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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 이장님'은 청와대에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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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 이장님'은 청와대에 갈 수 있을까?

[대선읽기] '스토리'는 강한데 '판'이 부실해

'이장에서 청와대까지?' 김두관 전 지사 초청 토론회 제목이었다. 김두관 지사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진흙 속 진주다.

김 지사의 움직임은 지난해 말 부터 감지됐다. 서울에 사무실을 냈다는 말이 나왔었다. 김 지사 본인도 정치적 발언을 조금씩 늘려가던 시점이었다. 조용한 행보를 하던 김 지사가 대권 주자로 부상한 계기는 이해찬-박지원 연대 파문 때였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두 거물이 맺었다는 '밀약'은 '담합'이라는 비판과 함께 역풍을 맞았다. 이들 연합의 상징처럼 부상한 친노 그룹의 대표 주자 문재인 상임고문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틈을 타 김한길 의원이 치고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김 지사의 이름이 거론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원들도 문재인-김두관 프레임을 즐기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그간 야권 주자들은 모두 '인물론' 차원에서 거론돼 왔다. 정세균, 정동영, 손학규, 유시민에서 문재인 상임고문까지 '박근혜 대항마'로서 대입해보는 수준이었다. 한 사람의 지지율이 빠지면 곧바로 다른 사람의 지지율이 올랐다. "친노 고정 지지층이 약 18%인데, 그 안에서 서로 지지율 다툼을 하고 있는 형국"이라는 말이 나왔다. 주자로 거론된 인물들은 '마의 20%대' 이상으로 치고올라가지 못했다.

김 지사의 지지율 역시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한국갤럽 정례조사에서 4월이후 줄곧 1%에 머물러 있었다. 최근 주목을 받으며 6월 첫 주 여론조사에서 2%대로 올라섰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받는 이유는 김 지사의 부상이 민주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나타났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미세하게나마 야권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 김두관 경남도지사 ⓒ프레시안(박세열)

'스토리텔링'에 강하다?…'김두관 스토리'가 뭐길래?

김 지사를 거론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그의 삶의 궤적이다. '김두관 스토리'는 김 지사를 설명할 때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다.

김 지사는 이른바 '종고' 출신이다. 명문고등학교도, 인문계 고등학교도 아닌 '남해종합고등학교(현 남해제일고)'를 나왔다. 가난한 환경에서 어렵게 공부한 그는 국민대 어문학계열에 합격했지만 28만 3000원의 등록금이 없어 등록을 포기해야 했다. 2년 간 농사를 짓다가 경북전문대에 입학했고, 동아대 정치외교학과에 편입했다.

그는 군에 있을 때 서울을 자주 방문했다. 당시 집안에서 "공부를 시켜야 한다"고 '밀었던' 동생 김두수 노무현재단 기획위원의 자취방에서 고려대 학생 운동 지도부와 어울렸다. 이후 그는 민통련에서 개설한 민족학교를 수료했고, 민통련 사회부장과 지역 간사를 맡으면서 85년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민주화운동에 투신한다. 민통련 대표를 지냈던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과도 꽤 인연이 깊은 셈이다.

김 지사는 85년 민주화 투쟁으로 감옥에 간다. 감옥에서 나와 "서울에는 나 말고 똑똑한 사람이 많더라. 그러나 지방은 그렇지 않다. 고향으로 내려가 사회 변혁의 뿌리를 만들자"는 결심을 하고 남해에 내려가 88년 4월 총선에 민중의 당 공천으로 출마했다. 낙선 후 그는 주민들의 요청에 의해 이장을 맡았다. '이장에서 청와대까지?'의 대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그는 <남해정론>을 창간하고 농민회를 조직하는 등 풀뿌리 운동, 농민 운동에 전념했다. <남해정론>은 마늘 파동 등을 취재하면서 적극적인 팩트 발굴로 농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런 그의 이력은 37세 최연소 기초단체장에 오르는 토대가 된다. 이후 그는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얻고 노무현 정부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다. '여당의 텃밭'이라 불리는 경남도지사에서 당선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은 <김두관의 발견>이라는 책을 통해 김 지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김 씨는 정말 촌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그 촌사람이라는 표현에서 '사람이 진국이다'란 뜻을 살리고 싶다.... 김두관 씨의 경력을 살펴보고 나서 나는 그가 존경스러워졌다. 그리고 내 자신의 생애가 약간 쑥스럽게 느껴졌다... 타락한 중심을 향한 반역! 순박한 시골정치가 닳고 닳은 수도정치를 뒤엎어야 한다는 그런 정치운동은 여러 나라에서 있었다... 가끔은 지방에 의한 수도 서울의 점령, 전복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점잖은 농사용어로 '심경'이라 말하고 싶다. 우글우글 '정치를 위한 정치'를 하는 족속들을 마치 농토를 깊이 갈아엎듯 갈아엎어 버리는 일이다"

"김두관, 판을 먼저 흔든 뒤에 대중 앞에 나서라"

김 지사에 대한 야권 인사들의 평은 나쁘지 않다. 김대중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냈던 한 인사는 "김두관 지사는 호남에서도 먹힐 만한 인물이다. 뚝심 있어 보이는 그의 외모나 행동은 민주통합당의 약점인 '노인층 공략'에도 나쁘지 않다. 여러모로 김두관에 호감을 보이는 호남 사람, 노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친노이면서 '권력 투쟁에 몰두하는 친노' 이미지와 거리감이 있는 게 김 지사의 장점이기도 하다.

야권 내부에서 김 지사에 대한 기대감이 부상하는 것과 함께, 총선 과정에서 혼자 생환했던 '문재인 불안'도 김 지사가 최근 주목받는 이유다. 문재인 상임고문이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대의원들이 '이박 연대'에 등을 돌린 것도 "당원들이 '대안 부재'에 따른 답답함을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박근혜라는 철옹성이 버티고 있는 여권은 "이미 게임은 끝났다"는 자조 섞인 말들이 나오고 있지만, 야권의 '대선 게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김 지사가 가진 '풍부한 스토리'를 장점으로 꼽는 사람이 많지만, 지금은 야권의 '판'이 좀 더 역동적으로 흐를 수 있도록 김 지사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김 지사는 '판'을 흔들어야 한다. 야권 후보들이 모두가 공간을 확보하도록 그가 '불쏘시개' 역할을 할 때"라면서 "그런 판이 만들어지도록 기여한 후에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야 한다. 판이 만들어지면 그가 가진 '스토리'들이 빛을 발할 기회는 얼마든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가 야권 주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판 전체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 이른바 '단계론'이다. 이 소장은 "현재 지지율에는 신경쓸 필요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판을 흔든 후 대중 앞에 나서게 되면 지지율은 자연스럽게 변한다는 것이다.

여건이 무르익고 있는데,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미지근한 모습이다. 스토리텔링을 하든 무엇을 하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도 주목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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