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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시험대'오른 문재인, 활로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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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시험대'오른 문재인, 활로는 어디?

[대선읽기]<13>노무현·한명숙·이해찬의 후광, '큰 짐' 될 수도…

민주통합당 대권주자들 대다수가 문재인 상임고문을 맹공하고 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일관되게 당내 주자들을 앞서고 있는 문 고문을 다른 주자들이 겨냥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노무현의 참모' 이력을 제외하곤 정치경력이 일천한 문 고문이 지난 4.11 총선에 이어 두번째로 진정한 시험대에 든 것이다. 이 고비를 넘기면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과 양강구도를 형성할 수도 있겠지만, 삐끗하면 '원 오브 뎀'으로 전락할 수 있다.

조경태의 직설 공격-손학규의 전략적 포위

▲ '양강구도'로 가느냐 '원오브 뎀'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문재인 고문ⓒ프레시안(최형락)

특히 같은 부산 지역구인 조경태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문재인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문재인이 청와대 민정수석시절에 친인척, 측근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것도 크지 않냐"는 이야기는 사실 처음 나온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노 전 대통령과 연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도 수면 위로 올리지 않은 금기였다.

이른바 '5대 불가론'을 꺼내든 조경태 의원 못지 않게 손학규 고문의 공세도 매섭다. 손 고문의 공격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던 때는 부산·경남 지역에서 많은 표를 얻는 사람이 이기는 상황이었지만, 같은 방법으로는 두 번 이길 수 없다"는 PK 역부족론과 "우리는 힘이 없으니 누구와 연대해 공동정부를 하겠다고 하는 자신 없는 지도자를 국민이 왜 찍어주느냐"는 안철수 공동정부론에 기반한 비판이다.

손 고문의 공세는 상당히 전략적으로 보인다. 두 가지 지점 모두 문 고문 측이 장점으로 내세우는 것을 단점으로 역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PK 역부족론에는 김두관 경남지사를 포괄시킬 수도 있다.

일단 문 고문 측은 "네거티브 공방에는 가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방적 비판을 계속 당할 경우 잔매가 쌓여 내상을 입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노무현, 한명숙, 이해찬 '짐' 될수도...

민주당 내에서 문 고문의 '인격'이나 '품성'을 비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른 캠프에 몸을 담고 있는 의원들도 "사람은 괜찮지 않나"는 반응이다. 하지만 문 고문은 상당히 많은 짐을 떠앉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단 민주당 내에선 대선을 앞두고 '5년 전'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2006년에서 2007년까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한때 지지율 1위를 달리던 고건 전 총리를 맹공했고 한나라당에서 건너온 손학규 전 대표를 직공했다. 청와대 내에서 "정권 재창출을 못해도 큰 문제는 없다. 역사의 물줄기는 아무도 못 되돌린다"는 식의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왔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바로 문 고문이었다.

또 4.11총선 공천 과정에서 한명숙 당시 대표에 대해 감정이 상한 인사들도 상당하다. 지난 임시전당대회에서 이해찬 대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당시 김한길 최고위원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SNS 상에서 강성 친노 네티즌들로부터 원색적 비난을 받은 의원들은 혀를 내둘렀다. 노 전 대통령, 한 전 대표, 이해찬 대표에 대한 '유감'은 고스란히 문 고문에 투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 고문의 높은 지지율이 친노진영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면 이에 대한 반작용 역시 문 고문이 감내할 수 밖에 없다. 문 고문 측의 관계자 역시 "그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서울지역구의 한 의원은 "문 고문이 이번 첫 고비를 어떻게 넘길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 상당수 의원들이 제각각 대선주자 지지선언을 하고 있지만 상당수는 '관망'하는 형국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주자들을 보면 각각 단점도 보이고 장점도 보인다. 이기는 편이 우리 편 아니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문 고문이 당 내 다른 주자들의 맹공이라는 첫 관문을 넘기고 나야 '이기는 편'이 될 수 있다. 사실 문 고문이 자신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여기까지 밀고 올라온 것도 아니다. "과거식의 권력의지를 긍정적으로 보진 않는다"는 본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장고에 장고를 거듭해 총선에 나섰고 대선 출마까지 했다. 주위의 강력한 권유도 크게 작용했다. '집착하지 않는 모습'은 문 고문의 큰 장점이지만 이를 뒤집으면 권력의지가 부족하다는 말도 된다.

최근 문 고문이 "내가 이길 수 있다", "나는 민주당 후보라서 안철수 원장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이려하는데 대해선 당내에서도 상당히 평가가 좋은 편이다. 이같이 당당한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이면서 네거티브 공세를 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친노진영 특유의 '강성 지지층'이 나설 경우 "될 일도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노사모 출신 일부 인사들, 국민의명령 일부 회원들, 미권스 일부 회원 등은 곧 '전국 100인 대표자 회의(가칭)'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1선'에 누굴 내세우나?

네거티브 공세를 뿌리치고 일종의 대세론을 형성하기 위해선 외연확장이 필수적이다. 문 고문 측도 가장 신경을 쓰는 대목이 이 지점이다. 문 고문과 가까운 의원들은 약 한 달 전부터 "우리는 2선에 있으려고 한다. (색채가) 옅은 분들을 많이 모실 것이다"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다시피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문 고문은 일단 비서실장에 청와대·총리실 출신의 윤후덕 의원을캠프 대변인에 도종환, 진선미 의원을 인선했다. 이들은 모두 범친노로 분류되는 인사들이고 비례대표 초선인 두 대변인은 정치권 출신도 아니다.

선대본부장에 김부겸 전 의원, 신계륜 의원이 물망에 올라있지만 확정되진 않았다. 김 전 의원은 손학규 전 대표와 가까운 편이고 신 의원 역시 김두관 지사가 일찍부터 공을 들여왔다.
문 고문 측은 "김두관의 원혜영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고민이지만, "그 쪽 캠프는 아직도 폐쇄적이다"는 이야기도 여전히 들린다.

이런 까닭에 이제부터 문재인의 자체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1차 검증대인 지난 4.11 총선에서 문 고문은 낙제점까지는 아니지만 좋은 점수를 받진 못했다. 이번 2차 검증대에서도 애매한 성적표를 받고 어중간한 대세론을 이어갈 경우 본선 전망이 극히 어두워진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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