문재인 정부로 여겨질 정도였다.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 춤 동영상을 비롯해 사진·영상 자료까지 대거 동원됐다.

김 원내대표는 연설 첫머리부터 소득주도성장론을 "경제 헛발질", "(뒤로 가는) 문 워킹", "경제 반토막"으로 규정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은 반(反)기업 정서가 낳은 한국경제 눈물의 씨앗"이라며 "정권은 '사람중심경제'를 표방하지만 '사람 잡는 경제'"라고 했다. "소득주도성장은 경제정책이 아니라 이념"이라며 "경제파탄의 주범"이라고도 했다. 심지어 "소득주도성장은 이 정권이 국민을 현혹하는 '보이스 피싱'"이라며 "달콤한 말로 유혹하지만 끝은 파국이다. 가계경제, 나라경제 모두 결딴난다"고까지 했다.

한국당이 수 차례 비판해온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노동제 역시 도마에 올랐고, 악화된 고용 지표도 거론됐다. 김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은 일자리 IMF 위기를 맞고 있다"며 "고용 쇼크가 발생한 이유는 첫째 문재인 정권 특유의 반(反)기업 정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권은 기업 때려잡기에 혈안이 되어 경제를 망치고 있다"거나 "어쩌다 문재인 정권의 주적이 기업이 되었느냐"고 하기도 했다.

최근 통계청장 교체 인사에 대해서도 그는 "정권이 통계청을 '소득주도성장 치어리더'로 만들려 한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정권 입맛에 맞게 통계 수치에 인공 조미료 MSG를 듬뿍듬뿍 넣겠다는 불순한 의도 아니냐? 통계청에도 탁현민이 필요했느냐? 소득주도성장 사수를 위해 '분식 통계'까지 꿈꾸고 있느냐"고 공세를 폈다.

나아가 김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은 이미 실패가 입증됐다"며 "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인상)-일자리 고갈-세금중독은 우리 경제 '불(火)의 고리'"라고 경제정책을 넘어 재정정책까지 비난 대상을 확장해 나갔다. 그는 이 대목에서 "국가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오버'하고 나선다"거나 "세금 '몰빵' 경제" 등의 표현으로 국회 연설에 사용되는 어휘의 영역도 확장해 나갔다.

그는 "(경제와 재정이) 도미노처럼 한꺼번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동시다발로 크게 터지게 돼 있다"며 "문재인 정권의 경제 실험 불장난"이라고 했다. "소득주도성장은 '세금 중독 성장'"이며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은 "세금 뺑소니", 무차별 세금 살포 범죄"라는 것이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폐기가 북핵 폐기보다 어렵느냐"고 소득주도성장론 폐기를 촉구하면서 "한국당은 '세금 중독'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미친 세금중독 예산'을 싹둑싹둑 잘라내겠다"고 치열한 예산안 심사 공방을 예고했다.

적폐청산, 북한 석탄, 드루킹 등도 거론하며 전방위 공세

도마에 오른 것은 소득주도성장론뿐은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드라이브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도대체 이 정권은 할 줄 아는 것이 이것밖에 없는 것이냐"며 "낙하산 보은 인사, 패륜과 불륜에 휩싸인 이재명·안희정, 이 정권 핵심 인사들의 도덕 불감증이야 말로 진짜 적폐 아니냐. 이런 적폐는 그대로 남겨두고 무슨 적폐를 청산한다는 것이냐. 문 대통령은 이들에게 철퇴를 내릴 용의가 있느냐"고 받아쳤다.

특검 수사가 종료된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에 대해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를 통해 댓글 여론조작 적폐의 뿌리를 뽑겠다"고 했고, "대북제재 압박의 핵심은 북한산 석탄"이라는 이례적인 주장과 함께 앞서 있었던 북한산 석탄 반입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 폐기 진정성 여부는 시간이 가려줄 것"이라며 "지금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그는 주장했다. 최근의 긴박한 정세에서 한국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신중론을 펴며 반대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는 지금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달 중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김 원내대표가 표시한 우려는 "경제에 실패한 문재인 정권이 종전선언 운운하며 북핵 이슈를 계속 끌고 가기 위한 정략적 접근이 아닌가"라는 것이었다.

핵발전을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치켜세운 그는 "탈원전(탈핵) 정책도 문재인 정권의 불통과 무능을 보여주는 정책 실패"라며 "탈원전 정책을 토대로 마련한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전면 수정하라. 원전 건설 백지화도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40분간 굳은 표정으로 연설을 듣던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세금 중독", "기업 때려잡기" 등의 대목에서는 오히려 실소하며 웃었지만, 연설 막바지에 김 원내대표가 원고에 없는 즉석 연설로 문희상 국회의장을 "블루 하우스(청와대) 스피커"라고 비난하자 고성으로 항의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가 문 의장을 비난한 이유는, 문 의장이 지난 3일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를 제안했던 것 때문이다. 문 의장은 김 원내대표 연설 후 "따끔한 충고 잘 들었다"고 응수하면서도 "제 정치 인생을 걸겠다"고 불쾌감을 표하고 "의장을 모욕하면 의장이 아니라 국회가 모욕당한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뼈 있는 말로 반격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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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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