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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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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변호

[기자의 눈] 노회찬 "소득주도성장은 가장 방향을 잘 잡은 노선"

네이버에 소득주도성장을 검색해 보았다. 한경 경제용어사전 소득주도성장론(wage-led growth)이 제일 먼저 나온다. 이 사전을 만드는 한국경제신문은 현대자동차 등 전경련 소속 대기업이 주요 주주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저임금노동자·가계의 임금·소득을 올려 소비증대→ 기업 투자 및 생산확대→소득증가의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는 경제정책.

포스트케인지언 경제학자들의 임금주도성장(wage-led growth)에 근거하고 있다.

대기업의 성장으로 인한 임금 인상 등 '낙수효과'를 기대하기보다 근로자의 소득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전략으로 문재인 정부의 핵심경제 정책이다.

하지만 소득주도 성장의 개념이 주로 노동·일자리 분야에 국한된 정책을 의미해 '노동자 임금 인상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소득주도성장을 대하는 보수언론과 대기업의 '입장'이 그대로 녹아 있는 데도 버젓이 '사전'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고, 네이버는 이 사전의 용어가 제일 먼저 나오도록 하고 있다. 노동자의 소득을 올려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개념에 악의적 의도를 담은 표현을 덕지덕지 붙여 놓았다. '노동자 임금 인상 정책'이라는 걸 '비판'이라고 주석을 단 것은 참으로 민망하다. '인위적'이라는 표현도 악의적이다. 정책이라는 말 자체가 '인위적'임을 전제하는 것 아닌가. 보수 언론과 정당이 바라는 것은 일체의 '인위'가 개입하지 않는 약육강식의 시장만능주의일 것이다. 이 사전을 누가 누구를 위해 만들고 있는지 알만 하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공약으로 내걸고 출범했다. 출범 당시부터 조··동 보수 언론과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등 보수정당, 그리고 대기업은 집요하게 소득주도성장을 깎아내리고, 포기하라고 윽박질렀다. 이들의 입장에서 노동자 임금 상승은 그 자체로 달갑지 않다. 여기에 '소득주도성장 신중론'을 편 관료집단의 관성적 '규제 완화론'이 엉겨붙었다. 소득주도성장은 지금 천덕꾸러기가 될 지경이 됐다. 이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여전하다.

그들의 논리 중에 하나만 예를 들어 보자. 자영업자들이 신음하는 가장 큰 원인은 높은 임대료를 챙기는 소위 '건물주'들 때문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시급이 1000원, 2000원 오른다고 나라 경제가 무너지는 게 아니라, 뼈가 부서져라 일해도 한달에 수백만 원을 건물주에 상납해야만 하는 현실이 허리를 휘게 만든다. 건물주에 돈을 주고 남는 돈으로 아르바이트생 월급을 챙기는 게 아니라, 아르바이트생 월급을 챙기고 남는 돈으로 건물주에 임대료를 상납하는 게 선후 관계에 맞는 인식 구조일 것인데, 우리 사회는 그렇지 않다. 여론 주도층은 권력이 있고, 언론사를 소유하고, 정치인을 조종한다. 그들은 경제자본은 물론이고, 비대칭적 정치 자본, 문화 자본, 사회 자본을 소유한다. 불로소득은 넘쳐나고, 임금은 짠 게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인데, 이를 제대로 지적하기 어렵다. 건물주의 횡포 기사를 쓰면, 댓글엔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건물주의 권리가 더 크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들이 모두 '건물주'는 아닐 것이다. 다만 '건물주'의 논리와 욕망을 내면화한 결과일 것이다. 이런 대중 심리를 적극 이용하면서 노동자 임금을 더 주면 나라가 망한다는 논리를 집요하게 설파하는 보수 진영의 목표는 단순하다. 새로운 경제 구조가 두려운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이 입안될 때부터 이같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했다. 단순히 '노동자의 임금을 늘리자'는 게 아니라 경제 구조를 바로잡는 행위라는 걸 인식했기 때문이다.

보수진영의 공격과 관료 집단의 비협조로 너덜너덜해진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근본 취지와 목적을 다시 곱씹어야 할 때다. '한경 경제용어사전' 따위는 던져버리고 소득주도성장의 '설계자'로 불리는 홍장표 전 경제수석의 지난해 11월 <한겨레> 인터뷰를 참조하자. 의미의 오염을 걷어내 보자.

"공정경제 없이 소득주도 성장이 가능할까. 이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앞으로 공정경제 관련한 정책이 계속 나올 거다. (공정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방향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약탈적인 지대 추구(rent-seeking) 행위가 자리잡지 못하도록 하는 경제 구조가 돼야 한다. 공정경제 정책은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 출범 초기에 치킨값 문제를 제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음으로는 기업 간 불공정거래나 일감 몰아주기를 하면서 편법으로 부를 늘리는 행위를 못하도록 하는 정책을 강화할 것이다. 규제 정비도 중요하다. 규제 중엔 기득권을 보호하는 구실을 하고 있는 것들도 적지 않다."

홍장표 전 수석의 말대로 소득주도성장과 쌍둥이는 공정경제다. 대한민국이 이 땅에 세워진 후 단 한번도 바뀌지 않았던 '대기업 위주' 경제 정책에 수정을 가하고, 노동자가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새로운 체질의 대한민국 경제가 탄생할 수 있다.

개혁 효과는 더디게 나타날 것이라는 청와대의 주장은 틀린 말이 아니다. 지금 당장 효과가 나지 않는다고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해야 한다는 말은 내일 비핵화가 되지 않을 것이므로 남북 대화는 쓸모없다는 말과 같다.

보수 언론의 '경제 망국론'은 새삼스럽지 않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보수 언론의 주장대로라면 나라는 이미 망했어야 맞다. 실체 없고 과장된 '경제 위기론'은 이제 걸러 들어야 할 때다. 경제 체질을 바꾸는 데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리를 해야 한다. 그 후에 소득주도성장의 성패를 평가해도 늦지 않다.

다만 '규제 완화'라는 이름으로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주축이 돼 '대기업 위주 정책'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은 우려된다. 이는 소득주도성장의 '쌍둥이'인 공정경제와 맞지 않다. 집권 여당은 관료와 청와대 사이를 조율해야 한다. '선상반란'도 두려워 할 일이 아니다. 관료는 교체하면 된다.

고인을 인용하는 게 죄송스러운 마음이 없지 않지만, 노회찬 의원의 이 말은 꼭 인용하고 싶다.

"소득주도성장론은 홍장표 경제수석만의 어떤 노선이었다기 보다는 장하성 정책실장을 포함한 전체 진영이고.() 소득주도성장론이 일각에서는 비판이 있지만 저는 그거 바꿔서는 안 된다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실제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게 일종의 경제정책을 운용함에 있어서 큰 정책의 흐름이 낙수효과정책이 있고 분수 효과 정책이 있는데 낙수 효과 정책은 강자를 더 강하게 키움으로써 약자까지를 포함한 전체를 살린다는 건데 일종의 세월호 방식이죠. 선장부터 살리는. 그리고 이런 방식은 잘못된 방식이라고 해서 이미 IMF 당국도 이걸 공식적으로 폐기하였고 주요 국가들도 다 경제노선에서 폐기한 부분입니다.

그러면 아래부터 지금 달리 성장할 어떤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주면서 그걸 통해서 선순환으로 경제성장까지 이르게 만드는 소득주도성장은 저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노선이고 또 가장 방향을 잘 잡은 노선이다. (2018년 6월 17일 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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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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